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IT '미다스 손' 최장림, 동양네트웍스로 제2 창업 싸이버로지텍 글로벌 1위 달성 공로…오너로 변신, 금융IT 해외개척
이경주 기자공개 2020-05-22 15:04:13
이 기사는 2020년 05월 19일 1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만해운IT솔루션 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최장림(사진) 전 싸이버로지텍 사장(현 동양네트웍스 사장)이 금융IT솔루션 회사 오너로 깜짝 변신했다.최 사장은 1세대 해운IT 벤처창업가다. 토탈소프트뱅크를 세워 국내 항만 소프트웨어 시장을 개척해 냈다. 이후엔 싸이버로지텍 전문경영인으로 합류해 해운IT 글로벌 1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다음 항로는 제2의 창업이었다. 최 전 사장은 과거 동양그룹 소속 SI(시스템통합)계열사였던 동양네트웍스를 인수했다. 동양네트웍스를 통해 이번엔 금융IT 해외시장 개척에 도전한다.
◇동양네트웍스 지분 100% 인수…'전문경영인→오너' 변신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 전 사장은 이달 말 전후로 동양네트웍스 지분 100%를 인수할 계획이다. 지분 인수를 전제로 이미 올 3월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이를 위해 전 직장인 싸이버로지텍 대표이사직에선 비슷한 시기에 물러났다.
동양네트웍스는 코스피 상장사 비케이탑스가 올 3월 IT부문을 100% 물적 분할해 설립된 회사다. 비케이탑스의 전신은 동양그룹 SI계열사였던 동양시스템즈다. 동양그룹이 유동성위기로 해체되면서 비케이탑스는 2014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현재 최대주주는 라임자산운용(9.52%)과 포트코리아자산-IBK기업은행(6.32%)다.
비케이탑스 주력은 IT부문이었다. 회생절차 이후 수년 간 사업안정화를 도모했으나 한계가 분명했다. 비케이탑스는 지난해 매출 556억원에 영업손실 150억원을 기록했다. IT부문이 같은 기간 매출 440억원에 영업손실 103억원을 낸 탓이다. 이에 결국 IT부문을 분리(동양네트웍스)해 IT전문가인 최 사장에게 넘기게 됐다.
동양네트웍스의 고객군은 여전히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이 주요 고객으로,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과 동양생명, SK매직(옛 동양매직), 동양, 동양파일 등과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양계열이 아닌 새 고객 유치에도 성공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K뱅크도 고객사다. 2017년부턴 신용보증기금과도 거래를 개시했다. 현재 총 고객수는 29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오너 전문성과 시너지…해운IT 1위 만든 실력자
잦은 대주주 변경과 수익성 악화로 고전했던 동양네트웍스 입장에선 구원투수를 만났다. 업계 최고 전문가가 CEO겸 오너가 됐다. 최 사장은 해운IT 시장 개척자로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최 사장은 벤처창업가로 시작했다. 항만 소프트웨어 제작 업체인 토탈소프트뱅크를 1988년 설립했다. 이 회사 제품 '케이토스'는 세계 2위 점유율을 달성할 정도로 경쟁력이 있었다. 최 사장은 2002년 토탈소프트뱅크를 코스닥에 상장 시키는데 성공했으며 경영권도 매각했다.
이후엔 전문경영인이 됐다. 2006년 옛 한진그룹 계열사이자 해운IT솔루션 업체인 싸이버로지텍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만해도 싸이버로지텍은 한진해운 내부일감이 90~95%를 차지하는 전형적인 대기업계열 SI였다.
최 사장은 과감히 해외진출을 선언했다. 2007년 엔터프라이즈(기업용) 해운IT솔루션 개발을 시작했고 3년만인 2010년 첫 해외고객사를 확보했다. 이는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해운IT 1위로도 발돋움하는 계기가 된다.
싸이버로지텍은 한진해운이 2016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2017년 파산하면서 매출 안전판이 영구적으로 사려졌다. 하지만 오히려 기회가 됐다. 한진해운 계열사가 만든 솔루션이라서 기피했던 경쟁 선사들이 대거 발주를 시작했다.
세계 6위 일본선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가 2017년 고객사로 합류했다. 덕분에 싸이버로지텍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 1100억원이던 매출이 2017년 1622억원으로 47.4% 늘고, 영업이익은 252억원에서 709억원으로 181.3% 증가했다. 2017년 영업이익률이 43.7%에 달했다.
싸이버로지텍은 2017년 이후로 현재까지 글로벌 해운IT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컨테이너 솔루션 점유율은 세계 12%, 국내는 33%다. 터미널 솔루션은 세계 13%, 국내 50%다.
◇해외에 30년 인프라…이번엔 금융IT로 해외개척
동양네트웍스는 최 사장 부임 이후 해외진출 계획을 시작했다. 금융IT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만큼 글로벌 금융도시에 위치한 기업들에 금융IT솔루션을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6개 국가나 도시를 후보군으로 잡아 놨다. 홍콩과 싱가포르, 두바이, 뉴욕 등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 바로 영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자신감은 최 사장의 오랜 해외영업 인프라에 기인한다. 최 사장은 창업가 시절부터 약 30년간 글로벌 각지에 있는 고객사나 현지 에이전시 인력과 친분을 다져왔다. 싸이버로지텍이 해외진출에 성공했던 배경 중 하나다. 현재도 화상회의를 통해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다.
최 사장은 동양네트웍스가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는 통신망 구축이 완벽하고 이에 발맞춰 IT서비스도 월등히 발달해 있다. 반면 국내 주요사업자인 대기업계열 SI업체들은 계열사 일감을 소화하는데만 주력해 해외진출에 소극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동양네트웍스 관계자는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90% 이상 이용하고 있다면 일본은 선진국임에도 40%에 그친다”며 “직접 겪어보면 해외는 서비스 수준이 낮다. 국내 SI 업체들이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국내 SI업체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소극적이었다. 계열사 일감이 우선인데다 경험이 없었던 탓에 오랜기간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이라며 “동양네트웍스는 해외경험이 풍부한 최장림 사장이 왔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 없다. 최 사장이 구축해 놓은 인프라를 활용해 영업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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