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외길 바이오 베테랑' 김명기 LSK인베스트 대표 LG화학기술연구원 신약개발로 첫발, 30여곳 700억 누적투자
이광호 기자공개 2020-06-05 07:15:42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3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바이오 벤처투자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1세대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신약개발 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래 한 번의 공백기 없이 달려온 베테랑이다.국내 유망 바이오 기업들을 발굴하며 바이오산업을 키우는데 일조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을 만들어낸다는 사명으로 투자기업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LSK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최초의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이다. 김 대표는 바이오산업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A부터 Z까지 설명하지 않아도 사업을 한 눈에 간파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고 있다. 여러 투자 분야를 아우르는 기존 벤처캐피탈과 결이 다르다. 기술적 특징을 중심으로 시장과 사업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유의미한 포트폴리오를 쌓고 있다.
신생사인데도 신속한 펀드레이징과 활발한 딜 소싱을 통해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공자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의사결정이 빠른 편이다. 지금까지 4개의 벤처조합을 통해 30여개 기업에 7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업력에 비해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자랑한다. 바이오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평가다.
◇성장스토리 : '미생물학 박사' LG화학서 LSK까지 바이오 올인
김 대표는 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학력고사 시절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에 입학한 뒤 관련 지식을 쌓았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박사 과정을 밟은 뒤 미생물학 박사가 됐다. 바이오 전문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연수과정을 거친 뒤 1997년 1월 LG화학기술연구원 생활건강연구소에 입사했다.
미생물을 이용해 신약후보물질을 탐색하는 등 주로 신약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연구와 동시에 회사 경영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방송통신대 경영학과에 입학하기도 했다. 1999년 코스닥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경영과 재무를 공부하며 비로소 적성을 찾았다.
벤처캐피탈에 눈을 뜬 김 대표는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을 만났다. 그러던 중 TG벤처(큐캐피탈 전신)가 바이오 투자심사역을 뽑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후 2000년 7월 LG화학기술연구원을 나와 TG벤처 심사역으로 합류했다. 당시 TG벤처는 KTB네트워크와 양대산맥이었다.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투자를 몸으로 익혔다.
TG벤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모회사 TG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큐캐피탈로 넘어갔다. 그러면서 일부는 큐캐피탈에 남고 나머지는 뿔뿔이 흩어졌다. 2001년 12월 김 대표는 TG벤처를 관두고 한솔그룹 자회사인 한솔창업투자로 적을 옮겼다. TG벤처 때와 마찬가지로 바이오심사역 타이틀을 달았다.
한솔창업투자에서 처음으로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았다. 1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직접 챙겼다. 4년여 재직기간 동안 10여개의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업황 악화로 인해 기간 대비 투자기업 수가 적었다. 업계는 2000년대 초반이 벤처캐피탈의 공백기라고 입을 모은다. 엎친데 덮친격 모기업인 한솔그룹의 재무상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추가 펀드레이징에 나서지 못했다.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2005년 7월 인터베스트로 이동했다. 팀장을 시작으로 상무와 전무까지 지냈다. 인터베스트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지속적으로 펀드를 결성하며 많은 기업에 투자했다. 유의미한 투자수익을 기록하면서 회사를 키워냈다. 이후 김 대표는 2016년 4월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을 표방하며 LSK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인터베스트 바이오팀 심사역 2명과 함께 새 둥지를 텄다. 4월에 법인을 만들고 5월에 창업투자회사 등록을 마친 뒤 6월에 곧바로 운용사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385억원 규모의 'LSK-BNH 코리아바이오펀드'를 시작으로 바이오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 철학 : 기술 중심 종합분석, 명확한 목표와 전략 파악
김 대표가 벤처투자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부분은 기술이다. 바이오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만큼 매의 눈으로 투자기업을 낱낱이 파헤친다. 기술과 함께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투자를 검토할 때 기술에 무게를 두는 건 사실이지만 경영진에 대한 분석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기술만 보고 투자하면 그냥 서류면 봐도 된다”며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게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목표와 전략도 중요하게 여긴다.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만들어 시기 별 기업가치까지 제시할 수 있는 기업설명회(IR) 선호한다. 지금 당장은 경쟁사에 비해 앞서고 있어도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면 결국 뒤쳐진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생각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과거에 투자한 A사는 기술적으로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캡슐내시경이 상용화되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막상 상용화되고 보니 시장 규모가 예상과 달랐다. 십이지장과 소장은 촬영이 가능했지만 위장은 불가능했다. 사실상 소장 타깃 캡슐내시경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소장의 질병률도 낮았다는 점이다. 환자부담액도 높았다.
이때부터 기술과 함께 시장성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사업화 가능성을 더욱 꼼꼼하게 따지고 있다. 김 대표는 “기술만 보고 투자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시장 상황을 명확하게 분석한 뒤 투자 시기와 규모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심사역은 투자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 1 : '국내 최초 제대혈은행' 라이프코드, 멀티플 10배 기록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는 라이프코드다. 김 대표는 한솔창업투자 재직 당시 국내 최초의 제대혈은행인 라이프코드에 베팅했다. 1997년 7월에 설립된 라이프코드는 아기가 태어날 때 무심코 버려져 왔던 탯줄혈액에 아기와 가족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세포(조혈모세포)에 집중했다.
김 대표는 2000년 라이프코드에 20억원을 투자했다. 세계 최대의 가족 제대혈은행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의 CBR사와 공식 제휴해 운영노하우를 전수받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스탠포드 대학등이 갖고 있는 저장기술과 설비도 도입해 조혈모세포를 초저온으로 저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결과적으로 20억원을 투자해 200억원 이상을 회수하며 멀티플 10배를 웃도는 성과를 기록했다. 김 대표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트랙레코드다. 최수환 라이프코드 대표와의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때 라이프코드를 투자했지만 LSK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할 때에는 오히려 도움을 받기도 했다.
◇트랙레코드 2 : '신약개발' 지트리비앤티, 글로벌제약펀드 대표주자
김 대표는 2013년 1000억원 규모의 인터베스트 글로벌제약펀드를 결성한 뒤 성공적으로 운용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펀드를 통해 다양한 투자기업을 확보했다. 제넥신, 다이노나, 크리스탈지노믹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코렌텍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신약개발업체인 지트리비앤티는 높은 수익을 안겨줬다.
지트리비앤티는 안구건조증과 신경영양성각막염 등 안과질환에 특화된 펩타이드 성분을 함유한 바이오 신약을 연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트리비앤비의 글로벌 경쟁력에 주목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안구건조증 치료제 'RGN-259'로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베스트 글로벌제약펀드 대표먼드매니저였던 김 대표는 2015년 3월 지트리비앤티가 발행한 전환사채(CB) 65억원어치를 인수했다. CB만기는 3년으로 전환가격은 주당 4840원이었다. 이후 인터베스트는 CB를 보통주로 전환해 지트리비앤티 주식 134만2975주(6.23%)를 보유했다. 이후 지분 매각을 통해 투자원금의 8배가량을 회수했다.
◇업계 평가 : "질문의 수준이 다르다" 기술적으로 깐깐한 벤처캐피탈리스트
김 대표는 업계에서 깐깐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통한다. LSK인베스트먼트의 문을 두드린 바이오기업들은 하나 같이 "질문의 수준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목표와 전략이 명확하지 않으면 질문 세례를 쏟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IR 전 "쓸 데 없는 서론을 하지 말고 강점부터 바로 넘어가자"고 말한다.
투자 이후에는 지속적인 관리에 들어간다. 신약 기초연구에서부터 개발, 임상시험서비스(CRO), 투자 등의 밸류체인 내 전문가들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기존 벤처캐피탈과 다른 개념의 바이오 벤처투자 모델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초기 단계에서의 선제적 투자로 차별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같은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인 BNH인베스트먼트와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LSK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12월 BNH인베스트먼트와 코지피(co-GP)로 'LSK-BNH 코리아바이오펀드(385억원)'를 결성한 뒤 16개 바이오·헬스케어 기업에 투자를 완료했다. KTB네트워크 출신인 한상엽 LSK인베스트먼트 전무와 김명환 BNH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
◇향후 계획 : '헬스케어 서비스' 집중, 1000억 신규펀드 준비
현재 김 대표는 '헬스케어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병원 등 의료현장에서 다양하게 쓰이는 진료예약, 의료정보 분석 등 관련 산업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특히 투자기업인 레몬헬스케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코로나19로 의료 분야 비대면 서비스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레몬헬스케어의 모바일 기반 환자용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국내 의료기관으로부터 잇따른 러브콜을 받고 있다.
레몬헬스케어는 연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홍병진 레몬헬스케어 대표다. 이어 미래에셋캐피탈, LSK인베스트먼트, BNH인베스트먼트, 기술보증기금 등이 지분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레몬헬스케어가 잭팟을 터트려 LSK인베스트먼트의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LSK인베스트먼트의 AUM은 어느새 1000억원을 넘어섰다. 김 대표는 그동안 4개의 펀드를 통해 30여개 기업에 700억원을 집행했다. 펀드 소진 속도가 빠른 편이다. 올해 하반기께 1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당분간은 시리즈A 등 초기단계 투자에 주력할 방침이다. 회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전문 심사역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을 표방하는 하우스가 늘어나는 가운데 '맏형'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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