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을 움직이는 사람들]'전략가' 허인철 부회장의 풀체인지 매직③조직·경영 효율성 중심 쇄신, 제과→종합식품 탈바꿈 집중
박규석 기자공개 2020-08-20 08:22:33
[편집자주]
‘초코파이 정(情)’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제과업체로 우뚝 선 업체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오리온그룹이다. 1956년 설립돼 창립 64주년을 자랑하는 오리온그룹은 현재 오너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철저한 성과주의에 입각한 인사 원칙으로 외부 수혈도 마다치 않는 모습이다. 허인철 부회장을 중심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오리온그룹을 이끄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1일 14: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풀체인지(Full Change). 완성차 시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다. 기존 모델의 완전변경 또는 세대변경되어 새로운 모습을 갖췄을 때 사용된다. 통상 모델 이름을 제외한 기능부터 외장까지 모든 요소들이 바뀐다.지금의 오리온을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풀체인지 모델과 다르지 않다. 오리온은 1956년 풍국제과를 인수하며 제과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재 종학식품 기업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이를 위해 디저트, 간편대용식, 생수, 건강기능식 등의 4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효율성 중심의 조직개편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전략가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있다. 이마트 대표이사 출신인 그는 2014년부터 오리온홀딩스의 수장을 맡고 있다. 허 부회장은 재무와 기업 전략에 능통한 인물이다. 신세계 경영지원실 재경담당 상무와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 사장 등을 역임한 만큼 대내외적인 사업 네트워크 역시 공고하다는 평가다.
◇경영 중추 ‘회장실’ 해체…책임·권한 중심 조직 쇄신
허 부회장이 오리온의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한 작업은 조직 쇄신이다. 그는 2014년 회장실을 해체하는 파격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사업부문별 책임과 권한을 강조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회장실은 전략과 법무, 감사, 홍보 부문 등으로 구성되어 오리온을 비롯한 국내외 계열사의 통합 관리와 지원을 담당했다. 회장실을 통한 의사결정은 각 계열사 책임경영을 약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사업 부문별 업무 중복으로 인해 효율성 저하와 빠른 의사결정에 걸림돌이었다.
이에 허 부회장은 회장실을 해체한 뒤 전략부문은 기획관리부문으로, 법무부문은 인사부문으로 통합했다. 감사부문과 홍보부문은 감사실과 홍보실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생산부문에 글로벌전략구매팀을 신설하고, 영업부문 내 부서를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지원부서를 슬림화하고 부문별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평소 윤리경영을 강조한 그는 잔존하던 일감 몰아주기와 고배당 등에 대한 논란도 종식시켰다. 이를 위해 꺼내든 카드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개인회사 아이팩의 합병이었다. 아이팩은 담 회장이 2011년 횡령배임으로 구속된 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개인기업이다. 담 회장은 식품류 포장지 인쇄·제조업체인 아이팩을 통해 거액의 배당을 챙겨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리온은 2014년 담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아이팩 지분 53.3%를 145억원에 취득했다. 이듬해 아이팩은 오리온에 흡수합병됐고, 논란은 사라졌다.
이 외에도 허 부회장은 2016년 1월 오리온에 초과이익 분배금(PS)제도를 처음 도입하며 직원들의 사기 향상에 힘썼다. 부임 당시 약속을 지킨 것으로, 이후 오리온 전 직원들은 생산성 격려금(PI)과 초과이익 분배금을 받게 했다.
◇미래 성장 엔진 ‘제과→종합식품’ 체인지
취임 후 내부 조직을 정비한 허 부회장의 다음 목표는 오리온의 신 성장 동력 확보였다. 저출산 기조와 다양한 대체식품의 증가로 제과 사업만으로는 오리온의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오리온을 종합식품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이를 위해 허 부회장은 2017년 진행된 오리온의 지주사 전환 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이후 오리온에서 인적분할 해 탄생한 오리온홀딩스는 그의 신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토대가 됐다.
현재 허 부회장이 오리온의 종합식품기업 도약을 위해 추진 중인 4대 신사업은 디저트, 간편대용식, 생수, 건강기능식 등이 있다.
2017년 오리온은 프리미엄 디저트매장인 ‘초코파이 하우스’를 선보였다. 초코파이 하우스는 오리온의 대표 브랜드 초코파이를 활용한 디저트 초코파이와 생초콜릿, 초코파이 마카롱 등 디저트를 판매하는 매장이다.
2018년 농협과 손잡고 간편대용식 브랜드인 ‘마켓오 네이처’를 론칭했다. 마켓오 네이처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간편하게 ‘건강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이다. 오리온은 오는 2023년까지 마켓오 네이처의 연간 매출을 1000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부터는 프리미엄 미네랄워터 ‘오리온 제주용암수’를 출시해 글로벌 생수 시장에 진출했다. 제주용암수는 40만 년 동안 제주도 현무암에서 자연 여과된 ‘용암수’를 원수로 사용한다.
건강기능식품 사업의 경우 현재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검토 단계에 있다는 게 오리온의 입장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허 부회장 취임 후 윤리 경영을 중심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많이 진행됐다”며 “부문별 물류 데이터 등을 정량화해 데이터 중심 경영도 전개하고 있으며, 내부적인 쇄신과 외형 확대 등도 지속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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