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업 리스크 점검]여·수신 규모 '70조' 육박, 현실은 '양극화'①대규모 구조조정 후 10년, 대형사 '쏠림 현상' 풀지 못한 숙제
이장준 기자공개 2020-09-07 08:03:34
[편집자주]
'저축은행 사태' 이후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촘촘한 규제 속에서도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고속 성장을 이루며 체질을 개선한 양상이다. 문제는 양극화다. 일부 대형사는 지방은행을 넘어설 만큼 수익성이 나아졌지만 지방 중소형사는 경쟁력을 잃었다. 당국 규제 완화를 통한 재편 필요성이 제기된다. 생사기로에 다시 서게 된 저축은행들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9월 01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 사태'가 사회 곳곳에 상흔을 남긴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저축은행의 수신 규모는 최근 70조원을 돌파했고, 여신도 올해 안에 7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며 저축은행 사태가 본격화되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처럼 비춰진다.그러나 이면에는 다소 다른 양상이 도사리고 있다. 업체수는 늘어난 데 반해 '빈익빈 부익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양극화 현상이 더 없이 심화됐다. 특히 상위사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하우스는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대형사 역시 업권 내 인수·합병(M&A) 등 낡은 규제에 발목 잡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의 규제 탈피 없이는 미래 전략 수립이 불가능해 보인다. 저축은행 사태가 끝난지 10년여가 흐른 지금, 생존의 기로에 다시 선 셈이다.
◇구조조정 후 79개 법인 존속, 여·수신 이전수준 회복
저축은행은 1972년 서민과 중소기업의 금융 편의를 도모하고 저축을 증대하기 위해 설립된 서민금융기관이다. 2010년에는 영업구역이 6개 권역(서울, 인천·경기, 부산·경남, 대구·경북·강원, 호남, 충청)으로 구분되며 광역화됐다. 당시 저축은행 수는 106개에 달했다.
문제는 이듬해 불거졌다. 2011년 2월 금융당국은 부산저축은행과 그 자회사인 대전저축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그해에만 추가로 14개 저축은행의 영업을 정지시켰다.
앞서 2000년대 중반 고위험·고수익 구조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렸는데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당시 자산 규모가 가장 컸던 저축은행이 부실화될 정도로 업계에서는 부실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만연했다.
저축은행 사태 여파로 당국은 부실 저축은행 매각에 돌입했다. 2012년 저축은행 수는 96개로 줄어들었다. 2013년에는 91개, 2014년에는 87개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와 더불어 여수신 규모도 축소됐다.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린 탓이 컸다. 2011년 1월 64조6652억원이었던 저축은행 여신은 2014년 6월 27조5698억원까지 떨어졌다. 수신 규모 역시 2011년 1월 74조3976억원에서 2014년 7월 30조5541억원으로 추락했다.
부실 저축은행들이 M&A를 통해 정리된 2015년 이래로 저축은행은 79개로 유지되고 있다. 이후에는 다시금 큰 부침 없이 여수신 규모를 회복하는 추세다.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예·적금 금리를 내세워 고객을 유치했고, 감독당국의 영향으로 대출금리를 지속해서 낮춘 영향이 컸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과거보다 업권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된 영향도 있다"며 "비대면 서비스가 강화되면서 젊은 층이 고객으로 유입된 것도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6월 말에는 저축은행 업계의 수신 규모가 6월 말 기준 70조7080억원을 기록했다. 2011년 8월(71조1476억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여신 규모 역시 6월 말 69조347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수신 거래자 수도 403만명에 달했다. 2011년 이후로 가장 많았다. 여신 거래자 수 역시 작년 말 218만명을 넘어서며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상위 10개사 총자산 절반, 순이익 80% 차지
비단 여수신 규모만 늘어난 게 아니다.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과 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
저축은행 사태 여파로 2014년까지는 업계 순이익은 '마이너스'였다. 이듬해부터는 흑자로 전환했지만 규모가 가파르게 오른 건 최근 들어서다. 올 3월 말 저축은행의 순이익은 2423억원에 이른다.
2013년 한자릿수에 머물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올 3월 14.82%까지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2016년 한 자릿수로 떨어진 데 이어 3월 말 4.73%를 기록했다. 연체율 역시 4%로 꾸준히 개선세다.
업계 전반적으로 우량하게 체질을 개선하며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평가다.
올 3월 말 전체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78조1242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3월 말 42조7055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상위 10개사가 차지하는 총자산은 같은 기간 19조6029억원에서 38조2873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9%에서 49%로 늘었다.
수익성도 마찬가지다. 4년 전 79개 업체의 순이익을 합친 값은 2180억원이었다. 올 3월 말에는 2423억원으로 증가했다. 순이익 기준 상위 10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8%에서 81.2%까지 커졌다. 중소형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쪼그라든 셈이다.
문제는 감독당국의 대다수 규제 잣대가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규모에 따라 감독당국의 잣대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이로 인해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양극화는 심화했는데 지역 의무대출 비율, 신용공여 한도 등 규제는 동일하게 적용된다"며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나눠 투 트랙으로 규제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모·현실 무관한 공통된 당국 잣대, 지속가능성장 발목
M&A 규제 완화에 대한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됐다. 현행법상 저축은행은 다른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고, 동일 대주주는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없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막아 대형사의 성장 모멘텀을 제한하고, 중소형사 부실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치권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슈가 제기되면서 규제 완화 목소리가 더 커지는 상황이다. 대형사는 중금리대출을 대거 취급해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지만 소형사는 이를 늘릴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자체 모바일뱅킹 앱 등 디지털 강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역량에도 차이가 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과거 저축은행 사태 타격이 트라우마로 남아 업계에서 체질개선을 했지만 규제 완화를 주저해왔다"며 "최근 M&A 등 규제를 일부 풀어주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코로나19 탓에 다소 지연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저축은행 업계 비전을 논의할 싱크탱크인 서민금융포럼이 출범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조만간 보증기관을 활용한 중금리대출 확대, 저축은행 합병, 지점 설치 등 전반적인 개편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당국과 저축은행의 규제 탈피 논의는 아직까지 확실한 방향성을 잡지는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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