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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전자·통신 트렌드 추격' 선두타자 김병관 어니스트 부사장소부장서 융합서비스까지, '초기 지원·클러스터 연계' 정체성 확립

박동우 기자공개 2020-10-13 15:28:18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2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설립 4년차에 접어든 어니스트벤처스는 운용자산(AUM) 1000억원을 넘긴 벤처캐피탈로 도약했다. 초기기업 지원, 산업 클러스터와 연계한 투자 기조를 내세워 뚜렷한 정체성을 확립했다. 하우스의 기틀을 다진 주인공은 김병관 어니스트벤처스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전자·통신 분야의 트렌드를 맹렬히 추격한다.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선두에서 실리콘웍스, 인텍플러스, 캐스트이즈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을 지원했다. 소재·부품·장비에서 융합서비스 영역으로 관심 섹터를 조금씩 넓혔다.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노력이 빛난다.

◇ 성장스토리 : 제조업 벗어나 VC로, 어니스트벤처스 창업 주역
김병관 어니스트벤처스 부사장

그는 산업계에서 첫 단추를 뀄다. 1997년 연세대 전기공학과 졸업을 앞두고 산학협력 장학생으로 뽑히면서 LS전선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경북 구미 공장에 파견돼 생산 기술 연구, 제품 표준화 등의 직무를 섭렵했다.

광섬유 소재를 공급할 업체를 물색하면서 중소기업 경영진과 접촉할 기회가 잦았다. 자연스럽게 '벤처'의 존재도 김 부사장의 머릿속에 스며들었다. 직장 생활 4년차에 접어들 무렵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절친한 대학 선배의 연락이 김 부사장의 항로를 바꿔놨다. 국제창업투자에 다니던 하태훈 위벤처스 대표가 창업투자회사에 지원서를 넣어보라고 권유했다. 공학도와 제조 현장 경험으로 무장한 김 부사장의 커리어는 심사역으로 뽑히는 데 강점으로 작용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변신한 그는 윈윈창업투자를 거쳐 센츄리온기술투자에서 8년간 활약했다. '센츄리온 IT투자조합'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았다. △인텍플러스(검사 장비) △실리콘웍스(비메모리 반도체) △캐스트이즈(IPTV 솔루션) 등 걸출한 기업을 발굴했다.

2012년 송현인베스트먼트로 자리를 옮기면서 관심을 둔 투자처도 한층 넓어졌다. 제조업을 넘어 융합서비스 분야까지 살폈다. 전통적인 산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의 신기술을 녹이는 트렌드를 읽은 덕분이다.

현재 몸담은 어니스트벤처스는 2016년 김 부사장이 백승민 대표와 의기투합해 차린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이다. 동업자인 백 대표는 신보창업투자, 한국벤처투자 등을 거친 베테랑이다.

출범한 지 4년이 흐른 현재 어니스트벤처스는 AUM이 1000억원을 웃도는 중형 투자사로 도약했다. ICT부터 제조업, 바이오·헬스케어 등에 이르기까지 기업 50여곳에 자금을 집행해왔다. 김 부사장이 성장 주춧돌을 자처하면서 구성원들과 합심한 덕분이다.


◇ 투자철학 : 산업 클러스터 중시, 사업 현장 실상 점검

김 부사장은 '산업 클러스터'에서 투자의 해답을 찾았다. 기업, 대학, 연구소, 공공기관이 한데 모인 지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론을 편다. 신기술 사업화, 인력 조달, 판로 개척 측면에서 가장 좋은 환경을 갖췄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같은 철학은 펀드 운용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김 부사장은 "올해 5월 만든 '춘천 중소기업 성장지원 투자조합'은 춘천시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겨냥하고 있다"며 "한림대·강원대 의과대학, 휴젤·바디텍메드 등 유망 기업,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의 밸류업 네트워크가 삼박자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을 발굴할 때는 숨겨진 리스크를 살피는 데 주력한다. HB테크놀러지의 이사를 잠시 맡았을 때 체득한 교훈이다. 당시 반도체 공정 장비 개발 프로젝트에 관여했으나 특허 인력이 회사를 떠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 뒤부터 사업 현장의 실상을 점검하는 습관을 들인다. 김 부사장은 "검토 대상 기업이 제시하는 지표만 갖고서는 위험 변수를 오롯이 살피지 못한다"며 "회사 경영진과 허물없이 교류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확인하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 트랙레코드1 : 'IRR 515%' 실리콘웍스, 모바일 패러다임 급변 읽어

김 부사장의 '시그니처 딜'은 실리콘웍스다. 2008년 15억원을 투입해 4년 만에 원금 대비 13배가량 금액을 회수했기 때문이다. 내부수익률(IRR) 51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올렸다.

난생 처음으로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은 센츄리온 IT투자조합으로 베팅한 업체였다. 당시 실리콘웍스는 액정표시장치(LCD)를 구동하는 드라이버에 탑재하는 반도체 칩을 생산했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세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품었다.

김 부사장은 "실리콘웍스는 모바일 업종의 패러다임 급변을 읽어낸 행보가 결실을 맺은 사례"라며 "발벗고 나서 우호적인 엑시트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에 이후 벤처 투자의 교범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 트랙레코드2 : '사용자 경험 차별화' 플리토, 코스닥 특례상장 결실

플리토는 투자 섹터를 넓히면서 발굴한 스타트업이다. 2010년대 중반 무렵 AI, 자율주행 등의 첨단 기술을 접목한 벤처기업이 대세를 이루는 현상을 포착했다. 사용자 경험(UX)을 차별화하는 회사에 주목했다.

제품·서비스 이용자의 편의를 증진하는 기업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플리토 역시 마찬가지다. 문화권 사이의 언어 장벽을 허무는 데 초점을 맞춘 회사다.

김 부사장이 이정수 플리토 대표를 처음 만난 건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I 기반의 언어 번역 엔진을 만드는 계획을 접했다. 해석 데이터를 음성 인식 또는 번역 플랫폼의 기계학습 자료로 쓸 수 있도록 다른 기업에 공급하겠다는 구상도 들었다.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결론을 내리고 10억원을 지원했다. 플리토는 김 부사장의 기대에 부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텐센트 등 글로벌 IT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작년에는 코스닥에 특례 상장하며 결실을 거뒀다.

김 부사장은 "'생산성 향상'에서 '사용자 경험 중시'로 기업을 선별하는 관점을 전환하면서 플리토에 자금을 집행했다"며 "일찌감치 원금을 회수했고 잔여 지분을 감안하면 수익은 더 불어날 전망"이라고 자평했다.

◇ 업계 평가 : 냉철한 투자가 면모 '책임의식' 겸비

김 부사장과 친분을 쌓은 이들은 그를 '투자 실력과 책임감을 겸비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묘사한다. 하태훈 위벤처스 대표는 대학교 시절 학생회 러닝메이트를 지내면서 우애를 길렀다. 김 부사장이 스타트업 투자가로 옷을 갈아입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 대표는 "포트폴리오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살피는 수완이 뛰어나다"며 "기업의 리스크를 검토하면서 철저하게 레퍼런스를 체크하는 등 냉철한 면모가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김 부사장과 한솥밥을 먹었던 남기승 송현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불혹을 넘겨 대학원에서 기술경영학을 공부하는 등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남다른 투자가"라며 "관심 있는 산업 섹터를 정한 뒤 집요하게 트렌드를 분석하는 스타일이 마치 우직한 돌쇠를 닮았다"고 밝혔다.

자사의 성장을 위해 몸소 희생하는 책임 의식도 몸에 배었다. 남 부사장은 2012년 송현인베스트먼트가 막 출범한 직후의 일화를 들려줬다. 그는 "주어진 업무추진비 대신 자기 돈을 쓰면서 미팅을 이어가는 김 부사장의 면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회사가 본격적으로 수익을 낼 때까지 펀드레이징과 유망 기업 발굴에 헌신하던 기억이 선하다"고 회상했다.

◇ 향후 계획 : 그로쓰캐피탈 펀드 조성, 포트폴리오 사후관리

어니스트벤처스는 최근 모태펀드의 3차 정시 출자에서 그린뉴딜과 공유주택 분야 GP를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순조롭게 조합을 결성하면 연내 AUM이 1400억원을 바라보게 된다.

500억원 안팎의 '그로쓰캐피탈 펀드'를 만들어 AUM 2000억원까지 하우스 덩치를 불리겠다는 중기 목표를 설정했다. 중·후기 업체의 스케일업을 도울 실탄을 쌓기 위해서다.

포트폴리오 사후 관리 역량도 강화한다. 하우스 출범 첫해에 만든 넥시드·어니스트 제1호 펀드의 투자를 끝내고 회수 기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관리팀 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전사적 자원 관리(ERP)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김 부사장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민간 회사 등 다양한 출자자의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수익성과 정책 취지를 함께 살리는 묘수를 짜내려고 노력한다"며 "피투자기업, 출자자, 벤처캐피탈 등 함께 신뢰를 형성하면서 나아가는 관계를 구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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