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發 유업계 출혈 경쟁 촉발되나 납품중단 급식 흰우유 할인판매…공급증가, 판매가 하락 '간접피해'
전효점 기자공개 2020-04-16 10:24:48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4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하 서울우유)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개학 연기로 급식용 흰우유 판매가 급감하면서 고심에 빠졌다. 서울우유는 팔지 못하고 남은 우유를 시장에 할인가로 풀어 최대한 실적 보전에 나서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유업계 전반의 할인 경쟁을 촉발시키고 있다.14일 유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는 3~4월 급식우유 납품이 두달간 중단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장에서 물량을 최대한 소화하고, 남은 흰우유(백색시유)는 유통기한이 긴 제품으로 재가공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할인가로 팔고도 남은 우유는 멸균생산과 분무(탈지 분유로 재가공하는 작업)를 통해 먼저 재고로 보관하고 추후 가공유와 발효유 생산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달 동안 국내 유업계가 급식 시장에 납품하지 못해 재고로 쌓인 흰우유는 약 480만리터로 추정된다. 전체 흰우유 판매량의 8%에 해당한다. 서울우유는 급식우유 시장에서 점유율 절반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다.
국내 급식우유 시장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월 200억, 연간 1600억원 규모다. 방학 기간인 1~2월과 7~8월을 제외하고 연중 8개월 동안 일평균 200ml 팩우유 기준 50~60만팩이 전국 초등학교에 공급된다.
서울우유는 남은 흰우유를 처분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왔다. 흰우유는 유통기한이 10~13일에 불과해 단시일 내 판매해야 한다.
서울우유는 먼저 일반 시장에 할인가로 물량을 풀어 최대한 소진을 촉진하고자 했다. 할인 판매 후에도 남은 제품에 대해서는 유통기한이 긴 멸균우유나 탈지분유 형태로 재가공해 보관하는 방식으로 대응키로 했다.
하지만 시장에 할인가로 흰우유가 많이 풀리게 되자 새로운 문제로 이어졌다. 공급량이 급증한 데다 할인 제품들이 다른 유제품 판매가까지 함께 끌어내렸기 때문이다. 급식우유 납품 중단 사태가 시장 일반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유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는 급식 시장을 하지 않아 개학 연기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시장에 물량이 풀리면서 할인 경쟁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유업계 전반이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우유로서는 이런 방식을 통해서라도 흰우유를 최대한 소진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팔지 못한 흰우유를 탈지분유나 멸균유로 가공하면 가공비용과 보관비용이 추가로 소요되는 탓이다. 게다가 탈지유나 멸균유는 흰우유보다 시장가격이 낮으므로 재가공분이 많아질수록 기회손실이 커진다. 유통기한이 길어졌다고 해도 재고부담은 여전하다. 내수 시장에서 연간 소비되는 유제품 규모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개학은 내달로 예정돼 있지만 급식우유 납품 중단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도 엿보인다. 교육부는 최근 개학 후에도 등교 수업을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대체하거나 병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급한 불을 끄고 있지만 길어지면 부정적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재로서는 남는 시유를 재가공으로 돌리고 있어 미국·캐나다처럼 낙농가들이 우유를 폐기해야 하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는 협동조합 형태 특성상 낙농 조합원들로부터 우유를 매입해 판매하고, 순이익을 다시 농가들에게 재배분한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순이익이 감소한다면 낙농가에 돌아가는 배당수익이 동반 하락한다.
남양유업 역시 흰우유 비중이 50%에 이르는 급식 시장 2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실적 타격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다만 백색시유 비중이 낮고 치즈, 발효유, 가공유, 아이스크림, 커피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루고 있는 매일유업, 빙그레, 한국야쿠르트 등은 이번 코로나19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서울우유는 지난해 매출 1조724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5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90% 감소했다. 작년 당기순익은 100억원 안팎의 평년 수준을 유지했으나 2018년 유형자산 처분이익이 기저 효과로 작용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