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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VC 세컨더리]'펀드결성 4개' 갈길 먼 LP지분 유동화③평균 8년 만기 '기간 리스크' 해소, 정보 비대칭성 활성화 걸림돌

이종혜 기자공개 2020-10-26 08:08:13

[편집자주]

벤처 생태계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세컨더리펀드가 등판한 지 18년째다. 기업공개(IPO) 위주인 국내 투자금 회수시장에서 세컨더리 성장은 필수불가결한 과제다. 초창기만 해도 더디게 진행됐던 세컨더리펀드는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속히 커지고 있다. 단순 구주매입에서 벗어나 LP지분유동화, 펀드 구조조정 등 거래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세컨더리펀드 현황을 점검하고 방향성을 고민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3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 세컨더리 거래는 진일보하고 있다. 2014년 펀드의 투자자(LP)의 지분을 직접 매각하는 형태인 'LP지분 유동화' 형태가 국내에 첫 도입됐다. 구주를 거래하는 방식만으로 회수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뒷받침됐다.

LP지분 유동화는 벤처펀드에 출자한 LP 지분을 만기가 도래하기 전에 사들이는 거래다. 민간 LP의 출자지분을 전부 또는 일부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펀드에 출자시 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기간 리스크'를 해소한다.

민간 LP는 평균 8년에 달하는 벤처펀드 출자 중 유동화 이슈가 발생한다. 펀드 만기 이전에 자금 회수를 원하거나 갑작스럽게 재무여건이 악화돼 캐피탈콜을 수행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하기도 한다. 이 경우 LP지분을 다른 곳에 처분하려는 니즈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LP지분 유동화 펀드는 이러한 수요를 공략한다.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벤처펀드이지만 동시에 LP와 유사한 성격으로 운용된다. 일종의 민간 '시장 조정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글로벌 세컨더리 시장에서 절대 다수인 90% 가까이를 LP지분 유동화 방식이 차지하고 있다.

의도는 좋지만 국내에서 아직 LP지분 유동화 펀드는 걸음마 단계다. 국내에 첫 도입된지 약 5년여가 지났지만 운용 중인 펀드는 4개에 불과하다. 결국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벤처캐피탈이 직접 LP지분 유동화 펀드 운용에 나서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딜이 매물로 나오지 않고 있다. LP지분 유동화 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의무투자를 마치고 사후관리에 들어간 펀드가 최적이지만 현실은 투자단계 펀드들이 시장에 나온다. 운용기간과 인력 투입 등을 고려하면 수익률 셈법이 녹록치 않다.

LP가 보유한 지분의 가격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개별 기업이 아닌 포트폴리오 내 LP가 보유한 여러 기업들의 가치를 선정하는 것 역시 운용사엔 익숙치 않은 일이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여전히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생각보다 운용이 어려워 포기하는 벤처캐피탈도 있다"며 "공제회나 캐피탈 등 LP지분을 사들여 기대수익률을 미리 맞춰주는 것도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희망적인 건 현재 시장에 나온 펀드들이 비교적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단 점이다. 국내에서 처음 나온 LP지분 유동화펀드는 지난 2014년 모태펀드 출자로 이뤄졌다.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위탁운용사를 맡아 830억원 규모로 펀드를 선보였다. LLC형 벤처캐피탈인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회사 구조상 원펀드(One-Fund) 운용 전략을 쓴 덕분에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해산 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순내부수익률(Net IRR) 11%대를 예상하고 있다.

이듬해 모태펀드가 진행한 출자사업에서는 제안서를 낸 곳이 없었다. 다시 해를 넘겨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750억원짜리 펀드를 조성했다. 주목적에 세컨더리와 LP지분 유동화를 혼합하는 형태다. 펀드의 운용 기간은 일반 세컨더리펀드보다 상대적으로 긴 8년으로 설정됐다. 아직 시장이 정착되지 않은 초기 단계인 만큼 보유 지분을 실제 펀드에 넘길 만한 출자자 명단을 확보해 놓는 전략을 취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성장금융도 LP지분 유동화 자펀드 조성에 나섰다. 세컨더리로 정평이 난 네오플럭스가 한국성장금융, 고용보험기금, 산재기금 등으로부터 출자받아 네오플럭스 Market-Frontier 세컨더리펀드(760억원)을 결성했다.

마찬가지로 LP 지분 유동화만 타깃하는 게 아닌 혼합 방식을 택했다. LP지분 유동화 의무투자 비율은 25%로 두고 나머지 25%는 다른 펀드의 투자 자산을 일괄적으로 인수해 청산을 돕는 방식을 택했다. 네오플럭스도 마찬가지로 세컨더리에만 집중하는 전담본부를 둬 원펀드 운용과 비슷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LP지분 유동화 펀드 결성을 준비 중이다. 결성이 완료되면 유동화펀드만 2개 이상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는 네오플럭스가 유일하다.

우리종합금융도 지난 1월 260억원 규모의 '피씨씨-우리LP지분유동화' 펀드를 결성했다. 포스코기술투자와 함께 작년 12월 모태펀드가 주관한 5차 출자사업에 공동운용사로 선정돼 펀드를 결성했다.

LP지분 유동화 펀드가 세컨더리 마켓에서 자리잡기 위해선 과제들이 있다. 이 펀드는 일반 펀드에 비해 훨씬 운용이 까다롭다. GP가 LP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선 해당 LP가 투자한 펀드의 전체 포트폴리오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운용사 간 신뢰와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지 않다면 정보 공유가 어려워 투자처 발굴이 힘든 구조다.

다른 관계자는 “정보 접근의 제한성 때문에 운용에 어려운 점이 있다”라며 "LP지분 유동화 펀드 규모를 1000억원대로 확대하고 펀드오브펀드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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