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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금융, '쓴소리' 담당 이사진 전진배치 [금융권 사외이사 활용평가]⑪빅배스 이후 리스크관리 '심혈', 사외이사 6인…자본확충·내부통제·비이자수익 전략 '감시'

손현지 기자공개 2020-06-19 13:37:07

[편집자주]

최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영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DLF사태, 코로나19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면서 사외이사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존 주류를 이뤘던 재무, 법률 뿐 아니라 IT, 소비자보호 전문성까지 갖춘 사외이사를 기용해 견제와 자문 역할을 두루 맡기고 있다.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면면을 분석해보고 이를 토대로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8일 09:3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8년 11월 농협금융 이사회가 심각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당시 자산을 급격히 늘렸던 농협캐피탈에서 부동산 PF매각 지연에 따른 충당금 리스크가 부각된 탓이다. 외부감사인이었던 한영회계법인도 감사에 돌입한 상태였다. 리스크관리위원회 소속 사외이사들과 감사위원회 위원들은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이 사건은 농협캐피탈 사장의 교체로 이어지는 트리거가 됐다. 농협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농협은 거수기 이사회와는 거리가 멀다"며 "이사들마다 경영진의 무리한 사업추진과 관련해서는 쓴소리를 서슴없이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빅배스 이후 사외이사 전원 리스크관리 '역점'

농협금융은 2016년을 기점으로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2016년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빅배스(Big Bath)라는 큰 수업료를 치르면서 자산 건전성관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크게 인지한 셈이다. 현재 사외이사들 전원이 리스크관리위원회와 감사위원회에 고루 속해있다.

농협금융 한 사외이사는 "최근 2~3년간 사외이사들 전원이 농협의 체질개선에 주력하는 기조가 자연스레 형성된 것 같다"며 "수익과 리스크관리는 상충되는 측면이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자산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 경영진을 감시했다"고 말했다.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 중 이진순 사외이사는 금융·경제 전문가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원장, 대통령자문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사회 의장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리스크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해식 이사의 활약도 크다. 그는 농협금융에 합류한 뒤로는 효율적인 리스크 전략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이사회에서는 해외투자 중 부동산 대체 투자, 부동산 PF 등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당부했다. 비이자이익 개선 과정에서도 소비자보호와 위험관리가 수반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기 변화에 따른 투자 포트폴리오 개선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박 이사는 2018년 4월, 당시 임추위 위원이었던 전홍렬 사외이사의 추천으로 선임됐다. 업계에서 그는 국내외 산업과 경제 전반에 대한 식견이 높다고 정평나있다. 보스턴대학교 경제학 박사를 지냈으며 현재는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국제 금융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띄고 있었다. 기획재정부 국제금융발전심의회, 한국국제통상학회 이사를 영임했다. 글로벌 사업 추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됐다. 또 2011년에는 부산은행 사외이사를 지낸 경험도 있어 사외이사에 제격이라는 판단이었다. 추천자는 전홍렬 전 이사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박 이사는 젊은 마인드를 지니고 있으며 적극적이고 아이디어가 많다"며 "Z세대의 소비 트랜드를 반영한 경영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자회사 감사 주력한 '이기연·이준행'

2018년부터 농협금융에 합류한 이기연 사외이사(감사위원장)는 금융감독원,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수원 등을 거친 '금융' 전문가다. 공익성을 추구하는 농협만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건전 경영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됐다.

무엇보다 재무, 여신 분야에서 풍부한 실무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겸비했다는 평이다. 이 이사가 농협금융에 합류한 뒤 가장 주력했던 사항으로도 '자본확충'이 꼽힌다. 그는 경영진들과 자본적정성 관리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또 자회사 경영과 관련된 감사에 주력했다. 부동산신탁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단 의견도 제시했다. 작년 출범한 NH벤처투자와 관련해선 향후 투자대상 기업 발굴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내 관계자는 "이 이사는 농협손보의 정책보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국가재보험 등을 검토하기도 했다"며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며 발상의 전환을 꾀한 이사"라고 전했다.

또 다른 감사위원회 위원인 이준행 사외이사도 농협금융의 리스크 관리·감사시스템 제고에 기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파생상품, 재무 전문가다.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 기획재정부 연기금투자풀운영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다. 앞서 HMC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사외이사를 지낸 바 있다.

그는 이사회 뿐 아니라 기타 토의 시간에도 해외 자산에 대한 환헷지 비용 절감 방안, 정책보험 및 재해보험 관련 파생상품 개발 검토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는 자회사별 리스크 관리 데이터의 지주 통합운영 의견을 제시했으며 농협생명보험의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 외부기관의 운영평가 등을 제안했던 인물이다.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고민, 소비자보호기능 강화

작년 선임된 남유선 이사는 법률분야 전문가인 정병욱 전 이사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농협금융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조한 이사로 꼽힌다. 그 일환으로 인재 육성을 강조했으며 고객정보보호 강화, 내부통제체계 확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적 전문성을 발휘해 계열사 본사 매각, 스타트업들의 혁신캠퍼스 입주관련 법적 쟁점을 검토하고 리스크를 해소하는데 기여했다는 판단이다.

작년에는 농협금융이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장기 로드맵을 수립할 것을 당부했다. 내부인력을 적극 육성해나가는 등 우수인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유일한 여성 이사로 이사회, 위원회 참여에 적극적이었다"며 "컨퍼런스콜을 적극 활용했던 이사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현직 교수, 6명 중 5명… 실질 경영 경험자 부재 '옥에 티'

김용기 이사는 유일한 '경영' 분야 전문 사외이사다. 작년 1월부터 농협금융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는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런던정치경제대학원(LSE)국제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수료했으며 2002년부터는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로 활약하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10여년 간 근무하다가 현재는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겸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활동 중이다.

그의 합류는 농협금융의 경영방향성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됐다. 금융 정책, 국제통상 분야, 일자리 부문 전문가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타트업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한 디지털 금융 강화 방안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작년 NH디지털혁신캠퍼스가 출범할 때 소속 스타트업이나 금융기관과의 상호교류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그는 경영 실무 경험이 부재하다. 타 금융지주사의 경우 경영분야 전문가로 실제 기업 운영 등의 경험이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론에 대한 깊이는 깊지만 막상 현실 경영 과정에서 맞닥뜨릴 운영리스크 등에 대한 조언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이사진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6명의 사외이사 중 5명이 현직 교수로 활동 중이다. 박해식 이사만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과 한국국제금융학회 이사, 한국국제통상학회 이사등을 겸임하고 있을 뿐이다.

법률 분야 전문가인 남유선 이사도 그렇다. 전임자인 정병욱 이사가 변호사였던 점과는 사뭇 다르다. 미국 UC버클리대학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뒤 금융위원회 법률자문위원 및 예탁결제원 리스크관리위원을 역임했지만 법무법인 근무 경험은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교수 출신 사외이사들이 많이 배출되긴 했다"며 "그러나 최근 DLF사태, 코로나 리스크 등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겨나는 만큼 현장 경험이 충분한 사외이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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