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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한진칼, '일반공모'로 BW 발행하는 속내는청약 자격 일반투자자로 확대, 경영권 분쟁 영향 최소화 의도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03 09:46:37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자금 마련 방안으로 '일반공모' 방식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당초 한진칼은 자산 매각과 주식·부동산 담보부 차입 등으로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막판에 BW 발행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이번 결정이 추후 3자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과의 지분율 싸움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경영권 분쟁 당사자인 조원태 회장 역시 이를 고려해 자금조달 방안을 결정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3자연합이 BW 전량을 인수할 경우 보유 지분율이 50%에 육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원천 차단했다.

한진칼은 지난 1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방식으로 3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하기로 결의했다. 이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중 2000억원은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에, 나머지 1000억원은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특히 실권주 발생으로 문제가 생기는 상황을 없애기 위해 주관사인 유진투자증권이 총액을 인수하도록 했다.

이로써 한진칼은 대한항공이 조만간 실시하는 1조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을 모두 확정했다. 지난달 14일 유상증자 참여를 공식화한지 18일 만이다. 대한항공 최대주주(보통주 기준 29.96%)인 한진칼은 지분율 희석을 막기 위해 배정 물량(약 2400억원)보다 많은 30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눈에 띄는 건 한진칼이 누구나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일반공모' 방식으로 BW를 발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정관상 300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주우선공모와 제3자배정 등도 가능하지만 굳이 주주와 일반투자자의 참여가 모두 가능한 일반공모를 택했다. 이를 두고 이번 BW 발행이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활용되는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실 BW는 발행회사인 한진칼 입장에서 유상증자와 비슷한 측면이 강하다. 투자자에게 추후 신주인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지만 기본적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권 방어에 나서야 하는 한진칼에겐 누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지와 마찬가지로 누가 BW를 인수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우호세력이라면 추후 인수권을 행사해 '내 편'이 돼 줄 수 있다.

하지만 한진칼은 이번에 유상증자를 추진하지 못했다. 3자연합과의 지분율 다툼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제3자배정'은 마땅한 백기사를 찾지 못하며 뜻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3자연합이 두 차례나 내용증명을 보내 요구한 '주주배정'은 지분율 유지를 위한 자금 마련 부담 때문에 깊이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공모' 역시 주가 폭락이나 청약 미달 우려로 현실화하지 않았다.

대신 일반공모 방식의 BW를 발행하기로 했다. BW 역시 제3자배정과 주주우선공모의 경우 유상증자 추진과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면 우군이 있거나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일반공모는 해결책이 있다. 한진칼은 청약의 문을 주주 외의 투자자들에게도 열어두되 주관사가 총액을 인수하도록 하면서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일반공모는 3자연합이나 조 회장 측이 BW를 대량 매입할 가능성도 사실상 봉쇄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투자자의 참여가 점쳐지는 만큼 경영권 분쟁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희박해 굳이 무리해서 투자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3자연합이 신주인수권 전량을 사들인다고 가정하면 추후 보유지분율이 50%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2일 기준) 45.23%에 새로 발행되는 신주 331만1258주를 더하면 지분율이 48.13%로 늘어난다. 소액주주 등 일부가 힘을 보태주면 과반 차지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다만 3자연합은 3월 주총 당시 우군이었던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지분율을 2.21%에서 0.3%로 낮추면서 현재 우호지분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반대로 조 회장 측이 전량을 인수하면 44.87%로 3자연합(42.83%)을 2%포인트 가량 앞서게 된다. 조 회장 등이 직접 BW 인수에 나서긴 사실상 어려워 보이지만 백기사들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GS칼텍스나 한일시멘트 등 기존 우군이 일부라도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피하면서도 3자연합의 지분율 확대를 적절히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게 됐다. 물론 양측이 청약에 참여해 일부 지분율 확대에 나설 가능성은 당연히 남아있다.

한진칼 관계자는 "주주·일반인 대상 청약 절차를 한꺼번에 진행하는 일반공모 방식이 청약률 상승과 일정 단축을 가능하게 해 대한항공 유상증자 납입 일정 준수에 보다 유리하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유상증자 청약일은 7월9~10일, 납입일은 7월17일이다.

특히 한진칼은 시간상의 이유와 이자비용 부담 등을 줄이기 위해 자산 매각과 주식·부동산담보차입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유상증자 일정을 고려할 때 한달 내 자산 매각을 해야 하는데 기한 내 성사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에 쫓겨 제값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력하게 점쳐졌던 주식담보부차입은 이자비용 부담 등으로 실행에 옮기지 않기로 했다. 추후 투자자들이 신주인수권 행사시 자본확충 효과을 내 부채비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칼 관계자는 "대한항공 유상증자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실현가능한 방법중 가장 유리한 것을 찾아낸 것"이라며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대출 이자가 비싸기 때문에 금리가 낮은 BW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가 4%대 이상으로 알려져있지만 이번 BW는 표면이자율이 2%, 만기이자율은 3.7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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