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을 움직이는 사람들]돌고돌아 제과·식품 주력…다시 찾아온 '전성기'①사업 다각화에서 본업 종합식품업 집중, 성장 이끈 인재 ‘외부수혈’
정미형 기자공개 2020-08-18 08:32:09
[편집자주]
‘초코파이 정(情)’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제과업체로 우뚝 선 업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오리온그룹이다. 1956년 설립돼 창립 64주년을 자랑하는 오리온그룹은 현재 오너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 원칙으로 외부 수혈도 마다치 않는 모습이다. 허인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오리온그룹을 이끄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0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리온그룹이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고 올해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라는 악재를 딛고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대표제품인 ‘초코파이 정(情)’을 앞세워 국내 제과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물론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해외 매출에서 나오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회사로 자리잡았다.오리온그룹은 제과업체로 시작해 외식, 영화 산업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25개 종속회사를 거느린 종합 식품 및 엔터테인먼트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자산 5조원 대기업집단을 바라보고 있으며 국내 제과시장에선 롯데제과와 함께 양축을 맡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오리온그룹 창업주인 이양구 선대회장의 사위인 담철곤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담 회장은 이 선대회장의 차녀인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남편이다.
◇제과업체에서 종합식품업체로 발돋움
오리온그룹은 1956년 풍국제과를 인수하면서 설립된 동양제과가 모태다. 1974년부터 생산한 초코파이는 대표 상품이자 지금의 그룹을 만드는 근간이었다. 실제 초코파이의 인기 속에 1975년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도 할 수 있었다.
1990년대부터는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철저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한 현지화 전략이 효과를 봤다.
1990년대는 오리온그룹이 사업을 다각화한 시점과도 맞물린다. 오리온그룹은 1994년 영상사업 분야에 진출하면서 미디어플렉스, 제미로, 메가박스, 쇼박스 등의 계열사를 설립하며 종합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진출했다. 1997년에는 건설업에도 뛰어들었다. 1997년 리온자산개발을 설립하고 미소인, 하인랜드디앤씨, 메가마크를 차례로 세웠다.
사세를 키운 오리온그룹은 2001년 동양그룹에서부터 제과부문을 분리하며 독자 출범했다. 지금의 오리온으로 사명을 바꾼 것은 그로부터 2년 뒤인 2003년이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메가박스와 온미디어 등을 매각해 엔터테인먼트 사업 비중을 크게 줄였다. 올해 들어서는 건설 사업에서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현재 청산 수순에 돌입한 상태다.
2017년에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다시 제과·식품 본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17년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시야를 넓혀 건강식품, 간편대용식, 기능성 음료 시장 등으로 발을 넓히면서다. 오리온그룹은 보수적이라는 업계 특징에도 불구하고 도전 정신을 발휘, 지금의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의 성장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성과주의 인사 원칙 '외부수혈도 OK'
올해 창립 64주년을 맞은 오리온그룹은 대체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활성화돼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외부 수혈도 마다치 않는 모습이다.
오리온그룹 임원진 중에는 외부 출신이 적지 않다. 일단 담 회장과 그룹을 이끌어나가는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도 신세계·이마트 출신으로 2014년에 영입됐다. 박성규 오리온 부사장과 김형석 오리온 신규사업팀 전무도 이마트 출신이다. 법무팀을 맡은 하상일 전무도 2012년 오리온에 들어왔고 이영균 홍보팀 상무도 CJ ENM 출신이다.
오리온그룹에 외부 수혈이 활발해진 것은 2010년 들어서다. 당시 오리온은 국내 제과 시장 정체와 맞물려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다. 더불어 오리온이 미디어·엔터 사업체를 정리해 낸 이후로 다시 제과 본업에 대해 힘을 기울일 때였다.
오리온그룹은 당시 그룹 계열사인 롸이즈온 노희영 이사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광고회사인 리앤디디비 이용찬 대표를 마케팅본부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이후 2014년 허 부회장이 영입된 이후에도 기업쇄신이 이뤄지며 외부 출신 인사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했다.
내부 인사는 개발업무나 생산업무 등 실무를 두루 거친 인물을 중심으로 승진이 이뤄지는 모양새다.제과·식품을 다루는 회사답게 연구개발에 대한 중요성이 크고 해외 시장에서 매출 절반 이상이 이뤄지고 있어 해외법인에 주요 인재를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규홍 중국 법인 사장이 중국시장 구원투수로 급파되기도 했고 이경재 현 오리온 대표이사도 베트남 법인장 출신이다. 올해 승진한 이승준 오리온 사장은 국내외 연구소장 경력만 10년이 넘는다.
오리온그룹 관계자는 “임원진의 경우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능력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내부든 외부든 어떤 사업을 하는지에 따라 적합한 사람이라면 영입하는 기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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