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8월 04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진행상황을 돌이켜 보면 양쪽 모두 시장의 신뢰를 주장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채권단을 대표하는 KDB산업은행은 신뢰를 앞세워 거래에 임해 왔음을 강조하고 싶다. 법률적으로 종결 시점이 다다랐기에 모든 가능성에 채비하고 있다.”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3일 기자간담회가 끝날 즈음 ‘시장 신뢰’를 언급했다. 약 5초간 뜸들인 후 어렵게 꺼냈다. 그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산업은행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매각작업에 임했고 무산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있다는 게 골자다.
이 회장이 '신뢰'를 강조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두 달 전 열린 간담회에서도 ‘상호 신뢰’를 언급했다. 당시 이 회장은 “서로 믿고 대화를 나누면 많은 것을 풀어나갈 수 있고 조정할 수 있다”며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안전하게 딜을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두 달 간격으로 전한 '신뢰'는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6월 17일 간담회에서 언급된 신뢰는 어원 그대로 믿음이다. 당시 러시아로부터 기업결합 승인도 나오지 않은 터라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업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상대방 입장도 충분히 헤아렸다.
반면 이번 간담회에서 수차례 언급한 신뢰는 대상이 달라졌다. ‘상호 신뢰’가 아닌 ‘시장의 신뢰’를 말했다. 시장의 신뢰는 거래 당자사들 간의 신뢰가 아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이번 딜을 어떻게 바라볼지 알 필요가 있다는 뼈있는 한 마디다.
다르게 해석하면 아시아나항공 M&A가 무산됐을 경우 ‘책임’ 소재가 누구에게 있느냐로 귀결된다. 현 상황에서 거래 재개보다 무산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계약금 반환 소송도 안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평소 거침없는 소신발언 스타일의 이 회장 성향을 감안하면 완벽하게 강경 모드로 전환했음을 알 수 있는 요소다. 물론 최후통첩의 형태로 마지막 결단을 촉구함과 동시에 딜을 종결시키고픈 마음도 은연중에 드러냈다.
이 회장의 달라진 ‘신뢰’는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확실한 온도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채권단은 진정성만 보여준다면 제한적 수준에서라도 추가실사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시장신뢰가 아닌 상호신뢰, 본연의 의미로 돌아갈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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