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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신용도 놓고 신평업계 '설왕설래' 나신평, 하향검토 대상 해제 '선제 조치'…'현상 유지' 한기평, 평정 논리 정면 대립

양정우 기자공개 2020-06-22 07:31:10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8일 07: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레딧업계의 이목이 쏠린 대한항공(BBB+)을 두고 신용평가사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하향검토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경계경보를 해제했지만, 그 뒤를 이은 한국기업평가는 그대로 재등록하는 반대 결정을 내렸다.

두 신용평가사의 평정 사이 대한항공의 크레딧 여건에서 바뀐 건 거의 없다. 재무 개선책의 일환인 송현동 부지 매각 건에 대해 잡음이 생겼을 뿐이다. 한국기업평가는 나이스신용평가가 경보 해제의 근거로 제시한 자구책과 실적 개선 효과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나신평, '자구안 이행+흑자 전환' 근거…한기평, '화물 호실적' 역부족 판단

올들어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대한항공을 하향검토 대상(Watch list)에 올려왔다. 꾸준히 펀더멘털이 저하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등급 아웃룩과 달리 급박하게 레이팅 액션에 나설 수 있을 때 '와치리스트'를 활용하고 있다.

대한항공에 붙은 적색경보를 가장 먼저 뗀 건 나이스신용평가다. 이달 초 재무구조 개선책의 착실한 이행과 올해 2분기 실적 호조를 근거로 하향검토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1조원 이상의 유상증자가 순항하고 있고 화물 부문의 호실적에 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기세다.

하지만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크레딧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하향검토 대상에 재등록했다. 눈에 띄는 건 나이스신용평가의 경보 해제 근거와 상반된 평정 논리를 제시하고 있는 점이다.

2분기 실적이 화물 강세로 호전되더라도 일시적 수혜에 그칠 가능성을 제기했다. 화물 부분은 개인용 보호구(PEE)와 위생용품 등 코로나19발(發) 수출의 덕을 봤다. 무엇보다 그간 전체 실적을 지탱해온 여객 부문의 실적 부진이 여전하다. 화물 실적이 단기적으로 호전됐으나 화물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전체 매출에서 여객 부문(국내선·국외선 포함)이 차지한 비중은 63%에 달한다.

여객 수요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공항 항공기 운항수와 여객수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65.7%, 80.3% 감소했다. 국제선의 경우 82.9%, 98.2%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은 코로나19의 종식보다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나신평, '대규모 정부 지원' 신용도 뒷받침…한기평, 하반기 유동성 험로 여전

자구 계획 성과에 대해서도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조 단위 유상증자가 성공을 앞두고 있고 인천 송현동 부지, 자회사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매각도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유동성 지원(1조2000억원 규모),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40조원 규모)이 재무건전성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유동성 이벤트가 벌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진 것으로 판단한 배경이다.

하지만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정책적 지원은 상반기 자금 소요와 회사채 차환을 소화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자금 수혈로 급한 불을 끄더라도 금융리스와 유동화차입금, 은행차입금 등의 원리금 상환액이 매월 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캐시카우 여객 부문의 부진 속에서 넘어서야 할 난관이 아직 적지 않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대한항공을 하향검토 대상에서 뺀 시점은 송현동 부지 매각에 잡음이 커지기 전이었다. 대한항공측은 이 부지를 통해 5000억원 이상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 발표로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 이벤트는 두 신용평가사의 평정 결론을 가른 결정적 요인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유독 계열사 지급보증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국 LA 윌셔그랜드호텔의 운영사 한진인터내셔널의 차입금에 9억달러의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오는 9월 이 차입금의 만기가 돌아온다. 한진인터내셔널에 이미 수차례 자금을 지원했던 이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사 3사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어 발행사에 따라 신용등급 스플릿(등급 불일치)이 생기기도 한다"면서도 "대한항공 사안과 같은 초미의 관심사에 정면으로 이견이 대립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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