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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리스트 뉴스타트]'심사역서 기업 구원투수로' 정형록 지엠홀딩스 대표LB인베스트먼트서 활약, 화장품 브랜드 '셀라피' 성장 주역

박동우 기자공개 2020-07-31 07:55:27

[편집자주]

벤처캐피탈리스트는 투자기업 발굴과 자금 집행, 밸류업 등을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다. 벤처투자업계가 성장 가도를 달리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창업과 컴퍼니빌더 등으로 진화하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펀드 운용 경험에서 우러난 철학과 전문 지식을 접목해 활약 중이다. 벤처캐피탈리스트 출신 창업가들을 만나 삶과 비전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30일 10: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트폴리오 회사의 밸류업과 회수까지 모두 책임진 벤처캐피탈리스트는 흔치 않다. 정형록 지엠홀딩스 대표(사진)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활약하며 '2017년 올해의 LB인' 상을 받을 정도로 유능함을 인정받았다. 당시 정 대표는 역대 최연소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았다.

정상에서 빛난 순간 그는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포트폴리오사인 지엠홀딩스의 화장품 브랜드 '셀라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는 대표직을 맡아 화장품 사업의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회사 M&A까지 성사했다. 벤처캐피탈의 엑시트(자금 회수)도 이끌어냈다. 대기업 사업기획 경험과 사람을 중시하는 투자 철학이 맞물린 덕분이다.

삼성전자 전략기획팀 출신, '투자 뒤에는 따뜻하게' 원칙 고수

정 대표는 남다른 길을 걸었다. 경영대학 동기들이 증권사·자산운용 등 투자은행(IB)업계로 향할 때 그는 일반 기업에 문을 두드렸다. 친화력이 뛰어난 자기 강점을 녹여 다양한 업무를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전략기획팀에 들어가 6년가량 국내·외를 누볐다. 무선사업부의 전략 상품을 기획하고 유망 기술을 외부에서 소싱했다. 자기 전문성을 녹여 회사를 이끌고 싶다는 꿈이 싹텄다. 하지만 훌륭한 동업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룹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와 손잡고 일하면서 어렴풋이 벤처캐피탈을 접했다.

그는 '심사역'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투자를 계기로 유능한 경영진과 연을 맺기에 수월해 보였다. 가족과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 치고 삼성전자를 떠났다. LB인베스트먼트 공채에 합격하면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새 출발했다.

대기업을 다니며 쌓은 전문성을 살려 원천기술을 갖춘 회사의 딜(deal)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2년 동안 업체 7곳에 자금을 집행했다. 당뇨 환자를 겨냥해 인슐린 펌프를 만든 이오플로우, 의료용 멸균기를 생산하는 플라즈맵, 가스 검사 센서 제조사 센코 등이 대표적이다. 정 대표의 투자 선구안은 빛났다. 올해 이오플로우와 센코가 코스닥 상장을 앞뒀기 때문이다.

기술에 대한 분석 못잖게 경영진의 도덕성을 눈여겨봤다. 임·직원, 기존 투자자와의 관계 등 CEO의 인적 네트워크를 확인하는 데 공을 들였다. 조직의 화합을 이끄는 사람 아래 인재가 모여들고 회사가 유지된다는 점을 중요하게 여겼다.

'투자할 때까지는 냉철하게, 투자 뒤에는 따뜻하게'로 원칙을 세운 건 사람을 향한 믿음을 품었기 때문이다. 자금을 집행한 이상 포트폴리오 기업의 자율적 경영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피투자사가 필요로 하는 경우에만 파트너사 연결, 인력 소개 등의 밸류업 지원책을 제공했다. 대신 경영진의 고민을 들어주고 친구처럼 다가서는 데 힘을 실었다.

화장품 브랜드 '셀라피' 경영, 성장전략 수립·M&A 성사 '밸류업' 촉진

왕성한 투자 행보로 두각을 드러낸 정 대표는 LB인베스트먼트 입사 2년 만인 2017년 '올해의 LB인' 상을 거머쥐었다. 정점에 오르자 그의 앞에 도전 과제가 나타났다. 35억원을 베팅한 화장품 기업 지엠홀딩스였다. 회사가 운영하는 '셀라피' 브랜드 사업의 성장과 해외 시장 진출이 필요해 보였다.

밸류업과 회수까지 해내려면 기업 경영에 직접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고심 끝에 벤처캐피탈을 떠나 지엠홀딩스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정 대표가 화장품업계에 발을 들인 건 강도 높게 경영 기법을 체득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진입장벽이 낮은 화장품업계는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경영인으로서 자기 역량을 시험해 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상품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종합한 사업 영역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취임 뒤 그는 회사의 성장 전략을 새로 짰다. 판매 채널 다각화에 사활을 걸었다. 국내에 편중한 매출처를 중국·동남아로 넓히고 홈쇼핑 입점도 이뤄냈다. 신사업도 론칭했다. 기초화장품 중심의 제품 라인업을 생활용품까지 확대했다.

노력은 진가를 드러냈다. 대표 취임 1년 6개월 만인 작년 1월 지엠홀딩스가 화장품 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에 인수된 것이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M&A를 성사하기까지 경쟁력 있는 해외 유통사들을 파트너사로 끌어들인 것이 주효했다.

전문경영인의 입지를 다진 정 대표의 신조는 '익숙함을 멀리하고 도전을 즐기자'다. 그는 "벤처캐피탈을 연결고리 삼아 새 길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정 대표는 "피투자기업의 경영 일선에 직접 뛰어들어 어려움을 극복하고 FI의 회수까지 이끌어낸 경험을 갖췄다"며 "대기업에서 얻은 경험과 사람을 중시하는 철학을 지키면서 후배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귀감으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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