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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해외채권 비중 축소...운용전략 변화 환헤지 비용 증가·국채 매력도 상승…"해외투자 당분간 축소"

이은솔 기자공개 2020-05-22 10:26:24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0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이 그동안 적극적으로 확대해왔던 해외투자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운용 전략을 선회했다.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가 확대되며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예상과는 상반된 방향이다. 해외자산의 환헤지 비용 부담이 커지고 국채의 매력도가 상승했다는 점에서 포트폴리오를 수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동안 채권 포트폴리오 중 해외단기채권의 비중을 6%에서 4%까지 줄였다. 전체 운용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해외증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1분기말 28%로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감소했다. 해외채권 등을 매각해 실현한 이익 3500억원 중 일부는 국내 장기채 매입에 쓰였다.

보험사는 자산과 부채 사이의 듀레이션을 줄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단기채권은 매각하고 장기채권을 매입한다. 그동안 한화생명은 수익성이 좋은 해외 장기채권을 많이 매입해왔다. 해외채권이 국내채권보다 평균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해외 장기채를 매입하면 듀레이션 갭을 줄이는 동시에 수익성도 담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환헤지 비용이 변수로 떠올랐다. 보험사는 해외투자자산의 환리스크 방지를 위해 파생상품을 이용해 환헤지를 한다. 환헤지를 하면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 위험을 방어할 수 있으지만 변동성이 커질수록 비용부담이 가중된다. 특히 환율이 상승할 경우 통화 스왑금리가 높아지면서 환헤지비용이 증가한다.

지난해 생명보험업계 빅3인 한화생명이 적자로 돌아섰던 이유 중 하나도 환헤지 과정에서 발생한 파생상품 손실이었다. 파생상품손실은 투자영업비용으로 반영돼 수익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화생명의 외화증권 중 80%는 미국 달러화 채권인데,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서 환헤지비용이 커진 게 운용이익률을 낮추는 원인이 됐다. 한화생명은 2018년까지는 파생상품에서 29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26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도 해외자산에 대한 헤지비용은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했고 변동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미 국채 금리가 급락하면서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가격이 상승한 채권을 팔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국내 채권을 사면 자산 듀레이션은 높이면서 운용이익률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1.43년까지 벌어졌던 자산 부채 듀레이션 갭을 올해 1분기말 0.83년까지 좁혔다.

반면 국내 채권의 효율성은 높아졌다. 3월 말 국채 장단기 금리차는 2월 말 스프레드의 두 배인 58bp까지 확대됐다. 단기채 대비 장기채의 금리가 크게 올라갔는데, 금리가 오르면 채권가격은 떨어지는만큼 장기채를 매입해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채권을 싸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진기천 한화생명 투자사업팀장은 1분기 실적발표 IR에서 "장기채를 운용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리 가격만큼이나 금리 커브도 중요한데, 국내채권의 커브가 스티프닝(Steepening)해지면서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1분기 국내보다 미국채 금리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채권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헤지비용을 감수하면서 비싼 해외채권을 보유하는 것보다 국내채권을 매입하는 게 비용 대비 듀레이션 관리에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해외투자 비중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올해 1분기가 처음이다. 고금리 확정형 상품 비중이 높은 한화생명은 저금리 기조에서 이원차마진을 극복하기 위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2013년에는 5%에 불과했던 해외증권 비중은 2014년 11%로 뛰었다. 이후 매해 증가세를 기록해 2017년에는 25%, 2018년에는 28%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29.3%로 당시 금융당국의 해외투자 한도인 30%에도 거의 다다랐다. 국내 생명보험사 중 해외유가증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도 한화생명이었다. 같은 시기 빅3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이 8%, 교보생명이 20% 가량의 해외자산을 보유하고 있던 것과도 큰 차이가 난다.

때문에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가 확대됐을 때 한화생명에 투자 확대의 여지가 생겼다는 시각도 있었다. 지난 4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보험사는 기존 30% 한도 내에서 운용해야 했던 외화자산을 50%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한화생명의 1분기 실적발표(IR)에서는 애널리스트들은 해외 자산을 얼마나 빠르게 늘릴 계획인지 질의하기도 했다.

다만 한화생명은 당분간 해외투자를 확대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투자 축소가 1분기 중 일시적 현상이 아닌 포트폴리오 전략의 변화라는 점을 IR에서 시사했다.

진 팀장은 IR에서 "한도가 확대된 건 자산운용 효율성 높이는데 도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당분간 해외채권은 줄이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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