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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비투자 최소화' 롯데온, 주문캐파 확대 묘수 있나 마트·슈퍼 온라인 주문처리능력 日 8.2만건, '전용센터·FC' 가동률 상승 전략

전효점 기자공개 2020-05-12 13:17:0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08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커머스업계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세적인 설비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대 격전지는 배송·물류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 롯데ON(롯데온)을 출범시키며 후발주자로 합류한 롯데쇼핑은 역설적으로 경쟁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다. '돈 먹는 하마' 배송·물류에서 설비투자 지출을 최소화해야 흑자전환 시기를 당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이 내놓은 인프라 확충 계획은 마트사업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계획이 몇년 후 이행된다고 해도 롯데마트·슈퍼 부문의 온라인 일평균 주문처리능력은 이마트의 2분의 1에 그친다. 투자의 필요성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8일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특징은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으로 요약된다. O4O는 전국 롯데쇼핑 1만5000개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에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점포를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물류 기지나 구매를 이끌어내는 체험존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방점이다. 롯데쇼핑은 기존 점포를 활용하면 쿠팡이나 이마트처럼 대규모 투자 없이도 이커머스 환경에 맞게 변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본부장은 "쿠팡을 비롯해 경쟁사에 가장 비용을 많이 투입하는 부문이 물류"라면서 "물류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이익구조를 개선해 2023년 흑자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무분별한 출혈 경쟁은 안할 것"이라면서 "적자를 내면서까지 사업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이 구축했거나 앞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배송·물류 인프라는 네 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롯데마트 풀필먼트스토어(FC) △롯데슈퍼 프레시센터 △롯데마트 김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계열사별 점포 배송 등이다.

이중 유일한 신규 투자 계획은 롯데마트 풀필먼트스토어(FC) 7곳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배송경쟁 대부분이 할인점 유통품목과 밀접과 연관을 가지는 만큼, 롯데쇼핑 역시 마트 사업부문에 물류 설비투자를 집중키로 했다. 백화점 사업에서 관련 설비투자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

롯데마트 FC는 국내선 유일하게 중국 허마셴성이 구축한 신유통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의 풀필먼트센터와 달리 후방 물류센터가 없다. 마트 매대에서 곧바로 상품을 피킹해 매대 상단에 설치된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출고하는 반자동 시스템이다. 이 때문에 기존 점포를 그대로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온라인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점포를 FC로 전환할 때 드는 비용은 점포당 수십억원 수준인데, 홈플러스의 풀필먼트센터 구축에 드는 비용보다 낮은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마트 FC 2곳이 향후 9곳까지 확대되면 하루 평균 주문처리 캐파(능력)는 약 1만2000건이 추가된다. 에스에스지닷컴 온라인 전용 센터인 네오 1곳이 처리하는 주문량에 해당한다.


현재 롯데마트와 슈퍼를 통합한 일 주문처리 캐파는 △롯데마트 중계점·광교점 FC 2곳 3500건 △김포온라인전용센터 1만건 △마트 일반점포 120여곳 3만5000건(점포당 일 290건) △슈퍼 프레시센터 13곳 6100건(센터당 일 460건) △슈퍼 일반점포 400여곳 1만5000건(점포당 일 38건) 등 총 6만9600건이다. 마트 부문에서 일 평균 4만8500건, 슈퍼 부문에서 일 평균 2만1100건의 온라인 주문이 처리된다. 현재 가동률은 김포센터와 프레시센터의 경우 75~80%, FC는 50%다.

앞으로 롯데마트 FC 7곳이 신설되면 일 주문캐파는 8만2000건으로 늘어난다.

롯데마트 매장에 구축된 풀필먼트스토어(FC) 전경

문제는 신규 FC가 이르면 내년까지 추가된다 하더라도 경쟁사의 이커머스 물류 인프라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점이다. 경쟁사인 이마트의 경우 이미 네오센터 3곳과 140개 점포 PP센터를 통해 하루 처리할 수 있는 온라인 주문 캐파는 13만건에 이른다. 가동률 차이를 고려하면 실제 주문량 격차는 더욱 커진다.

할인점업계 3위 홈플러스도 온라인 인프라 구축에 한발 먼저 나선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마트 사업부에서 작년 말 기준 3만3000건인 일 주문 캐파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일 주문 캐파를 내년 말까지 12만건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롯데마트가 온라인 배송물류 추가 설비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비용 외에도 낮은 가동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경쟁에서 뒤쳐온 탓에 할인점 소비자를 온라인 환경에서 충성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현재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합한 일 온라인 주문처리 능력은 이마트(에스에스지닷컴 쓱배송 포함)의 2분의 1 수준이지만 실제 처리되는 주문 비율(가동률)은 더 낮다. 롯데온을 통해 신규 고객을 유입해 기존 인프라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의미다.

롯데쇼핑은 김포 온라인전용센터 가동률을 현재 75%에서 내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일 주문캐파 2000건의 FC 중계점은 실제 일평균 주문처리율을 연내 68%, 내년 9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일 주문캐파 1500건의 FC 광교점은 일평균 주문처리율을 연내 67%, 내년 8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경쟁력을 이마트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배송·물류 추가 설비투자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롯데마트는 당초 김포외에도 의정부와 남양주에 물류센터를 건립해 수도권 지역 전역을 커버한다는 계획이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규제로 신규 물류센터 건립 계획이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롯데쇼핑은 현재로선 FC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FC 7곳 추가 계획만으로는 전국은커녕 수도권 지역을 커버하기도 부족하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FC센터의 목적은 '옴니채널'로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고객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배송 방식을 다양화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자사의 전략"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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