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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모호' 내부통제 위반, 금감원 '무리한' 검사 논란 "지배구조법, 내부통제 부실 처벌기준 없어…CEO 처벌법 계류중"

허인혜 기자공개 2020-08-12 08:15:55

이 기사는 2020년 08월 11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에 내부통제 부실 의견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기준이 모호한 내부통제 검사를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부통제에 대한 정확한 법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대표이사 징계를 명시한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기 때문이다. 법원과 감사원이 같은 징계를 받았던 금융사들의 손을 들어주며 근거가 더욱 희미해졌다. 판매사들 역시 상품 판매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대표이사까지 중징계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라임 판매사 '내부통제 위반' 판단…DLF '도돌이표'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복수의 라임운용 펀드 판매사들에게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내부통제 표준 규정 위반에 대한 의견서를 요구했다.

9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징계가 예고된 증권사들이 대상이다. 의견서는 금감원의 징계 결정 전 대상 금융사들이 배경을 소명하는 문건이다. 금감원이 이들 판매사가 내부통제 표준 규정을 어겼다고 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9월 징계를 앞둔 라임운용 펀드 판매 증권사들이 '라임운용 펀드 상품에 대한 내부통제가 바르게 이루어졌나'를 중점으로 한 의견서 제출을 요구 받았다"고 설명했다.

내부통제 규정 위반에 대한 문책은 CEO 징계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금감원은 올해 1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도 내부통제 규정 위반 잣대를 댄 바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선진국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상품 불완전 판매로 제재를 받았다. 이때 기관제재인 6개월 일부 영업정지에 그치지 않고 대표이사 문책경고의 중징계도 함께 내려졌다. 그 근거가 내부통제 규정 위반이었다.

당시 은행들은 CEO가 상품 판매를 직접 지시하지 않았는데도 내부통제 부실로만 내린 중징계는 과도하다고 항변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수장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 상품의 부실여부를 적절하게 판단하지 않아 내부통제가 부실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EO를 포함해 경영진이 리테일에서 팔리는 상품 하나하나를 검수했어야 했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은행의 불완전판매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였지만 내부통제 법조항 자체가 모호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답했다.

법 조항이 모호하고 처벌 근거가 미비하다는 뜻이다. 내부통제 규정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를 법적 근거로 삼는다. 해당 법 제24조 '내부통제 기준'을 보면 금융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와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 임직원이 임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를 내부통제 기준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세부사항으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가 실효성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금감원은 '실효성있게'라는 단어를 근거로 두 은행이 실효적이지 않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췄다고 징계 배경을 밝혔다. 문제는 '실효성'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인 행위를 가리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법안에서는 내부통제 규정 위반 자체가 제재 사유로 명시돼 있지 않다.

◇법원·감사원 "내부통제 근거 CEO 징계 부당"…법 계류 중 징계 내린 금감원

사정이 이렇다보니 징계를 받은 금융사는 물론 법원도 '과도한 징계'라는 판단을 내렸다. 연임을 앞뒀던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징계 효력은 일시 정지됐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당시 하나은행장)도 같은 취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은행 임원에 대한 문책경고 권한이 금융위원회에 있는데 이 권한이 금감원에 위임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지, 또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의무를 위반했다는 징계 사유가 명백하거나 징계 양정이 적정한 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감사원은 이보다 앞선 2017년 금감원이 금융사를 상대로 내부통제 규정 위반 징계를 내리자 "법률은 금융회사가 내부통제기준을 정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기준 위반'이 제재 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다"는 취지의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태에서 징계가 앞섰다는 지적이 금투업계 안팎에서 나온 셈이다.

내부통제 실패시 CEO까지 제재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대표이사와 준법감시인 등이 내부통제 기준 위반을 방지·점검해야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제재를 받게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2018년 금융위원회 주도로 추진됐지만 20대 국회의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금감원이 라임운용 판매사에 우리·하나은행과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서 같은 양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판매사들은 명확하지 않은 가이드라인에 볼멘소리를 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 지가 명시되지 않았는데 먼저 처벌을 하고 나중에 법안을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선례가 남아 부담스럽다는 답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앞선 사례가 없었다면 내부통제 부실로 대표이사 징계까지 걱정하지는 않았겠지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선례가 남아 우려스럽다"며 "판매사들이 전액배상 등의 선례를 남기지 않으려는 이유도 이때문"이라고 했다.

일단 눈치를 살피는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피감기관으로서 검찰과 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받았던 입장으로 부당함을 주장하기 곤욕스럽다"고 답했다.

금감원의 징계가 부적당했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당시 은행법과 은행업감독 규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업무집행 전부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황 전 회장은 2012년까지 3년간 이어진 소송을 통해 징계 취소 결론을 받았다. 법원이 공식적으로 금융당국의 징계가 부당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밖에 박동창 전 KB금융 부사장 등도 오렌지라이프 인수 과정에서의 부정을 이유로 금감원 징계를 받았지만 불복 소송에서 승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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