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한국, 신유열 일본' 경영구도 구축되나 상속·지배력 장악 후 '승계' 준비…셔틀경영·최측근 부재 '부담'
최은진 기자공개 2020-10-21 08:06:34
이 기사는 2020년 10월 19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신(家臣)은 있지만 측근은 없다' 한일 롯데그룹의 원톱 입지를 차지한 신동빈 회장에게 아들 신유열씨는 과중한 업무를 믿고 분담할 수 있는 유일한 혈육이다.두달에 한번꼴로 양국을 오가며 셔틀경영을 하는 신 회장을 대신해 신유열씨는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 상당부분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신유열씨의 직급이 아직은 정식임원이라고 보기엔 미미하지만 그 역할과 권한은 신 회장 못지 않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신유열씨가 입사하기 전 롯데가(家) 오너일가 중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인물은 신동빈 회장 단 한사람이었다. 여자형제들은 일찌감치 경영에서 손을 뗐고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며 위협하고 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신 회장은 홀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전체를 장악하는 결단을 내렸다. 신동주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경영권만이라도 회복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번번이 묵살했다.
이런 점에서 신 회장은 부친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보다 더 큰 무게감과 압박을 짊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신 명예회장은 한창 롯데그룹을 키워갈 당시 형제들의 도움을 받았고 롯데그룹이 대그룹 반열에 오르고 나서는 두 아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큰 아들인 신동주 회장에게 일본을, 차남인 신 회장에게 한국 롯데그룹을 맡기는 가문경영 방식을 활용했다.
부친과는 다르게 홀로 오롯이 양국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쥔 신 회장 입장에서는 완전하게 신뢰할 만한 측근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일정부분의 업무를 믿고 맡기면서 그룹 구석구석을 들여다 볼 눈과 귀가 돼 줄 혈육같은 가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러기엔 현재로서 여러 어려움이 있다.
일본 롯데그룹의 경우엔 신 회장이 직접 경영에 참여한 게 불과 몇년 밖에 되지 않는다. 임직원 대다수는 신 회장보다 신 명예회장에 대한 충성도가 높았다. '종업원 지주회'가 신 회장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신 회장에 대한 로얄티보다는 일본 롯데그룹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탓인지 신 회장과 종업원 지주회간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는다.
그나마 일본 롯데홀딩스 내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라는 임원이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출신으로 셈이 빠르기로 정평이 난 그는 신 회장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이해관계에 따라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은 관계에 더 가깝다는 평이 있다.
한국 롯데그룹에서는 인사혁신과 맞물려 복심으로 불렸던 40년지기 황각규 부회장을 해임시키는 결단을 내렸다. 이동우 신임 대표이사가 신 회장의 측근으로 떠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신뢰를 확인하기까지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그 어떤 곳에도 신 회장이 믿고 맡길만한 측근 인사가 부재하기 때문에 신 회장이 직접 책임지고 관리감독 하는 부담이 따른다. 완전한 신뢰 속에 경영 상당부분을 맡길 수 있는 최측근이 필요한 상황에서 신 회장은 아들 신유열씨를 그룹으로 불러들이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신 명예회장 작고 후 유산 상속, '원톱' 체제 구축 등 부친의 지배력을 잇는 일련의 작업을 마무리 한 직후 곧바로 신유열씨를 서둘러 입사시켰다.
신유열씨 입사에 대해 롯데그룹 고위 임원들은 대부분 "예상은 했지만 가늠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룹 후계자가 입성하는 정도의 이슈면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 파다하게 퍼졌을 법도 하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하게 비밀리에 빠르게 추진됐다는 얘기다.
이를 감안하면 신유열씨가 롯데그룹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지가 명확하게 그려진다. 단지 사업을 익히는 경영수업을 하는 것이 아닌 신 회장을 대신해 눈과 귀가 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 유일한 혈육으로 신 회장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업무 상당부분을 분담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신유열씨를 지주사 롯데홀딩스가 아닌 사업회사인 ㈜롯데에 입사시킨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일본 롯데그룹은 한국 롯데그룹 못지 않게 실적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적개선 과제는 물론 신성장 발굴, 지배구조 개편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신유열씨가 부장이나 이사급으로 입사했다고 전해지지만, 그 이상의 권한으로 사업영역부터 구석구석 들여다보며 쇄신을 단행하는 데 앞장 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지주사가 아닌 사업을 담당하는 ㈜롯데를 근무지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게 되면 신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 전체를 총괄하되 규모가 더 큰 한국 롯데그룹에 집중하고 신유열씨는 일본 롯데그룹을 맡는 방식으로 경영구도가 나뉠 것으로 관측된다. 병역 등의 이유로 상당기간동안 한국에 들어오기 어려운 신유열씨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양국의 경영을 분담하는 게 합리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신유열씨가 일본 롯데그룹에서 성과를 창출하며 경영역량을 보여주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자연스레 한국 롯데그룹으로 영역을 넓히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 신유열씨가 유일한 롯데그룹 후계자로서 한국 롯데그룹으로까지 지배력이 확대돼야 하는 만큼 일본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입지를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유열씨가 한국 롯데그룹에 당장 입성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일단 일본 롯데그룹의 권한을 상당부분 신유열씨에게 맡기면서 경영구도가 분담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며 "일본에서의 경영역량이 검증되면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구도로까지 확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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