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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S해운, 사외이사에 '종교인' 선임 까닭은 [이사회 분석]창업주 박종규 고문 '투명경영' 철학 실천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20 08:29:4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19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경영 전반에 대해 조언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오너 등 경영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객관적인 입장에서 '쓴소리'를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 수와 권한 확대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경영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 이익 보호,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은 주요 경력이나 직업 등이 대부분 엇비슷하다. 대학교수나 변호사, 회계사, 퇴직 관료 등이 주를 이룬다. 해당 기업의 주력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거나 법률이나 재무, 세무 등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에너지 물류 기업인 KSS해운이 다소 특이한 이력의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해 눈길을 끈다. 바로 종교인이다.

KSS해운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 회의실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정관변경안과 이사선임안 등 주요 의안들을 처리한다. 이번에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1명 등 총 2명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주총에서 선임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재선임이 아닌 교체가 진행되는 건 사외이사다. 지난 2011년부터 9년간 사외이사를 맡아온 조영길 법무법인 I&S 대표변호사가 이번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상법 시행령 개정으로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이 최대 6년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KSS해운 정관상으로는 사외이사가 최대 12년까지 활동 가능하다.

조 이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지방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던 법조인이다. 과거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경험도 있다. 다른 사외이사들이 수차례 교체된 9년 동안 꾸준히 직을 유지해왔다는 걸 보면 조 이사에 대한 이사회의 신임이 두터웠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만약 상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한 차례 더 연임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KSS해운은 조 이사의 빈 자리에 변호사 등 같은 법조인 대신 종교인인 목사를 택했다. 이사회가 후보로 추천한 사람은 바로 임장원 방주교회 담임목사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활성화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1995년 1년간 세영산업 이사를 지낸 이력도 있다. 임 목사는 감사위원에도 선임될 예정이다.

이사회는 임 목사 추천 이유로 경영투명화와 주주친화 등을 들었다. 이사회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통찰력을 바탕으로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내에서 독자적으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수행해 회사의 윤리경영 실현과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이것이 회사가 더욱 투명하고 건실하게 나갈 수 있는 일"이라며 "주주를 위한 방안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KSS해운은 평소 전문성 지향과 정도경영, 주주친화를 ‘3대 핵심가치’로 삼고 있는 회사다. 특히 '투명경영'을 무엇보다도 우선시하고 있다. 창업주인 박종규 고문이 평생 강조하며 직접 실천해온 가치이기 때문이다. 박 고문은 설립 초기 당시 널리 퍼져있던 리베이트 관행을 깨고 정직한 방법으로 회사를 키운 일화로 유명하다.

박 고문은 1995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는 등 한발 앞서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켰다. 2003년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로는 아들 대신 전문경영인 이대성 사장에게 회사 경영을 모두 맡겼다. 직원과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임직원 성과공유제와 현금배당 등 친화정책도 꾸준히 펼쳐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한국경영인협회로부터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사외이사 선임도 박 고문의 경영 철학을 잇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거수기가 아닌 제대로 감시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사외이사 자리에 앉혀 회사를 더욱 올바르게 이끌려는 의도로 보인다. KSS해운이 사외이사에 종교인을 선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KSS해운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 기준 자체가 해운쪽 뿐 아니라 각계 전문가를 선임해 다양성을 강조하도록 돼 있다"며 "이번엔 좀 더 도덕성이나 윤리를 강조해 투명경영을 추구하고자 (임 목사의) 이사 선임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사회는 임기가 만료되는 이대성 대표이사의 재선임안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주총에서 선임안이 가결되면 지난 6년간 경영을 총괄해온 이 대표는 추후 3년간 더 회사를 이끌게 된다. 원안대로 가결시 이사 총수는 기존 7명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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