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레버리지배율 완화...'7배 제약' 둔 이유는 한도 '6→8배' 확장, 7배 이상 유동성 감독강화…가계대출 '속도조절', 업권간 형평성 고려
이장준 기자공개 2020-04-22 14:16:51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카드사 레버리지배율 한도 규제를 기존 6배에서 8배로 완화키로 했다. 다만 레버리지배율이 7배에 달할 경우 유동성리스크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조건이 붙었다.일부에서는 사실상 7배로 제한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하는 동시에 업권 간 형평성을 고려해 규제 완화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당국은 오는 7월 카드사 레버리지배율 한도를 현행 6배에서 8배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아 여전업 감독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해 대출 만기연장 등 영향으로 현재 한도 내에서는 카드사들이 정상적으로 영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레버리지배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외형확대 위주의 경영 제한이라는 명목으로 지난 2012년 도입됐다. 그전에는 여전법 제48조에 따라 모든 여전사는 상법 제470조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의 1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한도로 사채를 발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법 개정으로 여전사는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10배의 범위에서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배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초과하지 못하게 됐다. 특히 금융위가 레버리지배율 한도를 정할 때 자산의 성격이나 건전성 등을 감안해 카드사와 캐피탈사에 달리 적용할 수 있게 했다.
금융위는 여전업법 감독규정에서 카드사와 캐피탈사에 각각 6배, 10배의 레버리지배율 한도를 부여했다. '제2의 카드사태'를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 카드사에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는 줄곧 카드사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로 작용했다. 작년 말 기준 삼성(3.2배)을 제외한 신한(5.36배)·KB국민(5.72배)·현대(5.6배)·롯데(5.57배)·하나(5.02배)카드 등 전업 카드사들의 레버리지배율은 모두 5배가 넘었다. 한계치(6배)에 근접해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카드사들은 성장을 하기 위해 매번 증자를 하거나 자산을 줄여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여기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라는 악재까지 겹쳐 카드사는 생존을 고민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각종 비용을 절감했지만 잘해야 수익성을 겨우 방어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에서는 줄곧 레버리지배율 한도 완화를 건의해왔다.
이번 개정으로 카드사들은 한숨 돌리게 됐다. 금융위는 레버리지 배율을 확대하면 자금공급력이 54조4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에서 꾸준히 건의해왔는데 코로나 19 위기로 인해 규제가 완화됐다"며 "추후 카드사들이 신용판매, 자동차할부금융도 늘릴 여지가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전제조건이 붙었다. 사전관리를 위해 레버리지배율이 7배 이상 될 경우 이익 배당처럼 자기자본 감소행위를 제한하는 등 유동성리스크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금처럼 한계치에 약간 못 미치게 관리하는 대신 충분한 여력(buffer)을 확보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레버리지배율을 사실상 7배로 제한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캐피탈사(10배)와의 한도 격차가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당국 입장에서 이런 조건을 다는 게 불가피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에 카드사만 가계대출을 늘릴 수 있게 규제를 풀어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탓이다. 가계대출 속도조절을 하면서 업권 간 형평성도 고려한 조치다.
실제 레버리지배율 산출 시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간 가중치를 달리 부여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기업대출(85%)보다 가계대출(115%)에 높은 가중치를 두겠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대출자산을 관리해야 하는 역할도 있고 다른 업권과 형평성도 고려해 일부 제약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에 규제를 풀어줄 수 없다고 일변했던 것보다 훨씬 진일보한 조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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