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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캐피탈 M&A]해외 원매자들 눈독들이는 배경은국내 교두보 마련…우량 매물에 러브콜

최익환 기자공개 2020-05-14 14:09:56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08: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국 핑안보험그룹(Ping An Insurance Group) 등 해외 금융사들이 효성캐피탈 인수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교두보 확보와 자국 기계산업 연계를 통한 수익창출 가능성을 주된 배경으로 꼽는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금융시장 충격이 덜한 국내 시장에 진출해 업사이드를 노리려는 숨은 의도도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중국 핑안보험그룹 계열사인 핑안인터내셔널파이낸셜리싱을 포함한 해외 원매자 서너 곳이 효성캐피탈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미 이들 원매자들은 효성캐피탈의 인수 검토를 위한 관련 자료를 매도자 측으로부터 수령해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그동안 효성그룹은 전략적투자자(SI)는 물론 외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과 논의를 지속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던 효성캐피탈은 해외 원매자들의 등장을 계기로 매각작업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당장 해외 원매자들이 국내 시장 중위권에 위치한 효성캐피탈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없어…국내 여전업 진출 가능

업계는 우선 효성캐피탈을 통해 해외 원매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의 교두보를 손쉽게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주식을 취득·양수해 대주주가 되려면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캐피탈사 등 여신금융전문업법이 규정한 업종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즉 효성캐피탈을 인수할 경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 거래의 종결가능성과 신속성이 높다는 장점에 해외 원매자들이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꾸준히 국내 리스시장 진출을 노려온 것으로 전해진 핑안인터내셔널파이낸셜리싱 등에겐 매물의 적합도가 높게 평가됐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효성캐피탈을 통해 국내 금융사 인수에 나설 경우엔 업종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때 인수자가 국내 시장에서의 활동을 통해 신인도를 제고하고 긍정적 인상을 심어줄 경우 심사 통과는 보다 용이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지난해 매물로 나왔던 롯데캐피탈도 비슷한 이유에서 해외 원매자들의 러브콜을 받은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금융사들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없는 캐피탈사 등 여신금융전문사를 우선적인 인수 대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국내시장에서 추가적인 M&A를 시도할때도 유리한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자국 기계산업 연계 시너지 창출 높이 평가한 듯

효성캐피탈에 접근한 해외 원매자들이 대부분 기계장치와 산업분야에 강점을 가진 국가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최근 공작기계와 산업설비 등의 수출을 늘리고 있는 중국을 포함해 전통적인 산업국가인 일본계 원매자도 효성캐피탈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효성캐피탈은 공작기계 등 산업설비 관련 금융에 강점을 보여온 회사다. 효성그룹은 2007년 스타리스를 3023억원에 인수해 2009년 계열사 효성캐피탈과 합병시켰다. 2019년 말 기준 영업자산 1조9962억원 중에서 옛 효성캐피탈이 강점으로 가졌던 산업설비 관련 자산은 7599억원으로 전체의 38.1%에 달한다.


산업설비와 관련된 리스금융은 기계를 구매하는 사용자가 고객이지만, 캐피탈사들은 설비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펼쳐야하는 독특한 특성을 지닌다. 주요 산업국에 기반을 둔 해외 원매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자국에서 구축한 제조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외 산업설비 리스분야에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등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일본산 산업기계는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일본계 원매자들 역시 효성캐피탈 인수를 통해 국내 산업기계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점차 국내 산업기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핑안인터내셔널파이낸셜리스 등 중국계 원매자들의 구미를 당겼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효성캐피탈의 경우 공작기계 등 설비금융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온 회사로 자산구성이 독특하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며 “해외 원매자들이 효성캐피탈의 밸류업 전략을 수립할 때도 설비금융을 중점에 두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19’ 포석…국내 금융시장 안정성 높이 평가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내 시장이 입은 충격이 주요국과 비교해 다소 적다는 점 역시 해외 원매자들이 효성캐피탈에 관심을 갖게된 또다른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등은 국내 경제에 대한 코로나19 피해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실제 12일 무디스(Moody’s)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2’로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 잠재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매자들은 국내 시장과 효성캐피탈에 닥친 악재가 제한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정부의 지원가능성이 높아지며 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정부는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 유동성 지원의 기회를 6월부터 여신전문금융사에 열어주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시장 안정화 작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효성캐피탈의 원매자들에게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금조달에 대한 악재가 단기간 내에 해소될 경우, 효성캐피탈의 새 인수자 역시 경기회복 국면에서 자산규모를 증가시킬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주요국 금융시장은 사실상 마비상태나 다름없지만 국내 채권시장은 조달시도라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조달에 대한 우려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효성캐피탈의 매각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성그룹은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에 따라 오는 12월까지 효성캐피탈의 매각작업을 완료해야한다. 효성그룹은 효성캐피탈의 희망 매각가격으로 지난해 순자산 4167억원에 준하는 PBR 1배 이상의 가격을 원하고 있다. 매각주관사 BDA파트너스는 이르면 다음달 후순 경 예비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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