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구조조정]플라이강원, 정부지원 '꼭' 받아야 하는 이유일부 주주들, 유증 참여 조건으로 금융지원 내걸어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20 08:46:05
이 기사는 2020년 04월 17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생 항공사 플라이강원이 출범 5개월 만에 흔들리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가 공급과잉에 시달리던 지난해 11월 시장에 진입해 자리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코로나19를 마주한 탓이다. 비행기를 띄우지 못해 현금 유입이 막히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특히 플라이강원은 산업은행의 긴급 금융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며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각해졌다. '신생 항공사'라는 점을 감안해 운항 실적이 아닌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여전히 추가 지원책은 감감무소식이다. 강원도가 지역 기업을 살리겠다며 팔을 걷어붙였으나 사실상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위기극복에는 역부족이다. 항공면허를 내준 정부가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플라이강원은 최근 165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이사회를 열고 운영자금 및 시설자금 조달을 위한 신주발행을 의결했다. 작년 말 자본금(409억원)의 절반에 육박한 수준의 자금 수혈에 나서는 셈이다. 유증 성공시 자본금은 574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유증 작업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연내 항공수요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며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산업 자체가 어렵다보니 쉽지가 않다"며 "일부 기업들과 협의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플라이강원은 기존 주주들과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으면 유증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이다. 주주들은 선뜻 먼저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며 정부지원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는 플라이강원이 산업은행의 긴급 자금대출을 받으면 유증에도 속도가 붙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유증 성패가 정부의 지원 여부에 달렸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기존 주주들이 대부분 관광·면세업계로 요즘 똑같이 어렵다"며 "정부 지원금이 나오면 그에 상응해 투자하겠다는 의향서를 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저비용항공사(LCC) 대상 긴급 운영자금 지원에서 플라이강원을 빼 놓은 이유는 간단하다. 처음엔 담보가 없어서, 두번째는 최근 3년간 운항실적이 없어서다. 대출 심사 기준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산업은행은 가장 먼저 담보를 요구했다. 하지만 업계 특성상 마땅한 담보가 없다는 LCC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3년 운항실적을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플라이강원은 다시 한 번 배제됐다. 지난해 11월 출범해 운항경력이 4개월 밖에 되지 않는 항공사기 때문이다.
현재 플라이강원은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의 협의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자구안을 마련해 실천해 가고 있다. 일단 이달까지였던 임직원 순환 휴직을 6월까지로 연장해 비용 절감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나마 최근엔 강원도가 지역기업 살리기에 나서며 힘을 보태줘 겨우 숨을 쉬고 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플라이강원의 무제한 탑승권 '인피니티켓' 구매를 독려하는 방식 등으로 측면지원 하고 있다.
'인피니티켓'은 플라이강원의 전노선을 6개월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항공 회원권이다. 하늘길이 끊겨 현금유입이 막힌 플라이강원은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무제한 탑승권을 출시했다. 양양군은 군청에 부스를 마련해 티켓 홍보에 앞장서고 구매운동에도 동참하고 있다. 덕분에 해당 티켓은 출시 3주만에 매출이 2억5000만원을 돌파했다.
플라이강원은 출범 첫 해인 지난해 매출액 8억원, 영업손실 149억원을 기록했다. 적자로 인한 결손금(244억원)이 자본금을 깎아 먹기 시작해 자본잠식률도 49.1%로 나타났다. 그나마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운항을 중단하기 직전 상황이다. 올 1분기는 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플라이강원의 평균 여객 탑승률은 지난해 12월 68%까지 올랐다가 올 2월 28% 수준으로 떨어졌다. 1월 2만3000명이였던 여객수가 3월에는 4100명으로 5분의1 토막이 났다. 현재는 양양-제주에 비행기를 띄우며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타이베이와 클락 등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며 '인바운드 전용 항공사'라는 정체성에도 금이 간 상태다.
항공업계에서는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초 지방공항 활성화 및 인바운드 수요 확대 차원에서 면허를 발급해주고는 정작 위기가 닥치자 남일 보듯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4개월 된 항공사에 3년치 실적을 갖고 오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며 "플라이강원이 양양공항을 기반으로 성장해 지역공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반영해 금융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플라이강원 관계자는 "경영을 잘못해 어려움에 처한 게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외생변수에 의해 것이니 보다 유연하게 기준을 세워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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