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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정몽규 회장, 휴가지 독서 의미는..결단 임박디즈니 M&A 역사 다룬 책 주목...이동걸 회장과 회담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0-08-05 11:14:56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4일 11: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책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난 정몽규 HDC그룹 회장(사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평소 정 회장은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임직원들에게 선물하고 실제 기업경영에 반영하는 등 '독서경영'을 펼치기로 유명하다. '아시아나항공 M&A'라는 최대 현안이 있는 올해도 어김없이 책을 추천하고 휴가를 떠났다.

특히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오는 11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해 보이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리면서 정 회장의 복귀 이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휴가지에서 돌아오면 채권단과 금호산업이 제시한 거래종결 시한까지 불과 며칠 밖에 남지 않는다. 다음 스텝에 대해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히고 복귀할 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휴가지서 M&A 책 읽으며 '막판 고민'…복귀 후 행보 '주목'
정몽규 HDC그룹 회장.

4일 HDC현대산업개발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로버트 아이거의 '디즈니만이 하는 것' △제프리 페퍼의 '파워' △대니얼 J 레비틴의 '석세스 에이징' △라이언 홀리데이의 '스틸니스 등 네 권의 책을 추천했다. 정 회장 본인도 이번 주 여름휴가를 떠나며 해당 도서들을 챙겨간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평소 '독서경영'을 즐긴다. 경영·금융·인문학·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얻은 통찰력을 실제 그룹 경영전략에 적극 반영하는 편이다. 매년 여름휴가철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직원들에게 추천·선물하는 문화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정 회장의 최근 관심사와 경영 인사이트 등을 직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책'인 셈이다.

'올해의 책'들이 특히 주목을 받는 건 정 회장의 최종 결단만 남겨둔 아시아나항공 M&A 때문이다. 전날 산업은행이 현대산업개발의 재실사 요청을 거절하며 계약해지 가능 시점을 못박은 만큼 거래종결이 머지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정 회장도 휴가지에서 마지막 고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챙겨간 책이 정 회장의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지 여부가 관심사다.

네 권 중 M&A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책은 로버트 아이거 월트디즈니컴퍼니 회장의 자서전 '디즈니만이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아이거 회장이 2006년 픽사를 시작으로 2009년 마블, 2012년 루카스 필름, 2019년 21세기폭스 등 대규모 M&A를 잇따라 단행하며 디즈니를 명실상부 최고의 미디어그룹으로 키워낸 과정이 담겨있다.

아이거 회장은 디즈니의 미래가 △고품격 브랜드 콘텐츠 △기술에 대한 투자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 등에 달려있다고 보고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거침없이 M&A를 추진했다. 특히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용기'와 시의 적절한 '결단력', 항상 정직하게 임하는 '진정성' 등 리더십의 10가지 대원칙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는 데 집중했다.

책에서 소개한 디즈니의 M&A 역사가 정 회장에게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그간 정 회장은 M&A가 진행되는 내내 최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해왔다. 실제로 채권단이 현대산업개발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받아들이겠다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등 효과도 거뒀다.

하지만 이번엔 복귀 후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설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동걸 회장이 전에 없던 단호한 어조로 계약 무산시 모든 책임이 현대산업개발에 있다고 공식 언급한 만큼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이번주 말이나 다음주 초쯤 한차례 더 만나 담판을 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작년엔 '초연결' 선물, 아시아나 인수로 초연결시대 접점 확대

정 회장은 작년 7월엔 데이비드 스티븐슨의 저서 '초연결'을 임직원들에게 추천했다. 당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본격화했던 때다. 정 회장은 신입사원이나 일부 임원이 아닌 전 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초연결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의 정도와 깊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정몽규 회장이 2019년 여름 전 임직원들에게 '초연결'을 선물하며 적은 메시지.

특히 책의 맨 앞장에 "IoT,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 새로운 기술과 개념들로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며 "보다 진화된 초연결시대에서 HDC그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봤다"는 메시지도 담았다. 생각의 확장을 위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제안도 곁들였다. 실제로 HDC그룹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독서토론회를 진행했다.

이후 초연결시대로의 전환은 정 회장이 결코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할 수 없는 하나의 이유로 꼽히기 시작됐다.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HDC그룹과 초연결사회의 접점을 늘리려 한다는 해석이다. 항공사가 자칫 초연결과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기 쉽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초연결시대는 IoT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5G 등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새롭게 생겨난 기술과 개념들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사회다. IT 기술의 발달로 실물세계와 디지털세계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사람과 사물 등 모든 것이 긴밀하게 연결돼 보다 효율적이고 예측가능해진다. 이전까지 아무도 경험해본 적 없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및 가치 창출의 기회가 열린다고도 볼 수 있다.

초연결시대 속 항공사는 단순히 항공권을 파는 전통적인 운송기업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스케줄을 AI로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추천하거나 개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맞춤형 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여행스타일에 따라 호텔이나 관광상품 등과 연계해주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다. 운항이나 정비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항로 최적화와 연료 절감, 예측 정비 등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되 비용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종 시스템 로그 정보 등을 AI로 분석해 지금보다 한층 강화된 항공 안정성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당시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구현할 수 있는 초연결시대 속 항공사의 모습을 미리 그려봤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아시아나항공은 항공·운송분야에 특화된 IT서비스 기업 아시아나IDT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이후 상황 급변으로 1년 만에 인수 여부를 다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이번주 내내 여름휴가를 보낸다"며 "매년 휴가철마다 임직원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선물해왔다.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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