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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공동재보험 시대]코리안리, 금리부채 떠안으면 자본비율 상승 '반전'K-ICS 리스크 산정방식 달라진 영향…환헤지 비용도 없어 장점

이은솔 기자/ 진현우 기자공개 2020-08-05 08:33:13

[편집자주]

보험사들이 학수고대했던 공동재보험 시장이 금융위 제도 개편으로 마침내 열렸다. 국내외 재보험사들은 계약 선점을 위한 물밑작업을 하고 있고, 일부 보험사들은 아예 공동재보험사로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선 만병통치약은 아니란 지적부터 자본확충 부담을 크게 줄여줄 것이라는 기대 등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공동재보험 도입 방향성과 시장 움직임 전반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3일 12: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동재보험 시장이 열리면 누가 시장을 선점하게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보험업계에서는 초기 시장의 경우 코리안리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가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수보험사의 금리 위험을 가져오면 코리안리의 자본비율이 상승하는 공동재보험의 '반전효과'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공동재보험 시장에는 코리안리를 포함해 4~5개의 전업 재보험사가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뮌헨리, 스위스리, RGA 등의 외국계 재보험사와 코리안리는 지난해부터 금융위에서 진행한 공동재보험 태스크포스(TF)팀에도 참여하며 진출 의지를 밝혀왔다. JC파트너스가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KDB생명 역시 인수 후 공동재보험사로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시장에서는 해외 재보험사와 코리안리가 시장 선점을 두고 다투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해외 재보험사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공동재보험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상품 구조에 대한 노하우를, 코리안리는 공동재보험 시장에 처음 뛰어들기 때문에 내세울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각각의 장점으로 내세워 원수보험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코리안리가 해외 재보험사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건 초기 시장 진출이라는 특성과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는 원수보험사의 금리 위험을 재보험사에 옮겨오면 리스크가 늘어나고 그만큼 자본확충의 필요성도 커질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코리안리의 경우 금리 위험을 출재할수록 RBC비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시 달라지는 리스크 산정 방식 덕분이다.

이전 산정 방식에서는 리스크를 부채 중심으로 평가했다. 지급여력(RBC)비율은 기본적으로 보험사가 가지고 있는 부채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자본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만약 보험사가 부채는 없고 채권 등 자산만 보유하고 있을 경우 이전 방식에서는 이를 리스크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 도입되는 킥스 3.0에서는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이 맞지 않는 상황 자체를 '리스크'로 본다. 부채 없이 자산만 보유하고 있는 것도 리스크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자본확충을 요구하게 된다.

코리안리의 경우 현재 국내외 채권을 비롯해 과거에 매입한 장기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직까지 공동재보험 계약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금리부채는 '0'이다.

만약 코리안리가 원수보험사로부터 출재를 받아 금리부채를 가져오게 되면 오히려 자산과 부채 사이의 균형이 맞춰지고, 킥스 3.0 하에서의 RBC비율도 상승하게 된다. 공동재보험 출재를 위해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본확충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연초 공동재보험을 도입하기로 했을 때 업계에서는 어떤 재보험사가 금리 부담을 떠안으려 하겠냐는 이야기가 돌았었다"며 "그런데 오히려 금리부채를 가져오는 게 재보험사의 자본비율에도 도움이 되면서 원수보험사와 재보험사 양쪽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위스리나 뮌헨리 같은 해외 재보험사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공동재보험 물건을 수주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 법인을 두고 있지만 보유 자본이 적어 대규모 물건은 수주할 수 없다. 국내 법인은 커뮤니케이션 통로 역할을 하거나 작은 물건을 수주할 뿐 수조원 대의 거래는 국내 원수보험사가 해외 재보험사 본사에 직접 출재한다.

그러다보니 해외 재보험사 본사에는 이미 출재된 금리 재보험 물건들이 연결로 반영돼 있다. 국내보다 먼저 자본규제가 도입되는 선진국 특성상 해외 재보험사들은 이런 공동재보험 물건을 감안해 이미 자산 부채 듀레이션이 맞춰진 상태다. 국내 원수보험사들의 금리 위험을 수주할 경우에는 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한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환헤지 비용도 관건이다. 해외 재보험사는 전세계에서 출재된 다양한 통화의 재보험 물건을 달러나 유로화를 기준으로 헤지한다. 부채에 대응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들도 대부분 달러나 유로화로 된 채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환헤지 비용은 3개월에 50bp, 1년에 100bp 정도로 알려져있다.

게다가 1년 단위로 재계약되는 위험보험과 달리 공동재보험은 최장 60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진다. 60년짜리 계약을 수주할 경우 이 기간만큼 환헤지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십 년 장기계약에서는 환을 오픈해 계약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리스크는 결국 재보험료에 비용으로 녹아들 수밖에 없다.

반면 코리안리 측은 자사의 경우 자본확충과 환헤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에 대응하는 마지노선까지는 자본확충 없이 출재가 가능하고, 한화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헤지 비용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코리안리 측은 해외 재보험사에 비해 비용부담이 적은만큼 재보험료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국내 초기 시장의 상당 부분은 자본확충 없이 코리안리의 보유 자산으로도 대응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노하우 쪽은 해외 재보험사들이 좀 더 있겠지만 생보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관건은 가격"이라며 "코리안리 측에서 '우리는 환헷지 비용도, 추가적 자본확충에 대한 비용도 반영하지 않아 가격 메리트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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