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 신세계조선호텔, 이마트 미래 될까 정용진 부회장, 점포 기반 유통 본업 돌파구로 호텔 낙점…잇단 투자에 이마트 '등골 휘네'
전효점 기자공개 2020-07-20 10:10:04
이 기사는 2020년 07월 16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마트가 본업인 오프라인 유통업에서 성장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호텔업을 이마트의 미래를 견인할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마트가 지분 99.9%를 보유한 신세계조선호텔이 최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호텔업계 도산이 속출하는 가운데서도 특급 호텔을 잇따라 오픈하면서 투자 속도를 높이고 있는 배경이다.16일 이마트가 최근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호텔업 신규 투자의 고삐를 늦추지 않으면서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호텔 사업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마트의 조그만 자회사 이상"이라면서 "단지 부업이 아니라 호텔업을 이마트의 중장기 성장 동력으로 보고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텔업, 정용진 부회장이 낙점한 미래 먹거리
신세계조선호텔은 현재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포포인츠 바이 쉐라톤, 레스케이프 등 총 4곳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호텔이나 호텔신라 등 기존 호텔업계 강자들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조선호텔이 아직은 사업규모가 작지만 장기적으로 유통 본업과 시너지를 내면서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이 풍부하다고 판단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호텔 사업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가 본업인 온·오프라인 유통 사업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종 산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마트 할인점의 경우 이달 신촌점 오픈 전까지 19개월 동안 신규점 오픈이 단 한곳도 없을 정도로 성장 여력에 한계에 달했다. 하반기 오픈하는 트레이더스 점포도 만 1년 만에 매장을 냈다.
호텔의 경우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신세계 본업과 성격이 비슷하다. 또 면세·백화점·식음 등 기존 사업과도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근 업종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채널들은 점포 오픈을 해야 성장한다"면서 "쓱닷컴 등 온라인 유통사업도 힘을 주고 있지만, 이것과 별도로 호텔업에서도 이미 예전부터 내부적으로 중장기 로드맵을 구체화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텔은 내수뿐만 아니라 관광 사업과 연결되며, 그룹의 다양한 유통 채널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종"이라며 "호텔 사업에서 기존에 없던 모델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승부를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맥락에서 신세계조선호텔이 2018년 독자 브랜드로 오픈한 부띠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일종의 테스트 실험이었다. 레스케이프는 오픈 첫 해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지난해 OTT(객실 점유율)를 상당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지난 해부터 호텔 사업에 본격적인 마중물을 붓기 시작했다. 우선 연말 인사를 통해 그룹에서 최정예 리더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한채양 부사장을 전략실 관리총괄에서 신세계조선호텔 대표 자리로 내려 보냈다. 관리총괄은 재무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보직이다. 신세계그룹 전체의 곳간지기를 규모가 작은 자회사 대표에 내정해 오너가 사업의 최전선 진두 지휘를 맡긴 셈이다.
한 대표는 부임 직후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인재 영입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표이사 직속의 신규 호텔본부 조직을 신설하고 신사업 담당 직원들을 영입하면서 조직을 키웠다.
그 결과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2분기 5성급 독자 브랜드 ‘그랜드 조선(Grand Josun)'을 공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부산과 제주 2곳에 신규 호텔 개장 계획을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서울 강남에 메리어트 그룹과 손잡고 특급 호텔 오픈을 준비 중이다.
◇'제 코 석자' 이마트, 자회사 자금지원에 '무리수'
문제는 이 과정에서 모회사 이마트의 부담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마트 안팎에서는 이마트 자체도 점포를 매각하면서 본업에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마당에 신세계조선호텔을 무리하게 지원하면서 등골이 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마트는 이미 본업에서도 상당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한계치에 이른 상황이다. 보유한 각종 영업·비영업용 자산을 유동화하면서 현금을 확보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에도 장충동 연수원 부지를 신세계에 매각하면서 600억원 규모 자금을 마련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수년 째 이어온 만성 적자에 자체 재원 마련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은 2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지만 레스케이프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은 63.6% 증가한 124억원까지 확대됐다.
이미 재무적 부담도 가중될 만큼 가중된 상태다. 총차입금은 2018년 말 1099억원에서 지난해 말 3627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46%에서 549%로 확대됐다. 그랜드 조선 2곳 개장 준비에 들어간 올해 1분기 말 기준 총차입금 규모는 4098억원이다. 4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457%, 차입금 의존도는 70.8%에 이른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각종 방식으로 투자 재원 마련에 전념하고 있다. 단기 CP를 발행해 운전자금을 충당하는 한편, 앞선 3월에는 이마트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약 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 받으면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이달 현재 막대한 투자와 차입금 상환으로 이마트 유증 대금이 벌써 바닥을 드러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룹 안팎에서는 신세계조선호텔이 보유한 신세계푸드 지분 8.6%(33만2910주)을 매각해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도 제기 된다. 이 지분 증권은 신세계조선호텔 자회사였던 신세계SVN(조선호텔베이커리)이 2014년 말 신세계푸드에게 인수합병되는 과정에서 신세계조선호텔이 보유하게 된 것이다.
신세계푸드 지분 가치는 2015년 한때 신세계푸드 주식이 주당 25만원을 찍었을 당시 832억원어치에 이르렀다. 하지만 올해 현재 신세계푸드 주가는 5만5000원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신세계조선호텔로서는 재원 마련이 급하지만 '마지막 보루'인 신세계푸드 지분을 팔아 마련하는 것도 억울한 상황이다. 결국 이마트에 다시 손을 벌릴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이다.
신세계그룹측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호텔업은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지기 전까지 상당한 성장성을 보여줬다"며 "지금은 상황이 어렵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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