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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탁월한 라이나생명, 코로나19 몸값 높일 기회 [외국계 보험사 경쟁력 분석]④TM→대면채널 '체질개선'…미국계 푸르덴셜발 매각설 불구 '그룹 내 기여도 톱' 공식 부인

이장준 기자공개 2020-06-02 13:33:03

[편집자주]

외국계 보험사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어언 30년의 세월이 흘렀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성장세가 뚜렷했지만 시장이 포화되면서 M&A도 활발해졌다. 중견사도 예외는 아니다. 2018년 오렌지라이프가 신한금융그룹에 넘어간 데 이어 올해에는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그룹 품에 안긴다. 아직 남아있는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출한 히스토리와 포트폴리오상 강점 등 경쟁력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8일 1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국계 회사의 고배당은 '국부 유출'이라는 명목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엑시트(투자금 회수)의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보험사 중에서는 라이나생명이 고배당의 대명사처럼 인식된다. 그럼에도 수익성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아 꾸준히 성장한 만큼 한국법인을 쉽게 매각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라이나생명은 워낙 순이익, 영업이익률이 좋아 교섭력이 강하다"며 "원매자 측에서 공격적으로 가격을 부르지 않는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룹 내 위상도 탄탄해 라이나 측에서는 부인하지만,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빚어진 위기상황에서 수익성·성장성 등 매력을 통해 오히려 몸값을 띄울 기회로 보기도 한다.

라이나생명은 생보업계에서 순이익 기준 '빅3'에 해당할 만큼 순자산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다는게 강점이다. 사실상 100% 보장성보험으로 구축한 포트폴리오 덕분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여파가 거의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존 텔레마케팅(TM) 채널에서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중심축을 옮기는 데도 성공했다.

◇1호 외국계 보험사…TM 채널 집중, 보장성 비중 99%

라이나생명의 모기업 시그나(Cigna)그룹은 의료보험과 헬스케어를 주력으로 한다. '라이나(Lina)'라는 브랜드는 그중에서 생명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에 붙인다. 1792년 설립돼 미국 코네티컷주 블룸필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전 세계 30여개국에 진출해 지난해 기준 48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라이나생명은 제1호 외국계 보험사로 출범한 하우스다. 1986년 11월 한국에 지점 설치 허가를 신청해 이듬해 4월 진출했다. 1996년 외국계 생보사 가운데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04년에는 법인으로 전환했다.

처음엔 라이나생명도 고전했다. 당시 국내사들이 인맥을 활용해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아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2008년 라이나생명은 실험적으로 텔레마케팅(TM)팀을 만들고 TM 채널을 구축해 활로를 모색했다.

TM 채널에서는 판매가 간편한 보장성보험만을 팔 수밖에 없었다. 라이나생명 수입보험료의 99% 가량이 보장성보험으로 구성된 배경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치아보험과 실버보험이다. 2008년 국내 최초로 치아 전문보험을 출시하면서 당해 금융감독원이 우수금융신상품으로 선정했다. '(무)OK실버보험'은 배우 이순재 씨가 광고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타며 효자상품으로 거듭났다.


저축성보험을 판매하지 못해 규모를 키우지는 못했다. 저축성보험은 단기간 내 외형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환입되는 자금이 커 단기간 내 보험료 수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라이나생명의 총자산은 작년말 기준 4조7643억원으로 총 24개 생보사 가운데 21위에 불과하다.

대신 2023년 도입될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서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저축성보험은 일정한 금리보장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상품인 만큼 예정이율이나 최저보증이율 이상을 무조건 보증해야 해 책임준비금에 대한 부담이 크다.

저축성보험을 거의 취급하지 않는 라이나생명 입장에서 IFRS17은 사실상 '남의 얘기'다. 라이나생명의 보험부채적정성(LAT) 잉여금 비율은 241.82%로 업계에서 가장 높다. LAT는 보험부채 시가평가액을 추정해 그보다 많은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만든 제도다. 다음으로 LAT 잉여금 비율이 높은 메트라이프생명(40.79%)과도 격차도 상당하다.

자본여력(RBC)비율도 넉넉하다. 작년말 기준 라이나생명의 RBC비율은 305.14%다. 배당을 많이 하는 만큼 30bp 가량 하락할 때도 있지만 수익성이 좋아 이익잉여금으로 금세 메꿔왔다. 통상 결산 기준으로 RBC비율 300% 이상을 유지하는 추세다.

◇대면채널 확장…'체질 개선', 수입보험료 성장

TM 채널을 중심으로 우뚝 성장한 라이나생명은 암초에 부딪혔다. 2014년 신용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건 이후 홈쇼핑 등 금융당국의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전화로 보험을 추천받는 고객들의 피로도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

라이나생명은 TM 영업 비중을 줄이면서 의존도를 낮추기로 했다. 전통적인 영업 방식인 대면채널으로 보폭을 넓혔다.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방카슈랑스 판매 채널을 다시 오픈했고 독립법인대리점(GA) 중심으로 대면 영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모집방법별 초회보험료를 보면 변화는 뚜렷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생보사의 성장성을 보여준다. 2014년까지만 해도 라이나생명의 대면모집과 TM 채널 초회보험료는 각각 47억원, 318억원이었다. 하지만 두 채널의 비중이 점점 좁혀지더니 작년에는 대면모집(217억원)과 TM 채널(178억원) 초회보험료가 역전됐다.

주력 채널을 바꾸는 과정에서 2016년 442억원이었던 일반계정 초회보험료가 2018년에는 343억원까지 떨어지며 주춤하기도 했다. 지난해 들어 대면채널 초회보험료가 크게 늘며 다시 395억원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수입보험료 역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라이나생명의 일반계정 수입보험료는 2조5075억원을 기록했다. 저축성보험(268억원), 특별계정(431억원)은 미미했다. 대면채널로 체질 개선을 하면서도 보장성보험 위주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운용자산이익률이 업계 꼴찌 수준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년말 기준 라이나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2.6%를 기록했다. 대부분 생보사가 수익성 보전을 위해 투자에 집중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그만큼 보험 영업만으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보장성보험 위주로 구성돼 자산운용 규모가 작기도 하고 운용보다는 판매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안전하게 채권투자 위주로 운용해 수익률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푸르덴셜 이후 불거진 매각설…"수익성 좋아 그룹 내 입지 뚜렷"

라이나생명의 순이익은 작년 3510억원을 기록했다. 치아보험과 암보험금 청구가 늘면서 위험률차(사차) 손익이 줄었다. 1년 전(3701억원)보다는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생보업계에서 삼성생명(8338억원)·교보생명(5212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오렌지라이프(2701억원), 푸르덴셜생명(1408억원)보다도 한참 많은 수준이다.

총자산 자체는 작다 보니 총자산수익률(ROA)은 유독 눈에 띈다. 작년말 기준 라이나생명의 ROA는 7.61%인데 생보사 중에서 ROA가 1%를 넘기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많이 벌어들인 만큼 배당도 꾸준히 많이 했다. 라이나생명은 2014년부터 30%가 넘는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2016년부터는 배당금이 1000억원대로 올라섰다. 특히 2018년에는 배당금이 3500억원에 이르면서 배당성향이 94.6%에 달했다.


배당성향은 일시적으로 높아진 게 아니라 꾸준히 높았고, 수익성이 뒷받침 되면서 다른 외국계 하우스에 비해 매각설이 많이 나오는 하우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계인 푸르덴셜생명이 매각되자 라이나생명도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입길에 올랐다.

라이나생명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그나그룹이 사옥을 보유한 곳은 미국 본사와 한국뿐일 정도로 지원을 많이 해주고 위상도 높다"이라며 "수익과 배당 모두 잘 나오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계속해서 주시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화되면서 보험사가 대면영업에 차질을 빚는 등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시장에서는 생보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라이나생명의 수익성과 성장성 등 매력이 돋보일 시기로 보기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는 달리 보면 '옥석'을 가릴 수 있는 기회"라며 "만약 보험사를 인수한다면 위기상황에도 우량한 회사인지 추이를 볼 것"이라고 전했다.

라이나생명은 매년 이익잉여금이 쌓이며 자본이 늘고 있다. 작년말 라이나생명의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한 순자산(자기자본)은 1조6752억원이다. 여기에 KB금융그룹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할 때 적용한 주가순자산비율(0.78배)을 적용하면 몸값은 1조3067억원이다.

이는 현재 라이나생명의 수익성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으로 풀이된다. 최근 6개년 라이나생명의 평균 순이익은 2820억원이다. 최근 3개년만 보면 3476억원 수준까지 올라가는데, 이 정도 수익성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매수자 입장에서는 4년이 채 안돼 본전을 넘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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