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구조조정]좁혀진 선택지, 대주주에 '패자부활' 기회줄까'출자전환·감자' 단행 불가피, 우선매수권 등 부여 여부 주목
고설봉 기자공개 2020-09-21 08:21:46
이 기사는 2020년 09월 17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년전 금호그룹 구조조정의 중심에 놓였던 계열사는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이다. 두 회사는 경영악화로 대규모 부실이 쌓여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업황이 일제히 침체돼 경영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부도 직전까지 몰려 채권단의 도움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했다.과다한 채무와 코로나19로 인한 업황악화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의 아시아나항공과 양상이 비슷하다. 과거 이들에게 적용했던 구조조정 방식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수단이다. 가장 큰 관심은 예전처럼 대주주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를 과연 줄 것인지 여부가 거론된다.
◇금호타이어 '감자→출자→유증', 대주주 경영권 유지
2010년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 과정에는 감자와 출자전환이 동원됐다. 우선 대주주 차등감자를 통해 자본잠식을 일부 해소하는 것이 목표였다. 일종의 재무제표 결산을 통해 자체적으로 털어낼 수 있는 부실을 털어내는 차원이었다.
이어 채권단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출자전환해 부채를 재조정하고 추가로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더불어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경영 정상화의 주도권도 확실히 가져왔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010년 1월 6일 워크아웃 추진을 결의했다. 5월 31일 채권단은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을 위한 약정(MOU)을 금호그룹 및 대주주와 체결했다.
MOU 체결 뒤 채권단이 가장 먼저 한 것은 감자였다. 10월 15일 채권단은 대주주 100대 1, 소액주주 3대 1의 차등 감자를 실시했다. 이어 채권단은 곧바로 11월 29일 4024억원 규모 출자전환 실시했다. 채권단 3256억원, 계열사 554억원, 개인 214억원 등의 채권이 모두 출자전환됐다. 이로써 금호타이어가 보유한 채무는 대부분 해소됐고 추가자금 지원 없이 일부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졌다.
금호타이어에 이른바 ‘뉴머니’가 투입된 것은 2012년이다. 2012년 5월 21일 173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다만 소유권을 뒤집는 방식은 아니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 부자가 1130억원, 금호문화재단이 600억원 등을 투입했다. 사재출현이라는 명목이었지만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을 회복시켜주는 차원이었다는 평가가 더 많다.
실제 당시 산은은 박 전 회장에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박 전 회장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행사요건은 ‘기존 계열주의 경영으로 경영 정상화 계획의 성공적 달성’이었다. 사실상 박 전 회장에게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 회사 상황이 좋아지면 최대주주 지위도 그대로 주겠다는 것이다. 대상주식은 ‘채권단 취득 주식 중 총발생주식수의 50%+1주’였다.
◇금호산업 '출자→감자→유증', 박삼구 회장 일가 참여 기회 부여
금호산업은 금호타이어와 조금 다른 양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됐지만 대주주의 경영권을 유지시켜줬다는 점은 마찬가지였다. 채권단은 2010년 1월6일 금호산업 위크아웃 추진을 결의했다. 곧바로 3월26일 채권단은 2조3307억원을 출자전환했다. 이후 경영 정상화 계획 이행 약정(MOU)를 체결했다. 채권단은 선제적으로 출자전환을 통해 부채를 재조정하면서 재무구조에 숨통을 텄다. 출자전환 속도는 더 빨랐고 규모도 훨씬 컸다.
그만큼 당시 금호산업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다 썼다. 차입 규모는 4조9000억원이었다. 더불어 부족한 자금을 보완하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총 4조7000억원 규모 풋백옵션(Put Back Option, PBO)을 남발했다.
여기에 금호산업은 당시 부천 등에서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진행하면서 큰 부실을 떠안았었다. 주택경기 악화로 PF사업장에서 눈덩이 손실이 불어났고, 이자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리한 M&A로 회사 자체가 대규모 빚을 진 상태에서 개별 사업장에서까지 빚이 늘어나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출자전환을 완료한 채권단은 넥스트 스텝으로 감자카드를 꺼냈다. 채권단은 2010년 11월 5일 차등감자를 실시한다. 대주주 100대 1, 소액주주 4.5대 1의 비율이었다. 금호타이어 때보다 소액주주들에 대한 투자실패 책임을 더 무겁게 물었다.
이후 고속사업분 분할과 경영 정상화 방안 결의 등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출자전환 2700억원, 신규자금 1200억원, 유상증자 3000억원 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역시 이번에도 유상증자에는 박 전 회장 일가가 참여할 수 있게 길을 열여줬다.
산은은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이 담긴 '기업구조조정과 KDB'란 백서에서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주가 2200억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며 “채권단 출자전환 추진시 전환단가인 7580원보다 20% 할증된 주당 9100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루트 '감자→출자→뉴머니', 대주주 경영권 '박탈' 무게
2010년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의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마지막에 항상 등장한 것은 기존 대주주의 유상증자 참여다. 경영 정상화 뒤 기존 대주주의 경영권을 회복하는 차원에서 우선매수청구권도 부여했다. 사실상 채권단의 자금으로 기업을 정상화 시킨 뒤 기존 대주주에게 '패자부활'의 기회를 준 셈이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경우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우선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재매각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미 매각의 주도권도 채권단이 쥐고 있다.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M&A가 시작 때 채권단은 매각 불발시를 가정해 박삼구 회장 일가 및 금호산업과 MOU를 맺었다. 핵심은 ‘매각 불발시 채권단이 정하는 조건과 원매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의 포문을 ‘뉴머니’ 공급으로 열었다. 이후 과정은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다. 다만 채권단 안팎에서는 2020년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에 적용했던 구조조정 방식을 재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재무제표 결산 차원의 대주주 차등감자와 채권단 및 사채권자 출자전환으로 우선 재무구조 개선을 시도할 전망이다.
이후 유상증자와 추가 자금 수혈에서 채권단은 2010년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 대주주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주거나, 제3자 유상증자 참여의 길을 열어주지는 않은 것이란 해석이다. 또 M&A를 염두에 둬야하는 만큼 채권단이 추가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확보하는 등 과정도 생략될 수 있다는 말도 들린다.
채권단 관계자는 “과거처럼 대주주에게 우선매수권을 청구하거나, 경영권을 유지시켜주는 방식은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선 생략될 것”이라며 “이미 2019년 4월 아시아나항공 M&A가 시작된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은 기존 대주주의 손을 떠난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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