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0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글은 1998년 9월 4일 세르게이 브린(46)과 래리 페이지(46) 두 사람이 공동창업했다. 창업 당시 둘 다 24세였고 스탠퍼드대 박사과정 재학 중이었다. 창업자들은 천재적인 엔지니어들이었지만 회사운영과 영업에는 경험이 없어 노벨의 CEO였던 에릭 슈미트(64)가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2001년에 CEO로 합류했다. 10년 동안 그 자리를 맡았다. 슈미트는 스톡옵션으로 억만장자가 된 희귀한 사례다. 애플과 모교 프린스턴대학교 이사도 역임했다.슈미트는 회사를 사랑한다는 것은 떠날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영자는 그럴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물론 회사 내에 누군가가 승계할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기는 하다. 슈미트는 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내 인물을 주의 깊게 보라고 권한다. 10년 후에 그 인재가 회사를 떠맡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면 후한 대우를 해주고 만족스럽게 일하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다른 회사에 뺏기지 않는 방법이다. 항상 투자가 성공하지는 않지만 성공하는 경우 대박이라는 것이다.
구글은 2004년 8월 19일에 기업을 공개했다. 기업을 공개 할 때 브린, 페이지, 슈미트 3인은 향후 20년 동안 회사에서 같이 일하기로 합의했다. 2024년까지다. 2011년에 슈미트가 CEO직에서 물러나면서 공동창업자 페이지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즉, 구글에서는 창업자가 전문경영인을 승계한 셈이다. 자신을 채용한 사람이 자신의 경영권을 승계한 드문 경우다.
기업공개 때 슈미트는 브린과 페이지 두 창업자 중 한 사람이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특히 페이지는 슈미트가 영입될 때 CEO였기 때문에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다고 한다. 타이밍만이 문제였다.
세 사람은 2011년에 페이지가 슈미트를 승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슈미트는 37세인 페이지가 아직 너무 젊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신세대가 아무리 명석하다 해도 위에서 보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어린 애’로 보인다. 이 문제는 자신이 그 나이 때 어땠는지를 돌이켜보아 해결할 수 있다. 슈미트는 자신이 37세 때 뭘 했는지 상기해 보았다. 그랬더니 벌써 회사를 경영할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슈미트는 41세에 노벨의 CEO가 되었었다.
2015년 10월에 구글은 지주회사 알파벳을 만들어 구글과 유튜브, 안드로이드 등 계열회사를 그 아래에 두는 모양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했다. 페이지와 브린은 알파벳 이사회에 소속되었다. 알파벳에서 페이지는 CEO, 브린은 사장직도 맡았다. 연봉은 각각 1달러다. 이사회 의장은 실리콘 밸리의 정신적 지주라고 불리는 존 헤네시 전 스탠퍼드대 총장이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9년 12월에 브린과 페이지는 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사회에만 남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여전히 알파벳의 지배주주다. 합해서 51.1%의 의결권을 보유한다. 알파벳은 복수의결권주식을 발행하고 있다. A, B, C형 3종의 주식이 발행되어 있고 A형은 주당 1개, B형은 주당 10개의 의결권을 가진다. C형은 무의결권 주식이다. 브린과 페이지는 B형 주식을 다수 가지고 있다.
인도의 IIT와 스탠퍼드, 와튼에서 교육받은 후 2004년에 구글에 입사했던 순다르 피차이(47)가 알파벳과 구글의 CEO직을 승계했다. 피차이는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컴퓨터 구경도 못했던 사람이다. 크롬으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물리친 공을 세웠다. ‘따로 놀던’ 안드로이드를 구글에 융화시키는 실력도 발휘했다. 페이지 대신 회사의 대외활동에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2015년에 알파벳이 생기면서 구글의 CEO가 되었다. 페이지는 알파벳 출범 이후 외부 활동을 더 줄였다.
알파벳은 페트로차이나,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사우디아람코에 이어 2020년 1월 16일에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은 회사가 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버크셔헤서웨이 다음으로 현금이 많은 회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글은 의회와 규제기관, 시민단체, 미디어로부터 점점 더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압력을 받고 있다. 브린과 페이지는 이임사에서 자신들은 “회사가 더 잘 운영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계속 경영자 자리에 있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구글 경영권 승계가 다른 환경 아래의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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