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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시장 단계적 안정, 채안펀드 효과…비우량물은 '아직' [Market Watch]3개월물 금리↓, A1 자금경색 해소…A2 이하, ABCP 온기 확산 시간 걸려

이지혜 기자공개 2020-04-14 13:19:18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어음(CP) 시장 수급이 빠르게 안정을 찾고 있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높은 금리에도 팔리지 않았던 CP물량이 소진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덕분에 CP금리도 내리고 있다. 4월 말이면 신용등급 A1 기준 CP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A2와 A3 및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시장으로 온기가 퍼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역할은 A1 중심 CP시장에 활기를 되살리는 것뿐이므로 나머지는 시장의 몫이라는 의견도 있다.

◇채안펀드 가동, CP 시장 안정되나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1일 2.23%까지 치솟았던 CP 91일물 금리가 3일부터 8일까지 2.1%대에서 유지되고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CP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으려는 조짐을 보이는 것”이라며 “CP금리가 고점을 찍고 앞으로 하향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서울외국환중개
CP 거래 측면에서도 시장 경색 기조가 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신용등급 A1의 3개월물 CP는 최근 1.8% 수준에서 거래됐다. 3월 말 동일 등급 CP가 2.5~2.7%대에서도 팔리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개선된 것이다.

채안펀드 가동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채안펀드 자금 대부분이 3일부터 CP시장에 투입된 덕분에 CP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다”며 “투입금액이 크지는 않지만 투자자의 심리를 진정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단기자금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채안펀드의 자펀드 중 하나를 CP와 전자단기사채 지원용으로 배정했다. 현재까지 채안펀드는 3조원 납입이 완료된 상태로 1500억~2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CP와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자금시장을 지원하는 데 채안펀드와 정책금융을 합쳐 최대 7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발행 측면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시선도 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CP와 전단채 등 단기자금시장에 자금이 돌기 시작했다”며 “금리는 여전히 높지만 차환이 발생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1일부터 7일까지 5영업일 동안 만기가 돌아온 CP와 전단채 23조3000억원 중 대부분이 상환되거나 차환됐다. 같은 기간 CP와 전단채는 25조6000억원 발행됐으며 일반 기업 중심으로 순발행기조가 뚜렷하다.

CP시장에서 A1을 향한 투심이 풀리는 것은 단기자금시장의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13일 이후부터 말일까지 4월 만기 도래분 가운데 대부분이 A1 CP이기 때문이다. 일반 CP 가운데 13일 이후 4월 만기 도래분은 모두 8조61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A1 CP물량은 7조3439억원으로 전체의 85%에 해당한다. 전체 CP잔량 66조원 중 A1 등급은 54조원으로 약 82%의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 역할은 A1까지, ABCP·A2 이하 시장은 시간 걸려

다만 신용등급 A2 이하 CP와 ABCP까지 온기가 퍼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자금시장 지원 대상은 우량등급의 일반기업 CP와 전단채에 국한돼 A2 이하나 증권사 신용보강이 제공된 유동화, PF 형태의 CP와 전단채는 차환위험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9일 기준 A2 이하 CP 잔액은 모두 11조8941억원 규모로 전체 잔량의 20%에 가깝다. ABCP 규모는 123조685억원이다. 특히 PF-ABCP는 만기가 3개월마다 돌아와 증권사의 유동성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가 신용등급 A2 이하 CP와 ABCP 단기자금시장까지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정부 조치는 정상 신용등급 기업의 자금난을 막아 금융시장을 비정상적 상황에서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한 조치”라며 “소위 하이일드업체까지 안고 가겠다는 의미는 아닌 만큼 ABCP 및 A2 이하까지 정부 정책의 직접적 수혜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A1을 기반으로 시장에 자금이 돌도록 마중물을 내는 것일뿐 나머지는 시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A1 단기자금시장의 경색이 이르면 4월 말 해소될 경우 나머지는 5~6월에 이르러서야 온기가 돌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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