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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호실적'에도 재고 자산 왜 늘었나 재고주기 긴 해외매출 증가 여파…영업 현금흐름도 절반 수준으로 줄어

최은진 기자공개 2020-07-29 13:29:24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7일 13: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생활건강이 올해 상반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뚫고 예년대비 소폭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 상반기 순유입된 현금이 2960억원에 그친다.

해외매출이 늘어난 데 따라 대금지급일이 길어진 결과로 실질적으로 유입된 현금이 축소됐다. 이 때문에 재고자산도 예년수준보다 급증했다. 해외매출 증가 속 새로운 현금흐름 관리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생활건강은 올해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예상보다 강하고 긴 싸움이었다'고 표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업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는 자평이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의 주력사업인 화장품 부문 매출이 전년도 같은기간보다 11%, 영업이익이 1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분산투자의 효과는 놀라웠다. 화장품 부문 내 해외사업이 17.2% 성장을 하며 국내 및 면세점 실적 하락을 방어해줬다. HDB(Home Care & Daily)와 음료(Refreshment) 사업부문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화장품 실적의 빈공간을 채우기도 했다.


상반기 LG생활건강의 전체 매출은 0.7% 감소한 3조697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1% 늘어난 6370억원을 나타냈다. 매출이 소폭 줄어들었지만 실질적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더 증가한 셈이다. 당기순이익은 0.3% 늘어난 438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LG생활건강의 자평대로 힘든 상황을 보낸 흔적이 역력하다.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유입된 현금흐름은 총 2960억원에 불과하다. 전년도 같은기간 4938억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절반 가량 급감한 셈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실질적으로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여 순유입된 현금을 의미한다. 대부분 여러 비용 등을 다 떼고 남은 당기순이익이 기반이 된다. LG생활건강이 올해 상반기 전년도 같은기간보다 소폭이지만 오히려 더 벌어들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급감한 것이 꽤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당기순이익으로 거둬들인 4388억원을 기반으로 유무형자산 감가상각비 1303억원이 추가반영됐다. 전년도 유무형자산감가상각비가 119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변동이 없다.

하지만 운전자본 변동 계정이 전년도 같은기간 기록한 364억원보다 많은 1277억원이 제외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LG생활건강의 매출로 잡혔지만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지 않은 금액이 전년도 같은기간보다 네배 가량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는 국내 매출이 급감한 반면 해외매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국내서 발생한 매출은 재고주기가 짧게 돌아가기 때문에 현금도 빠르게 들어오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해외매출은 제품이 배송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현금이 유입되는 시기도 국내보다 길어진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부문 세부실적을 살펴보면 국내서 발생한 매출은 24% 줄었다. 백화점과 면세점 매출이 각각 21.2%, 30.4% 축소된 결과다. 반면 해외매출은 17% 증가했다. 국내 화장품 매출이 급감한 반면 해외 매출이 늘어난 데 따라 실질적으로 순유입된 현금흐름이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대신 재고자산은 예년보다 더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 재고자산은 6996억원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엔 25% 늘어난 8784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일어났지만 돈을 아직 받지 못한 재고가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LG생활건강은 기타영업활동 비용으로 전년도 상반기 지출한 261억원보다 많은 1453억원을 썼다. 아직 세부내역이 공시가 되지 않아 파악이 어렵지만 세금 등으로 유출된 잡비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LG생활건강은 앞으로 해외매출이 더 확대될수록 재고주기가 길어지는 데 따라 현금흐름도 기존과는 다르게 돌아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내 매출이 더 떨어지고 해외매출이 더 늘어난다면 아무리 매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현금흐름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지난해 20%에 불과했던 해외매출 비중은 올해 30%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재무여건이 안정적인 데 따라 현금흐름이 줄어들더라도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있다. 우량한 신용등급으로 언제든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매출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것을 대비해 현금흐름 스케줄을 재조정 하는 등 세부전략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LG생활건강 내부 관계자는 "해외매출이 늘어나면서 재고자산 주기도 길어지게 됐기 때문에 현금이 들어오는 시기도 늦추질 수 밖에 없다"며 "매출은 일어났지만 실질적으로 들어오는 현금흐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해외매출이 늘어나는 데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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