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판매사 수난시대]'등 떠밀린' 선보상, '간과된' 경영진 배임 이슈④‘고객 신뢰 vs 배임 해소’ 이사회 난항…당국 ‘문제없다’ 유도, 의구심 해소 '미지수'
김시목 기자공개 2020-07-30 13:27:12
[편집자주]
자산운용사의 모럴해저드는 누구 책임일까. 라임, 옵티머스펀드 환매 중단 사태는 자산관리(WM)시장에 이같은 화두를 던졌다. 사기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일부 사모펀드의 부실한 운용실태가 민낯을 드러냈다. 문제는 부실운용의 책임이 고객과 접점에 있는 판매사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시비비가 가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조차도 판매사의 보상안 마련을 독려한다. 업계는 이같은 마녀사냥식 해법이 WM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전례를 남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더벨은 최근 사모펀드 시장에 벌어진 환매중단 사태에서 판매사를 앞세운 사태수습이 적절한지 되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8일 15: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판매사들이 금융당국과 투자자 압박속에 선보상을 속속 마련하고 있지만 반대급부로 경영진 배임 이슈와 부담은 점증하고 있다. 판매사 내부에선 고객 신뢰 회복에 방점을 찍은 사내이사와 배임 해소를 강조하는 사외이사 간 대립 구도 등 이사회 결론까지 난항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은행 기반 금융그룹 판매사의 부담감은 더욱 극심하다.물론 시간 문제일 뿐 가지급금 등 선보상 결론은 수순이다. 금융사 목줄을 쥔 당국 지침을 거부하기 힘든 것은 물론 이미 당국은 배임에 '문제없다' 식으로 압박했다. 하지만 판매사가 법적 절차를 거쳐 배임 이슈를 차단했다고 하면 완전히 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란 의구심은 남는다. 당장 떠밀린 제각각의 선보상 비율부터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사내이사 VS 사외이사 합의 난항, 결국은 선보상 수순
하나은행, 우리은행,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등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의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원금 전액 환불 결정 수용을 연기했다. 6월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에 대해 민법상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적용해 판매사가 원금 100%를 투자자에게 환불할 것을 결정했다
각 사가 즉각적으로 금융감독원 지침에 따르지 못한 이유는 배임 이슈때문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은 모두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불발됐다. 사내이사는 고객 신뢰 등에 무게를 두고 선보상으로 방향을 잡는 반면 사외이사 등은 배임 이슈로 반대하는 기류다. 이사회에서 결론이 나지 않는 점 역시 내부에서도 대립각이 첨예하다는 방증이다.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판매로 선보상 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NH투자증권 이사회 역시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펀드 판매액 5000억원 가량의 50~70% 수준만 선보상 비율로 확정해도 한 해 올린 순이익을 상당 부분 잠식한다. NH투자증권의 작년 순이익은 4763억원이다. 선보상 비율에 따라 한 해 벌어들인 이익이 모두 깎여버리는 구조다.
시간의 문제일 뿐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사내이사들이 어떻게든 사외이사를 설득해 금융당국 지침 등에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 증권 등의 목줄을 사실상 잡고 있는 당국에서 진전이 없을 시 다른 압박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예정된 금감원의 금융사 현장 조사 역시 상당한 부담 요인이다.
시장 관계자는 “판매사 과실이 확정되지 않은 터에 손실을 반영하면 영업실적이 휘청거릴 정도로 타격이 큰 경우가 있다”며 “라임 사태 초반만 해도 배임 이슈가 언급되긴 했지만 지금과는 그 규모가 현격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결론은 선보상 쪽으로 나겠지만 후에 배임 이슈에 따른 각종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문제없다는 당국, 판매사는 여전한 '의구심'
배임 이슈는 현재 선보상을 둘러싼 태풍의 눈이다. 은행, 증권 등을 보유한 금융그룹 계열사들은 개별 이사회가 최종 절차지만 합의점을 찾기까지는 사실상 한몸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은행, 증권 등을 거느린 금융지주 주주들의 이해관계에 일치하는 결론 도출을 위한 행보다. 추후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일관된 공동 대응을 고려한 조치들이다.
이미 금융당국은 가장 앞서 배임 이슈 불식에 나섰다. 배임을 의식한 은행, 증권 등 판매사를 겨냥해 사적화해 등과 관련된 예외를 언급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직접 나서 "배임 이슈 등에 대해 (판매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사적화해에 의해, 또 그런 것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선제적 보상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매사가 금융당국 지침에 맞춰 고객 보상을 완료한 뒤에라도 문제의 소지는 여전히 남는다. 배임 이슈 해소가 선지급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지만 보상 비율, 기준 등의 비정상성을 감안하면 언제든 다시 불씨를 키울 수 있다. 가뜩이나 ‘독박’에 가까울 정도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는 상황에서 배임 이슈까지 잠재 리스크로 안게 되는 셈이다.
오너 중심 판매사는 상황이 낫다. 오너 책임 하에 대표이사가 상대적으로 배임 논란을 희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반면 금융그룹 계열사의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금융그룹 계열사의 선보상 결정이 늦게 이뤄지는 패턴 역시 무관치 않다. 여기에 회장 및 대표이사 등의 교체에 따른 변화 시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여지를 남긴다.
당장 은행 및 증권 등 판매사별로 제각각인 선보상 기준 자체는 향후 배임 이슈가 재차 불거질 시 표적이 될 수 있다. 타사 선지급 비율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만큼 보상 규모에 대해 합리적,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의구심이 남는다. 70~100% 수준의 보상 비율을 확정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 등 제각각인 상황은 분명 꼬리표가 달릴 수 밖에 없다.
다른 관계자는 “배임 이슈는 미래에도 계속 꼬리표가 붙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금융그룹 계열사들이 오너 회사들과 달리 부담감이 크게 작용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에서도 바람을 넣고 있지만 향후 상당한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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