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 등급전망 부정적…수요예측 만전 실적·수주 전망 '흐림'…희망금리밴드 상단 대폭 상향, 산은 지원 요청
이지혜 기자공개 2020-07-10 15:36:25
이 기사는 2020년 07월 09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일렉트릭)이 2년만에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떨어질 위기에 몰렸다. 주요 시장의 발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전세계를 휩쓸면서 수주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놓고 신용평가업계는 의구심을 보였다.설상가상으로 A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도 나쁘다. 특히 A- 공모채가 그렇다. 4월 이후 발행된 A-급 공모채의 상당수가 미매각 사태를 겪었다. 현대일렉트릭은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로 대표주관사단을 구성한 데 이어 KDB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도 활용한다.
◇수요예측 ‘긴장감’, 금리메리트 높이고 산업은행 지원까지
현대일렉트릭이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13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발행일은 20일이다. 모두 750억원 규모로 만기구조는 2년물 300억원, 3년물 450억원으로 구성됐다. 조달하는 자금은 9월 만기가 돌아오는 공모채 750억원을 차환하는 데 쓰인다.
공모희망금리밴드는 2년물 2.8~3.8%, 3년물 3~4%로 설정됐다. 현대일렉트릭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공모희망금리밴드 상단이 현대일렉트릭 민평금리보다 2년물은 137bp, 3년물은 125bp가량 높다. 키스채권평가, 나이스피앤아이, 에프앤자산평가 등 민간채권평가사 3사에 따르면 7일 기준 현대일렉트릭의 민평금리 평균은 2년물이 2.429%, 3년물이 2.751%다.
대표주관사단도 대규모로 꾸려졌다. 발행규모가 750억원으로 많은 편이 아닌데도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 대표주관업무를 맡았다. 2018년 공모채 시장에 처음 데뷔할 때 모집금액이 1500억원이었는데도 대표주관사가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KB증권 등 3곳이었다는 점과 대비된다.
인수단 규모도 크다. 특히 KDB산업은행이 대표주관사보다도 많은 물량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단으로 이름을 올린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KDB산업은행 등 5곳이다.
특히 KDB산업은행은 2년물 100억원, 3년물 270억원 등 모두 370억원을 인수하기로 했다.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 프로그램에 따랐다. 이 프로그램은 수요예측 결과 미매각분이 발생할 경우 KDB산업은행이 먼저 인수함으로써 주관사와 발행사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을 뼈대로 한다.
◇코로나19로 먹구름
현대일렉트릭이 BBB급 신용도로 내려앉을 위기에 몰리면서 이번 공모채 발행에 특히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각각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에서 신용등급(A-)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당시 “국내외에서 설비투자가 줄었고 미국정부가 반덤핑 고관세를 부과하는 등 시장환경이 불리하게 조성돼 신규수주가 줄고 있다”며 “영업수익성이 나빠진 데다 신증설투자까지 집행하면서 재무안정성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현대일렉트릭은 2018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규모도 적지 않다. 2018년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006억원, 지난해에는 1567억원에 이른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 43억원을 내 흑자전환했지만 전망은 흐리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과거 EBIT마진이 5~6%에 이른 점을 고려하면 부진하다”며 “비우호적 영업환경이 지속되는 점을 고려하면 중단기적 EBIT마진은 1~2%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사태로 먹구름이 한층 짙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북미공장이 증축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전력청과 아람코 등에서 수주환경이 일부 개선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를 휩쓸면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투자심리까지 위축되면서 수주환경의 개선추세가 지속될지 불확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업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현대일렉트릭은 재무안정성을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7년 유상증자를 진행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현대중공업에 선박전력제어사업을 양도, 마북리 연구소 분할 매각, 유상증자까지 실시했다. 덕분에 현대일렉트릭의 순차입금의존도는 2018년 22.2%에서 올해 1분기 말 18.8%로 다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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