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11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미국의 각 주 정부는 현장 주주총회 없이 온라인으로만 주총을 열 수 있게 하는 행정명령을 잇달아 공포했다. 델라웨어 주는 2000년에 회사법을 개정해서 온라인 주총을 허용했지만 다른 주들은 그를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델라웨어 주에서 조차도 2009년에 인텔이 처음 온라인 주총을 개최하기까지 온라인 주총은 널리 활용되지 않았다. 기술적인 문제가 많았고 현장 주총을 여는데 큰 문제도 없는데 온라인으로만 주총을 개최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온라인 주총 솔루션 기업 브로드리지(Broadridge Financial Solutions)가 필요한 기술 개발을 선도했다. 온라인 주총 개최 회사의 수는 2014년에 93개에서 2016년에 187개로 늘어났다. 2017년 이후에는 매년 200개 이상의 회사가 온라인 주총을 선택했다. 온라인 주총은 회사에 시간과 인력이 절약되고 주주들에게도 여행에 수반되는 시간과 비용의 지출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워렌 버핏처럼 주총을 좋아하는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다수 경영자들은 현장 주총을 싫어한다.
코로나19가 상황을 급변하게 했다. ISS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 4월 말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2천 개 이상의 회사가 온라인 주총을 선택했다.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도 새로운 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유연하게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데 현장 주총과 온라인 주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주총만을 허용하는 우리나라와 독일 같은 국가들은 이제 온라인 주총에 필요한 입법 조치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통상적인 주총은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데 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이 계속 중인 회사의 주총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경우 진행상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사후적으로 법률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온라인 주총이 널리 정착되는 데는 경영권 분쟁 주총 사례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2020년 4월 30일에 사상 첫 경영권 분쟁 중의 온라인 주총이 개최되었다. 버지니아 주의 디지털 마케팅 서비스 기업 티그나(Tegna)다. 티그나는 2019년 외형 약 23억 달러, 약 7천 명을 고용하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회사다. 위임장 대결이 있었고 회사가 추천한 12인의 이사 후보 전원이 선임된 후 주총은 무사히 종결되었다. 외부감사인 선임과 경영진 보수에 관한 안건도 회사 측 원안대로 다 승인되었다.
미국 로펌 웍텔 립튼이 권고하는 경영권 분쟁 온라인 주총 유의사항에 따르면 온라인 경영권 분쟁 주총에 필요한 플랫폼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외부 전문기업과 함께 회사가 주총의 기술적 준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분쟁 상황에서는 주주명부와 주주 신원 확인, (중복) 위임장 확인, 외부인 참석 허가, 개별 의안 상정과 투표, 회의 진행 중 질의응답 등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주총 방해를 위한 해킹 방지책도 있어야 한다. 온라인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출석율이 현저히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회사는 대규모 주총 진행계획과 문제 발생 시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제반 문제에 관한 회사 측과 분쟁 상대방 주주 측의 소통 채널도 준비되어야 하고 사전 협의도 필요하다. 현장 주총에서는 어렵지 않은 양측간 비상 대화가 온라인 주총 상황에서는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가 언제 잡힐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시점이 되면 저평가 회사를 중심으로 경영권 분쟁과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다시 활발해 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코로나 때문에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미국 기업들이 포이즌필(Poison Pill) 도입을 포함한 경영권 방어 조치를 속속 취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경영권 방어 장치인 포이즌 필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성행하다가 주주권 강화 조류와 함께 장기간 쇠락했다. 2019년 말 현재 S&P 500 기업들 중 포이즌 필을 설치한 기업의 수는 25개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2020년 3월 2일 기준으로 49개 회사가 포이즌필을 새로 채택하는 등 포이즌필은 ‘귀환’ 중이다. 포이즌필의 쇠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ISS 등 의결권자문사들도 일정한 조건 하에서 포이즌필 도입에 부정적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게 되면서 그에 필요한 기술적, 행정적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주총도 많은 사람들이 실내의 한 공간에 모여 활발하게 의사를 교환하는 곳이고 특히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회사의 주총은 활동성이 한 차원 높은 곳이다. 온라인 주총이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의 주총에도 무리없이 활용될 수 있게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