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저금리' 훈풍 맞은 한국물, '지금이 최적기' [Market Watch]미국 국채금리 하락, 안전성 부각 '호재'…재정정책 변화, 대선 변동성 '예의주시'
피혜림 기자공개 2020-10-12 13:21:57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8일 16: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이 사상 최고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이 한차례 흔들리긴 했으나 이후 빠른 회복세를 바탕으로 역대 최저 금리 발행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하락으로 쿠폰(coupon) 금리 기준점 자체가 낮아진 효과를 톡톡히 봤다. 국가 등급 기준 AA급 우량 크레딧도 탄탄한 투심을 뒷받침 하는 요소다.하지만 시장에 대한 관련 업계의 전망은 어둡다. 내달 미국 대선을 전후로 시장 변동성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의 국채 매입 속도가 둔화되는 데다 양적 완화 등으로 도리어 공급 우위의 시장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한계다. '역대 최저 금리' 호조를 이어갔던 한국물 훈풍이 점차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사상 최저 금리 잇따라, 한국물 발행 호황
한국석유공사는 이달 5일(납입일 기준) 7억달러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했다. 지난달 23일 진행한 프라이싱(pricing)에서 22억달러에 달하는 주문을 모은 결과다. 해당 딜로 한국석유공사는 국내 비금융 공기업 최초로 5년물 쿠폰금리를 0%대로 끌어내렸다. 5년물(4억달러)과 7년물(3억달러) 쿠폰금리는 각각 0.875%, 1.625%다.
역대 최저 금리를 달성한 건 한국석유공사만이 아니다. 4월 한국동서발전을 시작으로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동발전, 대한민국 정부 등 외화채 발행에 나선 국내 이슈어들은 모두 앞선 딜보다 낮은 금리를 달성해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GS칼텍스와 미래에셋대우, KT 등 민간기업물도 상황은 비슷했다.
쿠폰금리의 기준점이 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간 점 등이 주효했다. 미국 국채 5년물 수익률은 올 2월까지 1%대 수준이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를 줄이고자 국채 무제한 매입 의사를 밝히자 0%대로 떨어져 하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벌어졌던 한국물 가산금리(스프레드)가 이후 빠르게 축소된 점 역시 긍정적이었다. 코로나19발 투심 위축으로 올 4월까지만 해도 국내 AA급 이슈어들은 5년물 기준 미국 국채 대비 150bp 이상의 스프레드를 얹어야 했다. 최근 동일 등급의 한국석유공사가 스프레드를 70bp로 확정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었다.
시장 호조에 힘입어 한국물 시장은 역대급 호황을 맞이했다. 올 3분기 발행 규모만 110억달러를 넘어섰다. 분기 기준 한국물 발행량이 100억달러를 넘어선 건 더벨 리그테이블 집계 이래 처음이다. 2020년 1~3분기 총 발행 금액은 272억 2683만달러로, 전년 동기(213억 138만달러) 대비 27% 증가했다.
◇금리 하락 효과, 지속성 '글쎄'…미국 대선 '촉각'
관련 업계에서는 이달까지를 외화 채권 조달의 최적기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를 더 찍어 유동성을 풀어야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정부가 국채 매입 속도를 조절해 공급 우위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다. 쿠폰금리 기준점인 미국 국채 금리가 반등할 경우 '사상 최저금리' 발행의 훈풍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내달 진행될 미국 대선 역시 변수다. 통상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미국 대선을 전후로 변동성이 고조되는 양상을 띄었다. 한국물은 아시아물 중 압도적인 크레딧을 자랑하곤 있지만, 이머징마켓으로 분류돼 시장 분위기에 따른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는다. 특히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도 상당해 변동성에 취약한 편이다.
달라진 기류는 이미 CDS프리미엄으로도 드러나고 있다. 올 3월말 이후 하락 추세를 이어갔던 한국 5년 CDS프리미엄은 지난달 말 갑자기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CDS프리미엄은 대외 신용도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대선 등의 변동성에 대비해 국내 이슈어들은 서둘러 조달에 나서는 모습이다. 신한카드와 KB캐피탈, KDB산업은행 등이 이달 외화채 프라이싱을 준비하고 있다.
선제 조달 행렬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내년 3월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반영된 2020년 온기 실적이 발표된다. 코로나19 여파로 악화된 실적 지표가 나오기 전 서둘러 발행을 준비할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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