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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자본잠식률 230%'에도 긴급지원 배제된 까닭은산업은행, 무사 딜 종결에 초점…제주·이스타 동시 압박 효과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10 10:48:5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9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에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하며 이스타항공만 배제한 이유에 관심이 집중된다. 재무상태만 놓고 보면 사실상 1순위나 다름 없는데 지원대상에서 빠져 고사위기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직원들 월급조차 제대로 주지 못해 한 달간 전체 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항공업계 재편의 한 축인 이스타항공 M&A가 무사히 마무리되도록 유도하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쪽 모두를 압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에 인수자금을 지원해 인수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하면서 이스타항공이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서도록 하려 한다는 해석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8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긴급 지원을 촉구했다. 도무지 정부가 숨통을 틔워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직원들이 직접 나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산업은행은 지난달 티웨이항공(60억원)을 시작으로 에어서울(200억원)과 에어부산(300억원), 제주항공(400억원), 진에어(300억원) 등 LCC 5개사에 대해 긴급 자금을 풀었으나 이스타항공은 빼놓았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추가 지원안에도 이스타항공은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재무구조가 심각한 상태다. 최근 공시한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손실 794억원, 순손실 909억원을 내며 결손금이 1175억원으로 불어났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전환하며 자본잠식률이 230%를 넘어섰다. 1분기엔 코로나19 사태로 비행기를 띄우지 못하며 현금유입이 꽉 막혔다. 이로 인해 2월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한데 이어 3월에는 아예 주지 못했다.

산업은행이 이스타항공을 외면한 이유는 간단하다. 대출심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대출 조건으로 담보와 최근 3년간의 운항실적 등을 요구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처음에는 담보나 신용등급 같은 걸 내세우다가 담보 제외 요구가 있자 3년 운항실적을 기준으로 삼았다"며 "이스타항공은 해당 기준에 미치지 못한걸로 안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항공도 심사에서 탈락했다.

대신 산업은행은 제주항공에 이스타항공 인수자금을 대주기로 했다. 이는 직접 돈을 빌려주지 않고 제주항공을 통해 우회 지원을 하겠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 아직 M&A가 ‘진행 중’으로 법적 최대주주는 이스타홀딩스지만 제주항공을 거쳐 돈이 유입되도록 했다. 지원 규모는 구주매입에 필요한 자금과 신주인수 자금을 더한 1500억~2000억원 가량이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를 압박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근거로는 이스타항공 지원 과정에 굳이 제주항공을 끌어들여 만에 하나라도 딜이 깨질 여지를 없앴다는 점을 든다. 사실 제주항공은 아직 계약금만 지급한 상태로 거래 종결 전까진 언제든 마음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인수자금 이야기가 나온 순간 상황이 달라졌다. 사실상 반드시 인수하라는 무언의 압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지난 2월 말 이스타항공 인수 여부를 고심하고 있을 당시 산업은행이 일정 수준의 지원을 약속했고, 이번에 시행에 옮겼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이스타항공 인수를 주저하던 제주항공이 다시 의지를 다잡는데 산업은행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도 자금줄을 확보하지 못한 이스타항공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에 돌입할 수 밖에 없다. 제주항공을 거쳐 자금이 투입되기까지는 일정 기간의 시간이 불가피하다. 산업은행은 인수자금 지원 시점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된 이후로 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이지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승인이 늦어지면 그만큼 지원도 뒤로 미뤄지게 된다. 그때까지 인력을 감축하고 기재를 반납하는 등 나가는 돈을 최대한 틀어막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실제로 이스타항공은 4월 한 달간 전직원 휴직에 돌입한 상태다. 현재 1680명 수준인 직원 수를 300여명 감축하는 구조조정안도 논의 중이다. 당초 희망퇴직 규모로 전체의 45% 가량인 700명을 검토했으나 정리 인원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고쳐잡았다. 추후 다시 사업을 확장하게 될 때에 대비해 인력 감축 폭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기재는 기존 방침대로 10대 반납한다. 대신 기단 축소로 발생하는 잉여인력에 대해 순환휴직 등을 실시하며 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당초 기재 1대당 70명 가량의 인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조정 인원을 산출했으나 피해보는 직원의 수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다시 논의를 하고 있다"며 "고통분담 차원에서 무급휴직 실시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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