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뚝심으로 일군 캥거루본드…데뷔전 성황 [Deal Story]코로나에도 시장 꾸준히 노크…금리 절감 효과 '톡톡'
피혜림 기자공개 2020-08-31 14:53:51
이 기사는 2020년 08월 28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도로공사가 캥거루본드(호주달러 채권) 데뷔전을 무사히 마쳤다. 뜨거운 호주 투심을 확인한 것은 물론 시장 호조를 포착해 금리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외화채 발행처를 호주달러 채권 시장까지 확대해 조달 안정성을 갖춰나가는 모습이다.이번 발행은 한국도로공사의 뚝심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로공사는 캥거루본드 조달을 준비하던 중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조달길이 막히는 사태를 겪었다. 하지만 캥거루본드 시장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을 바탕으로 무난히 안착에 성공했다.
◇도로공사, 코로나19 속 캥거루본드 겨냥 꾸준
한국도로공사는 내달 2일(납입일 기준) 4억 5000만호주달러(약 3889억원) 규모의 캥거루본드를 발행한다. 한국도로공사는 트랜치를 3년 고정금리부채권(FXD)와 변동금리부채권(FRN)으로 나눠 각각 2억 2500만 호주달러씩 배정했다. 주관사는 HSBC와 미즈호증권, 스탠다드차타드다.
한국도로공사의 캥거루본드 조달 작업은 올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도로공사는 당시 4월 만기도래하는 달러채 차환을 위해 캥거루본드 발행 주관사를 선정하고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나섰다. 호주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나가자 달러채에서 캥거루본드로 시장 확대를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달러채 가산금리(스프레드)가 급등한 것은 물론 캥거루본드 발행에 나서는 이슈어도 사라졌다.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한국도로공사는 차환 물량(4억달러) 중 일부를 사모 포모사본드로 조달하고 캥거루본드 발행 시기 가늠에 나섰다.
◇호주 시장 집중, 역내 비중 끌어올려…우량 비금융채 강점
머지않아 캥거루본드 데뷔전에 나설 기회가 포착됐다. 5월 한국수출입은행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캥거루본드 발행에 성공해 시장 포문을 연 데 이어 7월 들어 유통금리 추세도 달라졌다. 풍부한 유동성과 호주 역내 선순위채 발행 물량 감소 등에 힘입어 캥거루본드에 대한 투심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한국도로공사는 재빨리 조달 작업을 재개했다. 이달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캥거루본드 발행을 위한 비대면 로드쇼를 진행했다. 한국도로공사는 IR 당시 캥거루본드 본고장인 호주 기관들의 투심을 잡는 데 집중했다. 달러채 발행 경험 덕에 아시아와 유럽 내 인지도는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도로공사의 도전에 호주 기관들은 화답했다. 이달 26일 진행한 프라이싱(pricing)에서 호주 역내 투자자가 대거 유입됐다. 호주 기관에 배정된 물량은 47%로, 절반에 가까웠다. 뒤를 이어 아시아와 유럽이 각각 38%, 15%를 가져갔다. 통상적으로 한국물 이슈어가 발행하는 캥거루본드의 경우 호주 기관이 가져가는 물량이 최대 4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남은 60% 물량은 아시아 기관이 흡수하는 형태다.
한국도로공사의 우량 크레딧과 비금융채라는 희소성이 투심을 사로잡았다. 호주 금융시장의 경우 금융기관 발행물이 대부분인 탓에 비금융기관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더욱이 최근 역내 은행 선순위채 발행량 감소로 캥거루본드에 대한 투자 수요가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비금융채이면서도 우량 크레딧을 가진 아시아 이슈어가 드문 탓에 'AA' 등급을 보유한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됐다.
◇벤치마크 인정, 비용 절감 '성과'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딜로 캥거루본드 시장 내 공식 이슈어로 인정받는 모습이다. 발행 규모를 시장 벤치마크 사이즈인 4억호주달러 이상으로 설정해 공식적인 시장 진입을 알렸다.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했다. 한국도로공사는 프라이싱 당시 이니셜 가이던스로 호주달러 3개월 스왑금리(BBSW·Bank Bill Swap Rate)에 78~80bp를 가산한 수준을 제시했으나 흥행에 힘입어 가산금리(스프레드)를 72bp까지 끌어내렸다. 이에 따른 고정금리부채권 쿠폰금리는 0.928%다.
이는 달러채와 비교해도 상당한 성과다. 동일 만기의 한국물 AA급 공기업의 달러채 유통금리는 3개월 리보(Libor)에 65bp를 가산한 수준인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한국도로공사의 이번 캥거루본드 스프레드는 달러채 환산 시 60bp 수준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번 딜로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는 조달처를 갖게 됐다. 달러채의 경우 135일룰 등으로 연내 조달 시기가 한정되지만, 캥거루본드는 비교적 자율성이 보장된다. 회계법인과 신용등급 평가 등 발행 관련 제반 비용이 달러채 대비 줄어든다는 점 역시 강점이다. 앞서 한국도로공사는 스위스프랑과 포모사본드 등의 이종통화 시장에서도 조달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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