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8월 10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소문난 다독가다. 같은 책도 여러번 읽는 편이며 추천 빈도도 잦다고 한다. 임원들에게도 매분기 경영진 브레인 트러스트(brain trust) 회의에서 경영관련 도서를 한 권씩을 선정해 권하는 편이다.진 행장의 올해 2분기 추천도서는 바로 '번영(繁榮)의 역설'이다. 그 스스로 신한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심히 공감했다고 한다.
책 저자는 비즈니스 분야에서 혁신의 대가로 소문난 크리스텐스다. 번영의 전제조건은 빈곤 지표들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아닌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에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의미를 곱씹어 볼수록 진 행장이 그리고 있는 청사진이 궁금해졌다.
얼마 전 신한은행의 한 임원을 만났을 때다. 그는 근황을 소개하며 다이어리를 보여줬다. 장 마다 손글씨가 빼곡했다. 현업부서와 면담을 진행하며 직원들의 특징을 적어놨다고 했다. 고객 유치 과정, 아이디어, 특정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그들이 어떤 위험과정을 겪었는지 에피소드도 담겨있다.
이는 진 행장이 취임 초부터 추구한 '고객가치경영' 기조와 맞닿아 있다. 진 행장은 숫자로서의 성과 보다는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영은행들이 추구하는 영리를 과감히 버렸다. 핵심성과지표(KPI)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자산규모나 상품판매 수수료 수입 등 수익성 요소 중심에서 '고객 수익률' 중심으로 선회했다.
성과를 내기까지 '과정'을 조명했다. 조직, 사회, 동료에 대한 신의성실 가치가 내포돼 있는지를 보겠다고 했다. 임원들로서는 정량평가 뿐 아니라 정성평가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후배 직원을 잘 관찰하는 수 밖에 없게된 셈이다.
진 행장은 신한 DNA의 산증인이다. '일본통'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대리시절부터 인력개발실을 거쳤다. 신한의 문화를 현업부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교육하고 이끄는데 누구보다 열성이었다고 한다. 옛 기업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이직한 뒤 맡았던 첫 임무이기도 하다.
그런 그는 신한이 나아가야 할 길을 누구보다 잘 인지하고 있다. 앞서 18년간 일본에서 근무하면서 현지의 3만2000여개에 달하는 장수기업의 기업문화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최근 사모펀드 사태,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 출현 등 새로운 위협요소가 잇달아 출현하자 신한의 '문화 변화' 필요성을 절실하게 체감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어쩌면 진 행장의 고객가치평가는 금융권의 '패러독스'다. 적은 비용으로 가장 많은 이윤을 창출한다는 경제학의 기본 전제 마저 거스른다. 기존 대비 노력과 시간이 더 소요되는 작업이다. 진 행장은 짧은 호흡이 아닌 긴 호흡으로 새로운 신한의 과도기를 맞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수익성 중심의 KPI 문화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신한의 방향성만은 확고해졌다. '고객퍼스트'를 외치며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진 행장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이엔플러스-율호, '배터리 파운드리' 사업 설명회 개최
- 삼수생 디앤디파마텍, 임상순위·파트너사 다 바꿨다
- [thebell desk]코스닥 2세와 부의 대물림
- [IPO 블루프린트 체크]바이오노트, 엔데믹과 함께 '멈춰버린' 투자시계
- 소니드-디펜스코리아, 국방부 '추천품목' 선정
- [네이버 알짜사업 톺아보기]인수 우려샀던 포시마크, 발빠른 정상화 '시너지 기대'
-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대수술]조병규 행장, '글로벌 비이자이익' 당부한 까닭은
- 인텔리안테크-마링크, "15년 파트너십 더 키운다"
- [캐피탈사 유동성 점검]신한캐피탈, 조달 다변화로 시장 변동성 리스크 상쇄
- 신한금융 뿌리 깊은 나무와 새싹 '재일교포 주주'
손현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Market Watch]'금리매력' A급 훈풍?…옥석가리기 '본격화'
- [IB 풍향계]두산그룹 하반기 추가조달 가능성에 IB들 '기웃'
- '현금 풍부' LG전자, 공모채 패싱할까
- [IB 풍향계]'크레딧물 희소성' AA 등급 흥행지속…IB 세일즈 박차
- 폭스바겐파이낸셜, '첫 파트너' 신한증권 세일즈 덕봤다
- [IB 풍향계]'단독주관' 잡아라…KB·NH·한국 경쟁 '치열'
- [thebell note]'베테랑 IB' 정영채의 거취
- NH증권,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13년만에 자사주 소각
- 카페24, 이커머스 혁신 추구…42개 AI사들과 맞손
- 금감원, 한국증권 부동산PF 현장검사 나선 배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