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조정]유진기업, 인프라코어 인수에 계열 FI 활용하나독자 인수 사실상 불가능…유진PE 등 컨소 가능성 거론
한희연 기자/ 이아경 기자공개 2020-10-13 10:04:09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2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든 유진기업이 어떤 딜 구조를 짜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재무여력 등을 감안하면 결국 재무적투자자(FI)와 손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다수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 딜 규모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유진기업이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고 딜에 임할지가 관전 포인트로 거론된다. FI를 초청할 경우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 등 그룹 내 금융 계열사의 적극적 활용 가능성도 제기된다.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유진기업을 인수주체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어 최근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됐다. 아직 FI와의 컨소시엄 구성 여부 등이 수면위로 공개된 것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단독 인수보다는 FI 초청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이다.
FI를 활용한다면 그룹 내 금융부문은 적극 활용될 여지가 크다. 유진그룹의 사업부문은 건자재·유통, 금융, 물류·IT, 레저·엔터테인먼트 등으로 나뉘는데 특히 유진기업과 유진투자증권은 그룹의 두 축이다. 2004년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장남인 유경선 회장이 유진기업 등 그룹 전반을, 차남인 유창수 부회장이 유진투자증권 등 금융사업을 담당하며 형제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M&A나 투자 전례 봤을 때 유진그룹 내 계열사들의 협업은 상당히 잘 이뤄지고 있는 편이라는 평가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에 있어서도 금융 부문 계열사의 활약이 기대된다는 시각이 많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유진 계열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그룹 관련 딜들의 파이낸싱에 다수 참여해 왔다고 들었다"며 "계열사간 협업이 잘되는 편이라 이번에도 다양한 방면으로 그룹내 금융계열사를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진그룹 내에는 금융부문의 중심인 유진투자증권 외에도 사모투자운용사인 유진PE가 있다. 이번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관련 자금마련에 있어서도 유진PE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진PE를 비히클로 삼아 프로젝트펀드를 결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외부자금 조달을 위한 방편을 다수 세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예를 들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웠을 때 다양한 루트로 자금조달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 우선 SPC의 후순위 출자자로 유진기업이 참여, 일부 자금을 넣고 나머지를 외부차입을 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후순위를 제하고 남은 금액의 절반 정도를 인수금융 등 선순위로 채우고, 나머지 절반을 메자닌 등 중순위로 마련할 수 있다. 이때 중순위 부분을 FI가 책임지고, 프로젝트펀드에 투자할 출자자(LP)를 모집하는 구조다. 단 인수금융을 활용할 경우 대주단이 투자 담보로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중순위 투자자들에게는 다른 담보 제공이 예상된다. 유진그룹의 계열사 지분 담보 등이 가장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담보 후보다.
이는 지난해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구조와 비슷하다. 현금이 많지 않은 전략적투자자(SI)가 의지를 갖고 대형 인수건을 추진할 경우 외부차입을 최대한 끌어올 수 밖에 없는데, 인수금융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중순위 등 구조를 고안할 수 밖에 없다. 당시 웅진그룹은 보유현금이 640억원 뿐이었으나 1조6800억원의 코웨이를 인수하며 외부차입을 적극 활용했다.
추가 지분 매집까지 고려 2조원이 필요했던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을 인수주체로 삼아 9000억원 대의 인수금융을 일으켰다. 또 FI 파트너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5000억원대의 프로젝트펀드를 조성, 웅진씽크빅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고, 웅진씽크빅이 자체자금과 유상증자로 마련한 돈으로 인수대금을 충당했다. 인수금융 주선사인 한국투자증권이 프로젝트펀드의 총액인수까지 약속했다. CB 투자자의 경우 웅진이 보유한 웅진씽크빅 지분에 대한 공동매도청구권이 약속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프로젝트펀드 자금 모집이 원활하지 않아 인수 6개월 만에 웅진그룹은 코웨이를 재매각했으나 당시 외부차입이 전체 딜 규모의 90%에 육박하는 인수구조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외부차입에 다수 의존해 추진했던 M&A 건은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우가 많아 유진기업이 프로젝트펀드 투자자를 모집하더라도 투심은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 지분을 담보로 할 가능성이 큰 인수금융의 경우 대주단이 부담없이 투자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메자닌 투자를 위한 펀드의 경우 적극적으로 뛰어들 유인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만약 대규모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대형 FI 등과 컨소시엄을 맺어 프로젝트펀드 투자자모집에 나선다면, FI의 크레딧으로 투자의 유인이 일부 생길지도 모르지만, 계열 PE만으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유진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많지 않기 때문에 FI의 적극 활용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며 "딜 초반이라 구조가 정해지진 않았겠지만 외부자금에 많이 의존하는 딜 구조는 최근 코웨이의 사례 등으로 시장에서도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러가지 FI 활용 가능성이 언급되는 중, 계열사인 유진자산운용 내 PE 부문도 눈길을 끌고 있다. 유진자산운용은 내부에 구조조정 투자에 강점을 가진 유진자산운용PE를 두고 있다. 유진자산운용PE는 재기지원펀드를 운용한 데 이어 기업구조혁신펀드 위탁사에도 선정돼 올해 1000억원의 펀드를 결성했다.
이전에는 구조조정이라고 하면 회생이나 워크아웃 같은 사후적 구조조정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산업과 투자 방식 면에서 다양한 방법들이 고안되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그룹의 턴어라운드를 위한 사업재편 과정에서 나오는 기업 매물들에 대한 투자도 큰 틀에서의 '구조조정 투자'로 분류되며 선제적 구조조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우에도 이같은 부분을 부각한다면 구조조정을 키워드로 해 프로젝트 펀드의 조성 논리로 세울 수 있다.
FI 활용 시나리오가 계속 제기되고 있는 것은 유진기업의 재무여력에 기인한 현상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가격은 약 7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예상된다. 두산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 관련 우발채무를 책임지기로 한 이후 경합이 거세지자, 경쟁강도 흐름에 따라 딜 규모가 1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 딜 규모에 비하면 유진기업의 현금성자산은 크게 부족하다. 6월 말 기준 별도 현금성자산은 780억원이다.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1100억원대에 불과하다.
외부조달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차입부담 역시 적지 않다. 지난해 유진기업의 총차입금은 약 4800억원이다. 2018년과 비교하면 약 400억원 감소했으나, 2015년 대비로는 2000억원가량 증가했다. 2016년 동양과 2017년 현대저축은행을 차례로 인수하며 차입을 확대한 탓이다. 2018년에는 천안기업 등 계열사 지분 취득 등으로 자금소요가 지속됐다.
장기차입금에 비해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성차입금 비중이 크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올 상반기 차입금 가운데 절반 이상은 단기차입금(약 2800억원)으로 장기차입금보다 두 배 가량 많다. 기업의 상환능력을 가늠하는 유동비율은 60%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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