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뛰드, 옛말된 아모레 캐시카우…정상화 언제쯤? 350억 적자, 해외사업 손상인식 반영 추정…지주사 회계상 장부가액 반토막
최은진 기자공개 2020-03-18 11:28:51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6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인 에뛰드가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전년대비 70억원 웃도는 350억원으로 나타났다.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에뛰드의 부진으로 지주사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도 타격을 입었다. 종속기업 가운데 가장 큰 적자를 나타내며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고 기업가치 하락으로 장부가액 절반 이상을 손실처리 했다.
에뛰드는 1976년 화장품 제조 화학회사로 설립된 후 아모레퍼시픽그룹에 편입되며 1997년 화장품 브랜드 사업으로 전환했다. 색조 화장품을 제조했던 기술력을 활용해 색조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워 '에뛰드 하우스'라는 브랜드숍 돌풍을 이끌어 냈다.
한 때 '송혜교 화장품'이라고 불리며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입지를 공고히 해줬던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 했고 중국 및 중동 등 해외수출의 전진기지로도 활용됐다. 매년 약 100억~200억원대의 꾸준한 순이익과 200억원 안팎의 현금성 자산을 통한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며 그룹 내 안정적인 현금 곳간으로 평가 받았다.
브랜드 사업으로 전환한 후 큰 부침없이 견고한 흑자기조를 유지하던 에뛰드에 불행이 닥친 건 2017년부터다. 중국의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사태로 인해 매출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국내 면세점 및 백화점 등의 판매가 감소한 것은 물론 중국 내 직진출 했던 로드숍 매장도 악영향을 입었다.
결국 최근 10여년간 꾸준히 영업흑자를 내던 기조가 2018년 적자로 전환, 282억원의 순손실로 이어졌다. 지난해 역시 적자기조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G가 공시한 연결 감사보고서와 IR 자료 등에 따르면 2019년 매출액은 1800억원으로 영업적자 185억원, 당기순손실 354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 규모가 전년보다 더 확대되며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을 냈다.
에뛰드의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영업권 등 일부 항목에서 대규모 손상이 반영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해외사업 손실이 배경이 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아모레G측은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시점이라 정확한 내막을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실적악화로 에뛰드가 수십여년간 이어오던 무차입 기조도 2018년을 기점으로 끝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기준 순차입금은 42억원, 부채비율은 30%대에서 62%로 두배 이상 뛰었다. 2019년 결산 보고서가 아직 나오지 않아 확인할 순 없지만 당기 순손실 확대 영향으로 2018년 수준보다 재무지표가 악화됐을 것으로 점쳐진다.
에뛰드가 최악의 국면을 맞닥뜨리면서 모기업인 지주사 아모레G도 부담이 커졌다. 특히 지난 2월 진행된 2019년 IR에서 에뛰드의 영업적자폭이 전년대비 감소했다는 데 안도감을 내비췄던터라 당기순손실 확대에 상당히 당황하는 분위기다. 당시 IR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에뛰드의 영업적자가 직영점 축소 등 비용효율화로 262억원에서 185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나와있다.
아모레G가 보유하고 있는 종속기업 37곳 가운데 에뛰드의 실적이 가장 부진했다. 전년대비 실적으로 따져봐도 주요 브랜드 가운데 에뛰드의 순이익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 여파로 같은기간 아모레G는 연결기준 매출액이 3.4%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3%, 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모레G의 별도기준 회계감사에서도 에뛰드의 실적부진을 가장 핵심 감사사안으로 다뤘다. 지속적인 실적 하락으로 투자기업으로서의 가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에뛰드의 장부가액은 2018년 227억원에서 지난해 말 73억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적자가 지속하고 있는데 따라 장부가액 가운데 154억원을 손상처리한 결과다.
업계서는 아모레G 내부적으로 에뛰드에 대한 고민이 짙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손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데 따라 이를 감당할 다양한 해법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아모레G 내부 관계자는 "아직 에뛰드에 대한 감사보고서가 나오지 않아 정확하게 어떤 부분에서 적자가 커졌는 지는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구조조정 등을 통해 다각도로 실적부진 상황을 타개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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