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시대, 도전과 응전]젊은 리더십...'체질 개선' 가속화자율성·효율성 강화된 조직문화 구축, 역량·전문성 갖춘 인재 영입 '집중'
유수진 기자공개 2020-10-16 11:15:09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4일 11: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T기업보다 더 IT기업 같은 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1970년생, 올해 51세인 젊은 총수가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어떤 모습일까. 정의선 회장(사진)이 지난 2년간 수석부회장으로서 사실상 그룹을 이끌며 일궈온 변화들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특정 계열사가 아닌 그룹 전반에서 일하는 방식이 효율적으로 바뀌고 유연성이 강화되는 등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보수적' 색채 벗는 현대차그룹
재계 2위 현대차그룹은 비슷한 순위의 그룹들 사이에서도 유독 보수적이고 딱딱한 이미지가 강했다. 업종 특성상 사이클이 길고 발 빠른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다보니 자연스레 정착된 기업문화로 받아들여졌다. 여성임원 비율은 상장사 중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백명의 임원 중에서 40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미래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거듭나려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혁신의 최전선에 서있는 IT기업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소통과 자율, 책임을 중시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확산시키며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조직문화 및 제도 개선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개인의 자율성과 기회를 확대해 '일' 중심의 수평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그룹 안팎에서는 지난 20년보다 최근 2년간 더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유연근무제와 복장자율화, 점심시간 자율화를 도입해 개인의 선택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결재판을 없애고 메신저나 이메일 등 비대면 보고를 확대해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 이전에는 임원이 외근을 나가면 결재판을 준비해놓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최근에는 자율좌석제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재택근무도 시행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노트북 지급을 확대하고 새로운 업무 플랫폼을 도입해 장소 제한 없이 PC나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임직원 직급 및 호칭 체계도 간소화했다. 일반직 직급을 4단계로 축소하고 호칭은 매니저와 책임매니저로 단순화했다. 승진 연차 제도도 폐지했다. 임원은 이사대우와 이사, 상무까지의 직급을 상무로 통합해 6단계에서 4단계로 축소했다.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조기에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다. 최근 인사에서는 여성과 40대 젊은 임원 비중도 늘고 있다.
작년엔 전세계 권역본부 체제를 구축하고 권역별 자율경영, 책임경영을 강화하기도 했다. 2018년 미주, 인도 등을 시작으로 세계시장을 주요 권역으로 나누고 현지 시장전략 수립 및 상품운영, 생산·판매 통합 운영 등 자율 경영 시스템을 도입해 현장 중심의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본사는 이를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재가 가장 오고 싶어 하는 회사 될 것"
정 회장이 보수적인 조직문화 타파에 팔을 걷어붙인 건 능력있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경직된 기업문화가 인재들이 회사를 떠나는 하나의 원인이라는 판단을 내부적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작년 10월 임직원과 함께 한 타운홀 미팅에서 "자동차 볼륨으로 1등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닌 기업문화가 진보적으로 나가서 그 면에서 1등을 하는 것, 가장 오고 싶어 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인재가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같은 맥락에서 과감한 외부인재 수혈에도 앞장서고 있다. 연령이나 성별과는 무관하게 성과와 전문성 중심으로 인재를 기용하기 시작했다. 정 회장이 기용한 핵심 인재들은 성능·미래 기술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는 2015년 합류한 BMW 출신 알버트 비어만 사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고성능 브랜드 ‘N’과 제네시스 G70 개발 등을 담당하며 현대차 고성능차 기술력을 단숨에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12월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에 올라 현대기아차 R&D를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추진을 전담하는 'UAM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담당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미래의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50%, 개인비행체(PAV) 30%, 로보틱스 20%인 회사가 될 거라던 정 회장의 계획과 같은 맥락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대기업 최초로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채용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변화하고 있다"며 "수평적 소통과 자율성을 기반으로 그룹 체질 개선과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문화 구현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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