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thebell desk]이용우와 주진형, 한국투자와 한화

이승우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20-04-14 13:02:23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3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의도가 초긴장 모드다. 환희를 앞둔 긴장과 두려움의 긴장이 병존한다. 같은 여의도 왼쪽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4.13 총선 때문이다. 이번 총선은 코로나19 선거(정부대응에 대한 찬반)라는 말도 있고 조국 사태로 확연히 갈라 선 진보와 보수의 격돌이라는 해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라는 큰 틀로 귀결된다.

여의도 금융권이 주목하는 건 유력 후보군인 전임 CEO들의 당락 여부다.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과 이용우 전 카카오뱅크 대표, 그리고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사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당선된다면 금융회사를 아우르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50억원 상당의 카카오뱅크 스톡옵션을 포기하고 정치권에 뛰어든 이용우 후보가 단연 화제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고양시 지역구에 깜짝 등판한 이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여론 조사가 말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찬우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의 형이다. 넓은 인맥에다 카카오뱅크를 안착시켜며 '금융혁신'의 아이콘으로 기대감를 모으고 있다.

이 후보의 친정은 한국투자 금융그룹이라고 말해도 좋다. 1992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동원증권을 거쳐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만개한 케이스다. 물론 자회사 카카오뱅크로 적을 옮겨 인터넷은행 비즈니스를 안착시켰다.

이 후보가 스톡옵션까지 포기하며 정치권에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한국투자 금융그룹은 버선발로 반겼다. 표정관리를 하며 안팎으로 지원에 나섰다는 이야기는 여의도 사람이면 다 안다. 이 후보의 당선은 한국투자 금융그룹 입장에서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뚜렷한 방향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전체 금융권의 기대도 크다.

표정을 숨기고 있는 곳은 또 있다. 하지만 한국투자 금융그룹과는 상황이 정반대다. 바로 한화투자증권, 더 크게는 한화그룹이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전 대표는 열린민주당 여섯번째 비례대표 후보다.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 후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역시 당선 가능성이 있다.

2013년 한화그룹은 주 후보를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앉혔다. 그룹 출신이 아닌 주 후보를 증권사 대표로 앉힌 건 김승연 회장의 파격 카드였다. 회장의 무한신뢰를 바탕으로 그는 존재감이 미약했던 한화투자증권의 체질 개선을 위해 메스를 들이댔다.

영업점 뿐 아니라 리서치센터까지, 밑바닥부터 근본을 바꾸려는 시도를 했다. 일례로 주 대표가 취임한 이후 리서치센터에서 주식 매도리포트를 쏟아낸 건 여의도의 전설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물론 체질개선과 구조조정 후유증은 주 전 대표에 대한 호불호를 명확하게 만들었다.

임기를 남겨 놓고 주 전 대표는 한화와 결별했다. CEO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건 부지기수이나 결별의 배경을 둘러싼 말들이 무성했다. 급기야 서로 인신공격까지 주고받을 정도였다. 아름답지 않은 이별이었다는 점은 분명했다.

'찜찜한' 이별 이후 수년이 지난 지금 한화그룹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주 전 대표가 관리형 CEO였다면 권력을 쥐고난(국회의원 당선) 이후 윽박지르는 정도로 끝나겠지만 삼성증권과 우리금융 기획실을 거치며 실무에 빠삭한 CEO였다는 점에서 긴장 수위는 높다.

이미 주 전 대표는 한화투자증권을 떠나면서 '칼을 갈고 있다'는 뉘앙스를 여러번 풍겼다. 한화그룹은 이를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외면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도 이용우 후보보다는 주 후보와 비슷한 케이스일 듯싶다.

물론 이 긴장관계의 수위와 농도는 국회위원이 되고 나서야 정확히 측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간의 우려 혹은 기대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그들의 관계가 정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타협한다고 비난할 일도 아니다. 혹여 낙선하더라도 인연의 골이나 긴장의 수위가 악화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좋은 인연, 나쁜 인연 모두가 이별할 때 아름다울 필요가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물론 새롭게 여의도 정치판에 합류하더라도 이들 역시 '권불십년(權不十年)'의 진리를 쉽사리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