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현대차그룹, 유럽재정위기 데자뷔…입지확대 시그널글로벌 상위권 완성차업체 부진 속 점유율 상승, 현지 영업 전문가 전면
김경태 기자공개 2020-06-19 07:29:31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18일 15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각축장 중 하나인 유럽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판매량이 줄었지만, 비교적 선방하면서 오히려 점유율을 상승시켰다.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이끌던 2010년대 초반 유럽재정위기 때도 입지를 확대한 적이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대를 이어 위기에 강한 면모를 유지해갈지 주목된다.
◇글로벌 강호 유럽시장서 부진 심화…현대차 상대적 선방
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5월 유럽 자동차 시장 전체 규모는 62만3812대로 전년 동기보다 56.8% 급감했다. 현지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서 생산과 판매 모두 차질이 생기면서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완성차업체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주요 완성차업체 중 일본의 혼다, 닛산, 마쓰다는 올해 5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60% 넘게 줄었다. 재규어랜드로버그룹, 포드도 60% 넘게 감소했다. BMW그룹, 폭스바겐그룹, FCA그룹, 다임러, 토요타, 르노그룹 등도 판매량 축소 폭이 50%를 웃돌았다.

현대차그룹도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다만 경쟁사들과 견줘보면 비교적 선방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5월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55.2%, 53.3% 줄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더하면 54.3% 감소했다.
다른 업체들이 현대차와 기아차보다 더 부진하면서 오히려 점유율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현대차의 올해 5월 유럽시장 점유율은 3.4%로 전년 동월보다 0.1%포인트 올라갔다. 기아차는 3.4%로 0.3%포인트 상승했다. 양사를 더하면 6.8%로 0.4%포인트 향상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수치로 봐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은 각각 3.6%, 3.5%다. 총 7.1%로 전년 동기보다 0.5%포인트 올라갔다.
◇'정몽구 레거시' 재정위기 극복의 추억…'대를 이은' 입지 확대 잰걸음
현대차그룹은 과거에도 위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정몽구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순조롭게 극복했다. 당시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다른 기업들처럼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판매량은 'V자' 반등을 이뤘고 흑자를 지속적으로 거뒀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불어닥친 2012년의 유럽 재정위기도 이겨냈다. 정 회장은 위기 진원지인 유럽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판단으로 오히려 현지에서 투자를 늘릴 것을 지시했다. 당시 유럽 자동차 수요가 감소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은 증가했고, 점유율도 상승했다.
유럽은 전통의 강호들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은 글로벌 완성차업체의 각축장으로 꼽힌다. 현지에서 비교적 선전하는 것은 정 회장의 뒤를 이은 정 부회장 체제에서도 위기에 강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단순히 견뎌내는 것을 넘어 유럽시장 입지를 확대하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아차는 유럽이 코로나19로 인한 악영향으로 시름하던 올해 3월말 송호성 사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현대차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유럽통'이다. 그는 기아차에서 이사대우로 승진하면서 프랑스판매법인장을 맡았다. 이어 수출기획실장을 역임했다. 2013년에 유럽법인장이 된 후 4년 넘게 유럽 시장을 책임지면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 유럽법인이 올해 4월경 애스턴마틴의 유럽 영업을 책임졌던 엔리케 로렌자나를 유럽 영업총괄 책임자로 선임했다. 현지에서 럭셔리 브랜드로도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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