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줄이는 플라이강원, 새 주인 맞을 준비? 기재 감축·인력 조정 단행, 최소 비용으로 '버티기'…다수 기업 인수 제안
유수진 기자공개 2020-09-28 07:02:03
이 기사는 2020년 09월 24일 09: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규 항공사 플라이강원이 '덩치 줄이기'에 나선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현금유입이 막혀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자 최대한 비용을 절감해 보릿고개를 넘겠다는 계획이다. 영업기반인 항공기를 1대만 남기고 인력도 그에 맞게 조정한다. 항공사 명맥만 유지한 채 '버티기'에 들어가는 셈이다.이를 두고 플라이강원이 사실상 새 주인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항공기를 띄울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채 증가를 최소화해 잠재적 원매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복수의 기업들이 최근 플라이강원에 인수 의사를 전달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플라이강원은 다음 달 1일부터 보유 중인 여객기 3대 중 1대만 양양-제주 노선에 투입할 방침이다. 나머지 2대는 아직 계약기간이 남았지만 리스사와 조기반납을 협의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배상비용 없이 돌려주는 방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플라이강원은 기지급한 보증금에 불이익 없이 항공기를 반납하는 쪽으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항공사들은 기재를 들여올 때 3개월치 리스료를 보증금으로 낸다. 추후 리스료가 미납되면 보증금에서 제하는 식이다. 양측이 반납하는 기재의 보증금을 남은 1대에 이월하기로 합의하면 플라이강원은 당분간 리스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기재 수에 맞춰 인력도 조정한다. 항공업계에서는 통상 항공기 1대당 70~80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에 플라이강원은 전직원의 3분의 2에 대해 무급휴직을 실시할 예정이다. 230여명 중 80명 가량만 남긴다. 임원 전원이 사직서도 쓴다. 공동대표인 조성길 부사장도 사표제출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플라이강원의 이 같은 결정이 새로운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해석한다. 그동안 신규투자를 유치해 자력으로 버텨왔으나 팬데믹 장기화로 사실상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만큼 일단 덩치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 '매력적인' 매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사가 영업기반인 기재를 반납한다는 건 당분간 사업을 확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리스사와의 협의를 거쳐 비행기를 들여오는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돼서다. 플라이강원이 기재 1대를 남겨 운항을 하는 건 실질적으로 항공운항증명(AOC)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운항중단으로 AOC가 소멸되면 국토교통부로부터 다시 발급을 받아야 한다.
실제로 최근 다수의 기업이 플라이강원에 인수 의사를 밝혀온 것으로 파악된다. 그 중 일부는 직접 와서 재무제표도 들여다보고 갔다고 한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대기업은 없지만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중견기업 여럿이 플라이강원에 컨택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복수의 기업으로부터 인수합병을 제안을 받은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현재 뚜렷하게 확정된 부분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수의 잠재적 원매자들이 플라이강원에 관심을 보이는 건 코로나19로 저가 인수가 가능한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플라이강원은 작년 말 기준 자산 295억원, 부채 88억원으로 현재 비행기를 띄우고 있는 항공사 중 몸집이 가장 작다. 적은 자금 투입만으로도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작년 3월 신규 항공면허를 받은 신생 항공사 중 유일하게 AOC를 취득해 운항을 시작했다는 점도 주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항공산업은 국토부의 허가가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사들이 일제히 어려움에 빠르며 한동안 시장 신규 진입자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업 진출을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이 돈과 노력 모두 적게 드는 '적기'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플라이강원은 기업들의 인수 의지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비용을 줄인 상태에서 AOC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인수하는 회사도 여객수요가 살아날 때까지 인건비 정도만 부담하며 버티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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