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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 조선업 점검]'삼성중공업의 역설' 불황인데 부채비율은 하락재무구조 개선 이면 '수주 불황', 금융부채 '17%→50%'

구태우 기자공개 2020-07-27 15:30:42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3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빅3' 조선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가 조선업 불황이 한창이던 2016년보다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우려 수준인 200%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면에는 수주가 부진해 영업활동이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80.1%를 기록했다. 2015년 300%에 육박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져 재무건전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종 회계원칙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재무구조 개선보다 영업활동이 침체된 결과라는 게 설득력 있다. 조선업은 제조업종과 비교해 영업부채의 비중이 높다. 원금과 이자를 내야하는 금융부채를 기준으로 부채비율을 산정하면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재무구조가 불안정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2010년 부채비율이 371.5%에 달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경우 부실이 우려된다.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180.1%를 기록했다. 지난 10년 동안 부채비율은 191.4% 포인트 감소했다.

총차입금 등 금융부채만 반영하면 부채비율은 크게 차이난다. 2010년 금융부채 기준 부채비율은 60.6%를 기록했다. 부채총계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17.3%에 불과해 부채비율이 크게 달라진 것이다. 2015년 금융부채 기준 부채비율은 115.0%, 총부채비율은 297.6%였다.

올해 1분기에는 금융부채 기준 부채비율은 90.7%, 부채비율은 180.1%를 기록했다. 부채총계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50.3%를 기록했다. 2010년 이 비중이 10%대였던 것과 대비된다. 삼성중공업의 부채구성이 포스코(금융부채 비중 69%)와 LG전자(46%) 등 일반 제조업 수준으로 달라진 것이다.

삼성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 이면에는 영업부채의 규모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컸던 영업부채는 줄고, 금융부채가 늘면서 부채비율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조선업이 여전히 불황에 있다는 걸 방증한다.

조선업종의 회계원칙을 살펴보면 이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조선업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대금을 받는 방식이 다르다. 제조업은 상품 제공과 함께 어음 또는 현금으로 대금 전액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조선사는 수주 계약 시 계약금액의 10~20%를 선수금으로 받는다. 건조 과정에서 일부를 받고, 선박 인도 시 약 60%의 잔금을 모두 치른다. 잔금을 모두 받을 때까지 1~2년이 소요된다.

'꼬리가 무거운 형태'의 잔금 지급 방식을 업계에서 '헤비 테일(heavy tale)'이라고 일컫는다. 과거 '선수금 환급보증 발급 - 절단 - 탑재 - 진수 - 인도' 5단계에 걸쳐 약 20%씩 대금을 지급했는데 달라졌다. 조선사는 영업을 위해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헤비테일 방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사와 조선사 간 계약에서 일반적 통용되고 있다. 업계의 '관행'으로 굳어진 데는 조선사보다 선사의 영향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기업회계 측면으로 보면 헤비테일 방식은 '골칫덩이'로 작용한다. 조선사가 선사에서 받는 '선수금'은 재무상태표 상 부채(계약부채)로 반영된다. 부채는 금융부채와 영업부채로 분류된다. 금융부채는 은행 또는 채권시장에서 조달해, 원금 상환과 이자 지급이 수반되는 부채다.

영업부채는 매입채무와 퇴직급여충당금 등 영업활동으로 발생한 부채로 회사의 재원으로 갚아야 하는 부채를 의미한다. 반면 선수금과 공사손실충당금 등은 상환 의무가 없고, 회사의 수익과 관련된 항목이다. 하지만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영업부채로 인식되는 것이다.

선수금의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조선사의 재무구조에는 '왜곡'이 발생한다. 통상 LNG선 한척당 가격은 2000억에 달한다. 예를 들어 LNG선 한척을 수주하면 부채가 약 400억원 증가하는 셈이다. 결국 조선사가 영업활동을 활발하게 해 수주를 할수록 부채 규모가 커지는 착시효과가 생긴다.

이처럼 조선업의 부채비율에는 '허수'가 있다. 현재 조선사의 부채비율도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불황기라는 입증하는 지표인 것이다.

이는 선수금 규모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조선사는 선수금을 재무상태표상 '계약부채' 항목에 반영된다. 올해 1분기 계약부채는 1조4201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기준 계약부채는 2조1986억원에 달했는데, 수주 규모가 줄어 선수금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고는 약 28조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수주 잔고는 12조원 에 그쳐 절반도 못 미쳤다. 수주 실적도 대동소이했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192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선박을 건조하는데 필요한 작업량)의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은 17만 CGT에 그쳤다. 1997년 외환위기 이듬해 수주 실적은 93만 CGT였는데, 올해 IMF 수준보다 수주 실적이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의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4조6322억원이다. 이중 단기성 차입금(유동성 장기차입금 포함)은 약 3조1115억원이다. 삼성중공업은 약 1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포함하고 있다. 차입금 중 일부는 '롤오버'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자비용 부담은 삼성중공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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