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IPO, '빅히트' 트라우마 극복할까 배그·BTS 등 특정브랜드에 높은 의존도…상장시점 투자자 우호관계 등 '변수'
서하나 기자공개 2020-11-02 08:22:16
이 기사는 2020년 10월 30일 09: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크래프톤의 기업공개(IPO) 공식화로 공모주 시장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기업가치가 수십조로 평가받는 크래프톤의 최대 약점은 '원히트원더(One-hit wonder)'란 꼬리표다. 배틀그라운드를 이을 차기작이 입증되기 전까지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이는 하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유사한 부분이다. 방탄소년단(BTS)을 이을 차기 그룹이 불투명한데 IPO에 나섰단 점에서 비슷하다. 빅히트는 상장 직후 주가가 급락했다. 공모주의 고평가, 주요 투자자의 초기 이탈 등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크래프톤이 과연 빅히트와 다른 신화를 쓸 수 있을 지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배틀그라운드 의존도…'빅히트' 오버랩
IPO를 공식화 한 크래프톤의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최대 40조원까지 거론된다. 코스피 시장에서 3N(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은 물론 현대차와 셀트리온, 카카오를 제치고 6위권에 곧바로 안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크래프톤이 과연 상장 직후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코스피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글로벌 흥행작인 배틀그라운드에 지나치게 쏠린 수익 구조 탓이다.
지금은 흡수된 자회사 '펍지'가 개발한 1인칭 슈팅(FPS)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명실상부 크래프톤의 핵심 자산이다. 2017년 3월 스팀에 얼리엑세스 버전으로 출시돼 글로벌 누적 매출 약 3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1998년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1의 누적 매출(3조8119억원)과 2003년 출시된 리니지2(1조9805억원)에 버금가는 매출을 출시 단 3년 만에 이뤄냈다.
배틀그라운드의 매출이 워낙 압도적이다보니 자연스레 크래프톤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크래프톤은 2018년 전체 매출 약 1조1200억원 중 약 94%인 1조493억원을 펍지, 즉 배틀그라운드 매출로 거뒀다. 올 상반기 전체 매출 8875억원에선 펍지 매출로만 8579억원을 기록, 의존도(97%)가 오히려 상승했다.
핵심 캐시카우 의존도가 절대적이란 점에서 앞서 상장한 빅히트가 오버랩된다. 이미 최정점을 찍은 방탄소년단을 이을 캐시카우가 불투명하단 사실은 빅히트의 최대 약점으로 지목됐다. 빅히트는 차기 방탄소년단을 발굴하기 위해 약 5000억원을 투자하겠단 계획을 밝혔지만 세계적인 그룹이 다시 빅히트에서 탄생할 것이란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이런 사실이 빅히트 공모가 산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빅히트의 공모가 산정에는 독특하게도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등 엔터사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ICT 기업의 주가가 반영됐다. 그 결과 엔터주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결과값이 도출됐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할인 없이 그대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결국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던 빅히트는 정작 IPO 직후 주가 급락을 겪으며 특히 개미 투자자의 원성을 샀다. 공모가 주당 13만5000원, 시초가 27만원에서 시작한 주가는 개장 3분 만에 상한가(35만원)를 쳤다. 개장과 동시에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출발해 추가로 30% 상한가로 직행하는 이른바 '따상'이었다.
단숨에 시가총액이 12조원을 넘어서고 코스피 30위권에 진입했으나 거기까지였다. IPO 첫날부터 시작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다시 공모가 수준까지 내려왔다. 29일 빅히트의 종가는 15만7000원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선 배틀그라운드의 하락세가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최근 약 40조원의 크래프톤 기업가치를 산정을 위해 사용된 1분기 순이익은 2분기에 반토막났다. 연결기준 2분기 크래프톤 순이익은 약 1110억원으로 1분기(2940억원)의 37%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토대로 추정한 연간 순이익은 8100억원, 여기에 카카오게임즈에 적용된 주가수익비율(PER) 35배를 적용하면 기업가치는 약 28조원으로 산출된다.
PER마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게임즈는 PER 35배를 적용해 공모가 2만4000원, 시초가 4만8000원으로 출발했다. 상장 이후 급등하던 주가는 최고가 9만원에 이르렀으나 3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줄곧 4만5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시초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주요 투자자 우호적 관계 '변수'
물론 크래프톤이 빅히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우선 상장 시점이 내년으로 아직 많이 남아있어 언제든지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고 주요 투자자와의 관계 등 기업의 상황도 다르다.
빅히트의 주가 하락의 주범은 주요 주주의 이탈이다. 3대 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4대 주주인 메인스톤은 상장 첫날 주식을 매도해 지분율을 각각 12%에서 9.17%, 8.7%에서 3.6%로 떨어뜨렸다. 일반적으로 보호예수조항 또는 구주주의 책임감 등으로 상장 당일 대규모 매도에 나서는 일은 드물다. 결국 이런 행보는 빅히트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과 다름없단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크래프톤의 경우 주요 투자자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장병규 의장(17.4%)을 제외한 주요 주주는 텐센트 측 투자사 Image Frame Investment(HK) Limited(13.2%), 벨리즈원유한회사(6.9%),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5.7%), 카카오게임즈(2.07%) 등이다.
이 중 텐센트는 중국판 배틀그라운드인 화평정영(和平精英)을, 카카오게임즈는 배틀그라운드와 엘리온의 국내 퍼블리싱(유통)을 맡은 돈독한 파트너다. 벨리즈원 유한회사 역시 장 의장의 우호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장 의장은 2018년 경영권 안정을 위해 본인 지분 약 1.2%를 IMM인베스트먼트와 JKL파트너스가 결성한 벨리즈원 사모펀드에 현물출자했다.
크래프톤은 최근 12월 출시 예정인 차기작을 공개했다. PC용 대규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엘리온은 제작명가를 표명하는 크래프톤과 퍼블리싱에 강점이 있는 카카오게임즈가 합심해 내놓은 신작이다. 배틀그라운드만큼 흥행을 기록할 지는 불투명하지만 화려한 그래픽과 압도적인 분량의 콘텐츠 등으로 기대를 모은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의 상장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올해와 같은 현상이 반복된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라며 "다만 제2의 배틀그라운드를 만들어내는 일이 쉽지 않고 앞서 상장한 기업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모가 확정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