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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자율주행차 시대 앞당겨지나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0-04-08 17:09:3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08일 1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잡혀도 세상은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경제위기야 극복할 수 있겠지만 우리 인간들이 사는 모습은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예측이 많다. 트럼트 대통령과 함께 코로나 브리핑을 하는 감염병 전문가 파우치 박사도 코로나 이후의 ‘정상화’의 의미가 경제, 사회활동의 재개를 말한다면 정상화겠지만 세상의 모습을 말한다면 결코 정상화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모습을 달리해서 지속적인 현상으로 굳어질 수 있다. 뉴욕 같은 대도시의 상점과 식당이 모두 문을 닫고 사람들이 다 집안에 묶여있는 상황은 문자 그대로 ‘불가능’한 것이다. 거의 기적적인 상황이고 이를 통해 인류는 역사에서 처음으로 특이한 경험을 하고 있다. 사람들과 별로 대면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이다.

비대면 사회생활은 사실 그간 조금씩 확대되고 있었다. 기술 발달로 이제는 대면 대화 없이도 의사가 잘 소통된다. 여기에 성격상의 특징이 가미되면 대면이 기피된다. 특히 신세대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구세대가 보기에는 더 번거로운 방식으로 소통한다. 한 빅데이터 전문가가 말했듯이 ”사람을 상대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태어났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도 큰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깨닿는 중이다. 이제는 사회성이 없어도 큰 흠이 아니고 ‘인싸’들의 파워도 예전만 못하게 될 것이다.

지금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은 항공운송이다. 항공기제조산업도 순차적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육상운송도 움츠러들었고 자동차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시한부다. 코로나가 제압되면 다시 재가동될 것이다. 요는 재가동의 모습이 장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환경오염이 감소했다고 한다. 일시적일 수 있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 계기가 되면 지속적이 된다. 꼭 코로나 때문만은 아니지만 유가도 하락하고 있다. 이 두 요소를 합치면 내연기관 자동차가 예상보다는 더 지속될 수 있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주춤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위해 막대한 투자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경기침체가 오면 투자가 미루어질 수 밖에 없고 자동차 가격과 유가가 동시에 하락하면 세계 각국 정부와 소비자들이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도입은 빨라질 것이다. 전기차도 자율주행과의 결합을 통해서는 더 속도를 낼 것이다. 우버가 인기있는 이유 중 하나는 택시와 달리 운전자와 단 한 마디의 대화도 필요 없다는 점이다. 대화를 안해도 서로 필요한 정보는 다 안다. 대화보다 의사소통이 정확하고 주행 상황은 더 안전하다. 그렇긴 해도 처음 보는 사람과 좁은 공간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다는 불편은 제거할 수 없다. 코로나가 여기에 결정타를 날렸다. 불편뿐 아니라 위험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다. 또, 전혀 모르는 누군가가 내가 탄 차를 운전하는 것은 원래 불안한 일이다. 위급상황의 융통성만 빼면 우리는 사람보다 기계를 더 신뢰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는 21세기 경제의 디지털화 가속과 더불어 비로소 본격화 되었다. 현재 자동차회사들뿐 아니라 구글같은 디지털기술기업, 그리고 옥스퍼드대 같은 대학들도 이 분야에서 활발하게 움직인다. 제도적 인프라도 개선 중이다. 2019년 현재 미국의 29개 주가 자율주행차를 허용하는 법령 개정을 완료했는데 우리나라도 자동차관리법이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로 자율주행자동차를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의3). 자율주행차 상용화와 기술개발 촉진의 기초가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은 2019년의 540억 달러 규모에서 2026년에는 557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한다. 선두주자는 웨이모(Waymo)인데 알파벳의 자회사다. 즉, 구글 계열사다. 구글 내부에 있다가 2016년에 독립했다. 2018년 12월 미국 아리조나 주 피닉스 지역에서 자율주행 택시(Waymo One)를 론칭했다. 2013년까지 현대자동차 아메리카 CEO를 지냈던 존 크라프칙이 이끌고 있다. 애플도 이런저런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구글을 바짝 추격 중이다.

자동차 회사들 중에서는 GM이 대주주인 크루즈가 앞서가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혼다도 참여한다. 론칭되면 구글, 애플과 같은 디지털 회사들과는 달리 대량생산에서 강점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2017년에 포드가 10억 달러로 출범시킨 아르고AI도 있다. 아르고AI에는 폭스바겐이 최근에 합류했다.

우버도 회사의 사활을 걸고 자율주행에 투자한다. 2019년 기업가치가 72억 달러였을 때 자율주행에 10억 달러를 투자했을 정도다. 토요타와도 협력한다. BMW와 다임러는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화웨이는 아우디와 손잡았다. 그리고, 거의 모든 언론이 2020년을 자율주행차 출시 시점으로 보았을 때 2018년에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장담했던 테슬라도 있다.

자율주행차 연구는 서구에서 192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1980년대에 들어 현대적인 의미의 프로젝트가 미국과 독일에서 본격 등장했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유의미한 자율주행은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1993년이다. 자율주행 분야 선두주자인 구글이 (1998년에) 탄생하기도 전이다. 고려대 산업공학과 한민홍 교수가 아시아자동차의 ‘록스타’를 개조해 만든 자율주행차로 고려대에서 청계고가차도, 남산1호터널, 한남대교를 거쳐 여의도 63빌딩까지 약 17㎞ 구간을 무사히 자율주행했다. 2년 뒤에는 경부고속도로도 달렸다(중앙일보 2018.8.27.).

당시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감이 있다. 자율주행차는 완성차 기업과 부품기업, 그리고 정보기술(IT)기업의 3박자로 탄생하는 것인데 1993년이면 아직 현대차가 연 100만대 생산도 돌파하기 한 해 전이다. IT산업도 아직 개화하기 전이었다. 삼성전자가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도약을 개시한 것도 1993년이었다. 또, 자율주행은 도로인프라의 업그레이드를 전제로 하고 인프라와 자동차간 정보의 교환이 필수다. 자동차 기술만으로는 부족한 일이고 정부와의 파트너십도 다면적으로 잘 돌아가야 한다. 당시 정부가 이 사업을 이해하고 파트너가 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현대자동차도 자율주행 부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27일에 미국의 자율주행기술업체 앱티브(APTIV)와 합작법인 설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4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50대 50으로 진행한다. 합작법인은 현대차의 설계, 개발, 제조 역량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융합해 스마트 모빌리티 사업의 성장을 추구한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발생하는 인명 피해를 최대한 줄이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정부와 기업들이 총력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일부에서라도 코로나 이후의 경제, 경영환경과 사회 변화를 조용히 예측하고 그 결과를 기업 전략의 수정이나 재작성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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