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이전 상장사 분석]'해외 개척' 링크제니시스, 전방 시장 악화에 투자 유보⑦상장 직후 사모 증자 '자금 확충'…'디스플레이 불황' R&D 선회
방글아 기자공개 2020-07-24 10:25:44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기존 산업구조가 대대적인 전환기를 맞으면서 차기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기업가치가 높은 코스피 상장사 대신 성장성이 기대되는 코스닥 상장사, 특히 바이오·정보기술(IT) 업종 위주로 유동자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유망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장된 코넥스 시장에는 높은 투자 허들로 인해 이 같은 열기가 닿지 않아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는 기업들의 이전 상장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더벨은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의 재무구조, 사업전략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2일 16: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자동화 솔루션 업체 '링크제니시스'가 코스닥 이전 상장 직후 사모 증자를 통해 곳간을 가득 채웠지만 목적 자금 집행을 유보하고 있다. 당초 예고한 해외 시장 개척이 전방 시장 불황과 코로나19 등 대외 변수로 어려워지자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R&D 강화 기조는 판로 다각화 지연과 맞물려 수익성 악화를 낳고 있다.링크제니시스는 카이스트 전산학과 출신 정성우 대표가 삼성전자를 거쳐 2003년 12월 설립한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다. 정 대표는 당시 삼성전자에서 제품 출시 전 테스트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데서 사업 기회를 포착해 창업에 나섰다. 엔지니어가 아닌 컴퓨터가 검증을 대신하는 프로그램 'MAT(Machine Auto Tester)'를 개발해 삼성과 LG, 현대차 등에 납품함으로써 링크제니시스를 조기 안착시킬 수 있었다.
이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통신 소프트웨어 규격인 SECS/GEM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아이티이노베이션'을 2014년 말 인수·합병(M&A)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이 M&A로 사업 영역이 생산정보 자동화로 확장되자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2017년 이전 상장을 추진했고, 이듬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금융투자를 대표주관사로 한 이전 상장 공모는 흥행했다. 청약일 전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억8110만4000주가 접수돼 75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당초 2만2000원을 염두에 뒀던 발행가를 3만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총 30만주를 발행했다. 물량은 전량 청약됐고 2018년 1월30일 87억원이 유입됐다.
링크제니시스는 이 자금 용처를 R&D와 해외시장 개척 등 크게 2가지로 구분하고 각각 30억원씩 배정했다. 발행가 상향조정으로 추가 유입된 23억원은 특정 구분 없이 운영비 명목으로 남겨뒀다. R&D 자금의 경우 상장 이전부터 추진해 온 연구에 보태기로 한 것이어서 당시 방점은 해외 시장 개척에 찍혔다.
개별 용도로 가장 많은 15억원이 중화권 시장 진출에 배정됐다. 올해 말까지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영업 환경을 구축하고 대만 시장 확대로까지 이어가기로 했다. 또 일본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지사 설립·운영에 5억원을 쓰기로 했고 신시장 개척에 도움이 될 국내외 기업의 전략적 M&A에 10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신시장 개척을 위한 자금 집행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지사 설립이 미뤄지며 현재까지 전체 수출을 직접 판매 방식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향 매출은 오히려 줄어 싱가포르에 2위 시장 지위를 넘겨준 상태다.
전략적 M&A는 비교적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성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링크제니시스는 2018년 칸델라체인 지분 50%를 15억여원에 취득해 계열사로 편입시켰고 이듬해 링크플렉스 지분 43%를 사들이는데 3억여원을 썼다. 하지만 현재 양사에서 각각 10억원, 1500만원의 평가손실을 보고 있는 상태다. 같은 기간 단기 금융자산 취득 목적으로 쓴 674억여원의 용처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링크제니시스의 이 같은 자금 운용은 이전 상장 이후 전방 시장인 디스플레이 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들고 코로나19로 매출처 다각화 전략이 답보 상태에 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8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4% 감소했고 지난해 또 다시 2% 감소하는 등 아쉬운 성적표가 나왔다.
수익성 악화 추이는 더 도드라졌다. 2018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3.3% 감소한데 이어 지난해 또 다시 56.1% 줄었다. 2017년 30%를 육박했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에 9% 남짓으로 하락했다.
이에 상장 직후 사모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도 운영비로 쓰고 있다. 링크제니시스는 2018년 9월 인터베스트의 운용 조합을 대상으로 전환우선주 1000만주를 발행해 1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해당 자금은 R&D와 원재료 매입, 차입금 상환 등 운영자금에 보태기로 했으며 실제 목적에 맞춰 집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해외 시장 개척은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링크제니시스는 중국 정부에서 대규모 디스플레이 업체 투자를 진행하는 등 호재를 감안해 향후 관련 공장 신설과 중국 팹(FAB) 시장 진출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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