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IPO 속도 무게…주관 경쟁 불붙나 물적 분할 단행, 자금 조달 포석…NH증권 유리한 고지
양정우 기자공개 2020-09-23 13:27:57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2일 0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에 속도전을 벌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물적 분할은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지만 대규모 투자 재원을 유치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다. IPO로 조달 루트를 확정했다면 배터리 '투심'이 고조된 시점에 상장을 서두르는 게 낫다는 판단이 중론이다.상장 밸류가 수십조원에 달할 LG에너지솔루션이 IPO에 나서면 NH투자증권이 최대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옛 LG투자증권 시절 계열사였던 만큼 유독 LG그룹과 돈독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국내 IPO 선두인 만큼 초대형 딜을 대표로 이끌 자격도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 세계 1위 배터리 포부…자본시장 최대 관심사 'IPO 플랜'
LG화학에서 분사되는 배터리 사업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이 오는 12월 1일 공식 출범한다. 4년 후 매출액 30조원을 목표로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을 노린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자본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IPO다. LG화학이 분할을 발표하면서 국내 상장 검토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기존 LG화학의 시가총액(45조원 안팎)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증권사 보고서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IPO 공모시장의 규모와 평판, 저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딜로 여겨진다.
IB업계에선 공식 출범과 함께 IPO 작업을 정조준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기업 분할은 법인 간 전문 영역을 나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물적 분할은 자금 조달을 위한 선제 조치로 쓰인다. 소액 주주의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추가 지분 희석이 필요한 프리IPO보다 코스피 상장에 우선 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충하고자 매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올해 배터리 증설 투자에만 약 3조원의 자금이 집행될 전망이다. LG화학 입장에선 2차전지 부문을 포함해 연간 5조~6조원 규모의 자본적지출(CAPEX)을 감당해야 했다. 최대 성장 동력인 배터리에 돈을 쏟다가 전체 신용도의 스텝이 꼬이기보다 물적 분할로 대규모 조달에 나서는 게 상책이다.
IPO 작업은 속도전에 무게가 실린다. 오는 12월부터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할 경우 이르면 내년 말 증시 입성까지 가능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그룹의 시스템이 안착된 사업부였다. 향후 회계나 지배구조 등 IPO를 위한 질적 요건엔 걸림돌이 없을 전망이다. 다만 지정감사, 상장심사 등 절차적으로 필요한 요건을 구비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유통시장에서 배터리 투자 수요가 폭증한 것도 LG에너지솔루션의 IPO 행보를 부추기는 대목이다. 어느 때보다 'K-배터리'에 낙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산업 사이클의 향방은 쉽게 예단할 수 없다. '물적 분할→자금 조달(기업공개)' 수순으로 결론을 내렸다면 최대한 빠르게 과업을 완수하는 게 리스크를 낮추는 방안이다.
◇LG그룹-NH투자증권, 남다른 네트워크…LG에너지솔루션 IPO, 경쟁 사활 예고
국내 IPO 시장에 한 획을 그을 딜로 예상되는 만큼 IB업계는 상장주관사 경쟁에 사활을 걸 것으로 관측된다. 공모규모가 수조원 대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어서 상장 주관사단을 대규모로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대표 주관'이냐 '공동 주관'이냐를 놓고 증권사 평판에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NH투자증권이 이미 다른 증권사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NH투자증권의 모태가 옛 LG투자증권이기 때문이다.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우리투자증권→NH투자증권'으로 간판이 바뀌었다. 1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NH투자증권과 LG그룹은 여전히 각별한 네트워크를 고수하고 있다.
IB1사업부를 총괄하는 윤병운 대표가 LG투자증권으로 입사해 핵심 임원으로 올라선 대표적 인물이다. 과거 LG그룹 계열에 몸을 담았던 인사가 주요 요직에 포진해 있는 건 LG그룹과 NH투자증권의 신뢰도와 친밀도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IPO는 IB의 기업실사를 기반으로 추진되는 만큼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편 나누기'가 유독 심하게 벌어진다.
물론 NH투자증권이 국내 IPO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 상반기 IPO의 주관순위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공모주 투자 열풍을 일으킨 SK바이오팜 딜을 국내 증권사 가운데 단독으로 대표 주관하기도 했다. 역시 빅딜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IPO도 한국투자증권과 공동으로 대표 주관을 맡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IPO는 배터리 사업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며 "물적 분할로 소액 주주의 불만이 적지 않으나 중장기적으로 모회사 LG화학의 기업가치에도 반영될 이벤트"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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