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FMM 국산화 대전]日 장악 시장 겨냥, 국내 도전자들 '칼 빼든다'①5000억 규모, 필옵틱스·APS홀딩스 등 4곳 국산화 사업 도전장
조영갑 기자공개 2020-07-27 09:25:33
[편집자주]
파인메탈마스크(FMM)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소재다. 다이닛폰프린팅(DNP) 등 일본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국내 시장만 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간 일본 기업이 장악해왔던 이 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최근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부 기업들은 정부 국책과제 수행 대상으로 선정돼 '국산화 기업' 타이틀 획득을 위해 내년까지 경쟁을 벌인다. 더벨은 FMM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0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첨단 은박지' 파인메탈마스크(FMM) 국산화에 나선 도전자들의 행보가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고한 FMM 개발 국책과제 수행기업에 4개 업체가 1차로 선정되면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초 최종적으로 수행기업이 결정되면 해당 기업은 정부가 인증한 'FMM 국산화 기업' 타이틀을 달고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FMM은 '섀도마스크(Shadow mask)'라고 불리는 얇은 금속판이다. 미세한 구멍이 수없이 뚫려 있다. 고온 증착 과정을 거친 유기물이 섀도마스크를 통과해 OLED 기판에 달리 붙어 화소를 형성한다. 마스크의 품질에 따라 OLED의 성능이 결정된다. 특히 스마트폰 등 중소형 OLED 관련한 FMM 시장은 일본 다이닛폰프린팅(DNP)이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지원+국산화 기업' 상징성 획득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비에칭 방식 2곳(필옵틱스, APS홀딩스), 에칭 방식 2곳(풍원정밀, 오럼머티리얼) 등 총 4곳의 기업이 국책과제 수행 대상으로 선정돼 FMM 개발 및 양산화 시스템 전반을 손질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비에칭 기업 1곳, 에칭 기업 1곳 등 총 2개 기업을 선정해 2023년까지 국책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1차로 선정된 수행기업을 살펴보면, 코스닥 상장사 그룹과 비상장사 그룹이 각자의 개발방식을 내세워 경쟁을 벌이는 구도가 형성됐다. 필옵틱스와 APS홀딩스는 디스플레이 장비 분야를 선도하는 코스닥 대장주다. FMM 사업을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설정하고, 국책과제 선정 작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비상장사인 풍원정밀과 오럼머티리얼은 수년간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왔다.
정부의 연구 및 개발지원 관련 펀딩 규모는 60억원 정도로 파악된다. 큰 액수는 아니지만 펀딩과 별도로 정책지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FMM 국산화' 기업이라는 상징성에 의미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일 무역분쟁 이후 FMM에 대한 국산화 요구가 커지면서 정부가 이를 선도하는 모양새"라며 "내년 1~2분기에 최종 수행기업으로 선정되면 지원금과 별도로 정부 보증과 후속 지원 등의 조치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풍원정밀 vs 오럼머티리얼, IPO 앞두고 접전 예상
FMM이 재차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 이후다. 정부가 AR(가상현실), VR(증강현실) 등의 기술을 '4차 산업'으로 규정하면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의 수요가 발생했다. VR 등의 기기에 적용되는 디스플레이는 1000ppi 이상급 고화소를 요구한다. 이 시장은 일본 다이닛폰프린팅의 독무대다. 반면 모바일 등에 적용되는 FMM은 600ppi 안팎이다.
업계 관계자는 "VR, AR이 미래 먹거리로 대두되자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 메이커가 투자를 검토했으나 붐업이 금세 사그라들어 투자 논의도 멈췄다"며 "당시 개발을 시도했던 기업들이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분쟁, 정부의 개발 독려로 다시 설비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OLED 디스플레이 업황의 부침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국내 FMM 시장 규모는 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면 3조원 이상의 시장이다. 다이닛폰프린팅과 토판프린팅(Toppan Printing), 히타치(HITACHI) 등의 일본 기업이 시장을 100% 장악하고 있다. 특히 다이닛폰프린팅은 90%가량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기업이다.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가 다이닛폰프린팅의 FMM을 사용한다.
FMM은 개발방식에 따라 에칭(식각)방식과 비에칭 방식으로 나눈다. 에칭방식은 다이닛폰프린팅의 기존 공법을 말한다. 니켈과 철의 특수합금인 인바(invar)를 얇게 펴 은박지처럼 만들고, 여기에 에칭(식각) 과정을 거쳐 수많은 구멍을 뚫는 방식이다. 열 증착을 거쳐 화소를 구현하는 소자가 정확하게 구멍에 자리 잡으면 완성된다.
국내의 경우 에칭방식은 풍원정밀과 오럼머티리얼이 개발을 지속해왔다. 풍원정밀의 구체적인 방식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마스크 표면을 나노 처리해 외부 오염물질이 달라붙는 현상을 최소화하는 '나노쉴딩' 기술을 적용했다. 오럼머티리얼은 에칭을 적용했지만 기존 상용화된 방식과 다르게 마스크를 형성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두 곳 모두 IPO를 앞둔 만큼 내년 초 수행기업 선정 결과에 따라 기업의 명운이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필옵틱스 vs APS홀딩스 '대장주 자존심'
주목할 공법은 비에칭 방식이다. 향후 다이닛폰프린팅 공급 물량을 일정 부분 대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주도금(electroforming)과 레이저 패터닝(Laser patterning) 공법이 대표적이다. 전주도금은 디스플레이 장비제조 업체인 필옵틱스가 밀고 있다.
전기용해로 인바를 녹인 후 이미 패터닝된 기판에 도금하는 방식이다. 에칭방식에 비해 FMM을 얇게 만들 수 있어 로우-미들급을 비롯해 하이엔드 고해상도 패턴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실제 필옵틱스는 2017년 1200ppi 급 하이엔드 샘플을 선보여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APS홀딩스는 레이저 패터닝 방식을 내세운다. 필옵틱스 역시 보유한 기술이다.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 마스크(철판소재)에 미세패턴을 가공하는 방식이다. 소재의 제한이 없고, 포토공정의 밑그림 기판인 포토마스크(PM)이불 불필요해 FMM 수율 확보에 용이하다고 평가된다. OLED 가공 엑시머레이저 기술에 특화된 계열사 AP시스템과 손잡고 양산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업계에선 FMM 양산화 능력과 재무여력을 국책사업 선정의 기준으로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DNP가 장악한 시장을 대체하려면 실제 국내 디스플레이 고객사가 도입할 수 있는 품질인지, 양산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게 될 것"이라며 "아울러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재무 역량도 중요한 준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판에 수행기업에서 배제된 웨이브일렉트로닉스의 경우 2017년 이후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 2019년 373억 원의 매출액, 367억 원의 순손실, 부채비율 376% 등을 기록, 재무적 건전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수행기업별로 재무 점검과 함께 자사의 양산 시스템, FMM 생산 시 열 팽창계수(CTE) 문제 등 기술적 문제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FMM은 400~500℃ 고온 공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마스크가 늘어나 구멍이 뒤틀릴 위험성이 있다. 불량품이 되는 셈이다. 일정한 CTE를 유지하는 게 양산화의 출발점이다. 개발 기업들은 "상당 부분 CTE 문제를 해결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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