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전기차 부품 철수, 두산의 '통 큰 포기'전지용 동박 판매 '눈 앞'인데 두산솔루스 매각 추진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13 08:19:4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0일 14: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의 회생을 위해 2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철수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신사업 중 전기차와 관련돼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매물로 내놓았다. 두산중공업 회생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어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재계 순위 15위인 두산그룹은 M&A를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1990년대 OB맥주 등 소비재를 매각했고,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을 인수했다. 소비재 그룹에서 중공업 그룹으로 정체성을 확 바꾼 계기다. 이후 대우중공업(현 두산인프라코어)과 밥캣 등을 인수면서 '중후장대 편대'를 갖췄다.
두산그룹은 2010년부터 수소연료와 2차전지 소재 등 친환경 에너지 관련 사업과 협동로봇 등 ICT 산업 위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도 M&A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본업인 두산중공업발 리스크로 제동이 걸렸다.
우선 매각 대상은 두산솔루스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의 지분 매각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솔루스는 2차전지 소재인 동박과 전자소재, 바이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두산에서 물적분할되면서 출범했다. 두산솔루스가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건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유망사업인 2차전지 소재를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의 2차전지 사업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은 2014년 룩셈부르크의 동박 제조업체인 서킷 포일(Circuit Foil)을 인수했다. 당시 ㈜두산은 약 200여곳의 매물을 검토하던 중 2차전지 소재의 사업성과 서킷포일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해 인수를 결정했다.
당시 인수가격은 약 700억원으로 알려졌다. 2차전지용 동박은 4대 핵심소재(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인 음극재에 들어가는 얇은 막이다. 얇을수록 많은 리튬이온을 채울 수 있어 배터리 효율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구리를 6마이크로미터(㎛) 두께로 얇고 울음 없이 펴야 하는 만큼 기술력이 핵심인 영역이다. 진입장벽이 높아 일진머티리얼즈와 KCFT(SKC에 인수) 등 극소수 업체만 동박을 생산한다.
서킷포일은 6마이크로미터(㎛)의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동박 사업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날수록 공급사슬에 속해있는 2차전지와 관련 소재의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향후 5년간 동박 수요는 현재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음극재 및 양극재와 달리 동박은 일종의 과점시정이었다.
두산그룹은 서킷포일을 인수하자마자 약 130억원을 투자해 증설에 들어갔다. 그리고 3년 동안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었다. 올해 생산능력은 1만톤으로 늘어난다. 이로 인해 일진머티리얼즈의 4분의 1, KCFT의 3분의 1 수준까지 따라잡을 수 있다.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도 나왔다. 유럽의 공장을 둔 2차전지 완제품 업체에 동박을 납품하기로 했다. 2차전지는 효율성과 안정성이 생명이다. 납품 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1~2년 동안 안정성과 호환성을 검사한다.
이 과정을 지난해 마쳤고 올해부터 헝가리 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헝가리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주요 생산기지로 현대차와 폭스바겐 등 주요 업체의 공장이 있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등도 헝가리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두산솔루스는 동박 생산업체 중 유일하게 헝가리에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1개월 만에 두산솔루스는 매물로 나왔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에 1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대신 자산 매각 등을 조건으로 하는 고강도의 자구안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오너일가의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고, 두산밥캣과 두산솔루스 등 계열사 매각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결국 두산그룹은 미래 사업 중 가장 비전이 돋보이는 두산솔루스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두산그룹의 미래 사업은 협동로봇(두산로보틱스)과 스마트 물류 솔루션(두산로지스틱솔루션), 2차전지용 동박 등이다. 이중 협동로봇은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고, 스마트 물류 산업은 협동로봇의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반면 동박은 올해부터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도 두산그룹은 전기차의 공급사슬(Supply Chain)에 들어가 보지 못하고 사업을 철수할 처지에 놓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지용 동박은 두산그룹의 역점 사업이었는데, 날개를 펴보지 못하고 접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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