[CFO 워치]'무차입 기조' 깬 이정효, 에어부산 위기 극복 전략은400억 단기차입 추진, 자금 조달 방안 '주목'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12 14:27:5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1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마비되며 국내 항공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은 지난해 인천 진출을 기반으로 중거리 노선 확대에 나서려던 계획에 당장 차질이 생겼다. 일단 노선개편 작업을 올스톱하고 무급휴직 실시 등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3월 예정이던 신형 항공기 도입도 최대한 늦추기로 방향을 틀었다.예상치 못했던 암초를 만나면서 재무정책의 변화가 가속화 될지 주목된다. 항공업황이 바닥까지 추락하며 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만큼 생존을 위해 적극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정효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오랫동안 ‘무차입’ 재무기조를 이어왔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상대적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뽐내며 금융권에 손을 벌리지 않을 수 있었다. 시기적으로도 국내 항공시장이 빠르게 커지던 때와 회사 성장이 맞물리며 큰 어려움 없이 사업을 영위해왔다.
10년 넘게 이어온 무차입 경영에 금이 간 건 지난해다. 회계기준 변경으로 운용리스 항공기가 부채로 잡히기 시작하며 처음으로 순차입금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계상 부채비율이 증가했을 뿐 실제 회사의 재무상황에 변화가 생긴 건 아니기 때문이다. 에어부산 역시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설 적기라고 판단해 인천 진출 준비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하반기 급격히 곳간 바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보이콧 재팬 운동의 확산으로 일본 노선 탑승률이 급락한 탓이 컸다. 김해공항을 기반으로 다수의 일본 노선을 운영하고 있던 에어부산은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359억원, 순손실이 636억원에 달했다. 2018년 말 467억원이던 현금및현금성자산이 126억원으로 9개월 만에 350억원 가까이 줄었다. 100% 아래였던 부채비율도 362%까지 치솟았다.
결국 에어부산은 작년 10월 1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2007년 출범 이래 처음으로 외부차입을 실시한 것이다. 회사 측은 신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항공기(A321-NEO) 정비용 장비를 구매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적자 누적으로 차입이 불가피한 수준까지 유동성이 악화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에어부산은 바로 다음 달인 11월 항공기 도입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3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도 일으켰다.
에어부산이 이 같은 재무적 결정을 내릴 때 앞장서서 지휘한 사람이 CFO인 이정효 상무다. CFO의 역할이 도드라지는 기업공개(IPO)부터 첫 차입까지 주요한 의사결정이 모두 이 상무의 손에서 이뤄졌다. 이 상무는 1999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안건회계법인에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뗀 20여년 경력의 재무통(通)이다. 한국공인회계사와 한국세무사 자격도 갖췄다.
이 상무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5년 전인 2004년 12월이다. 금호그룹 전략경영본부 회계관리팀에 입사한 이래 인사이동 없이 12년 넘게 그룹에만 몸을 담았다. 2014년부터는 전략경영실 내에서 재무팀장을 지냈다. 2017년 에어부산으로 넘어온 이후로도 재무라는 한 우물만 파고 있다. 재무팀장을 거쳐 지난해 1월 상무로 승진해 경영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에어부산에 온 지도 꽉 채워 3년이 됐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은 이 상무도 처음 경험한다. 에어부산에서의 첫 해였던 2017년 5~6%대였던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이 2년 만에 -8%, -14%로 뚝 떨어졌다. 지난 1년새 부채총계가 1500억원대에서 8500억원대로 대폭 증가해 부채비율이 880%에 육박한 상태에 이르렀다. 지금의 '숫자'로는 과거 에어부산의 재무건전성이 좋았었단 사실을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노련한 재무통 이 상무가 어떤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하늘길이 끊기며 국내 모든 항공사가 비상인 상황”이라며 “항공사들이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하던 시대는 끝났다. 어떻게든 자금을 조달해 이 시기를 버텨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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